▲전망대로 가는 동백나무 길안준철
어느 핸가 남학생반 담임을 하던 해의 일입니다. 졸업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제자들에게 뭔가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가 없을까 하고 고민하다가 만들어낸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무렵 학교로 외부 강사 한 분이 초청되어 학생들과 함께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우리나라가 머지 않아 세계를 지배하는 중심국가가 될 것임으로 이에 대비하여 큰 꿈을 품으라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자신들에게는 너무도 거리가 먼 얘기로 들렸는지 멀뚱하게 앉아만 있던 아이들의 표정을 읽으면서 머리 속에서 그려본 일화입니다.
한 동네에 세 명의 가게 주인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우연하게도 같은 학교를 나온 고교 동기생이었습니다.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을 가지 못하고 곧바로 생활전선에 뛰어든 것도 처지가 비슷했습니다. 어느 추운 겨울날, 한 꼬마아이가 갑이 운영하는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와 껌 한 통을 달라고 했습니다. 갑은 날씨도 추운데 껌 한 통을 사러온 그 아이가 반갑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방에서 나오지 않은 채 눈짓으로만 껌 있는 곳을 가리키며 돈도 거기에 놓고 가라고 말했습니다.
그 아이가 이번에는 을이 경영하는 가게로 갔습니다. 을은 매우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이었습니다. 손님이 있든 없든 상관하지 않고 추운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게를 지키고 앉아 있을 만큼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아이가 가게에 들어와 껌을 달라고 하자 조금은 귀찮은 생각이 들었지만 꼬마 단골을 한 명 놓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얼른 일어나 직접 껌을 집어서 건네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뿐이었습니다.
며칠 뒤 꼬마아이는 병이 경영하는 가게에 들렸습니다. 병은 성실하기도 했지만 마음이 착하고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가게에 들어오는 꼬마아이의 얼굴이 빨간 것을 보고 급히 달려가 얼음처럼 차가운 손을 따뜻한 손으로 녹여주기도 하고, 빨갛게 언 얼굴을 손바닥으로 비벼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손에 껌 한 통을 쥐어 주고는 빙그레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아이를 보냈습니다. 꼬마아이가 건네준 동전을 통에 넣으면서 또 한 번 그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준 뒤에 제가 물었습니다. 이들 세 사람 중 누가 가장 돈을 많이 벌었을까요? 누가 가장 행복한 사람일까요? 누가 가장 남을 기쁘게 하는 사람일까요? 그리고 누가 가장 성공한 사람일까요? 네 가지 질문 모두 아이들은 망설임 없이 병을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돈도 많이 벌고, 행복하고, 남을 기쁘게 해주고, 성공까지 거머쥔 이 대단한 사람의 삶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