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고주몽 2

등록 2003.02.04 20:28수정 2003.02.0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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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몽은 활시위를 크게 당기더니 허공으로 화살을 날렸다.

"저쪽으로 가면 어디냐."


주몽이 화살이 날아간 방향을 가리키며 물었다. 누군가 대답하여 미르뫼 쪽이라고 대답했다.

"난 이제 태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미르뫼로 가서 저 화살이 떨어지듯이 남은 여생을 보낼 생각이다. 그곳에서 너희들을 위해 하늘에 매일 제사를 지낼 것이다. 멀리 남쪽의 땅도 비옥하다 들었으니 너희들은 부디 같은 무리끼리 다투는 것을 피하도록 하라."

비류는 자신들의 뒤편에 있는 수레를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비류와 온조의 어머니 월군녀가 있었지만 수레에서 내리지 않고 있었다. 그만큼 주몽에 대한 원망이 깊었기 때문이었다. 주몽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자가 보낸 병사들을 꾸짖어 보내고 뒤따르려는 장수들마저 뿌리친 채 홀로 말을 달려나갔다.

"뭣 들 하는가? 갈 길이 급하다."

비류와 온조는 얼음장같은 어머니의 말에 황급히 길을 재촉했다. 서둘러 패수를 건너면 더 이상 귀찮게 앞길을 가로막는 무리도 없을 터였다.


"길을 비켜주게 할 작정으로 왔으면 그러기나 할 것이지 쓸데없는 당부는 왜 하고 자신이 가는 곳은 왜 말한단 말인가?"

수레의 장막 안에서는 딱히 누가 들으라고도 할 것 없이 월군녀의 노기에 찬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더구나 태자는 왜 우리 앞길을 막아 되돌리려 함이었더냐. 모든 게 다 제 아비를 본받아 그러한 일이거늘."

이윽고 월군녀는 조용히 흐느끼기 시작했다. 두 아들을 위해 벌인 일이라 자위했지만 그래도 추모왕에 대한 섭섭함은 떨쳐버릴 수도 없는 게 월군녀의 속마음이었다. 긴 세월을 젊음을 바쳐가며 고구려를 건국하는데 물심양면으로 힘을 다했건만 옛사랑의 씨앗인 유리를 보자마자 바로 태자로 임명해버린 주몽의 처사가 월군녀를 분노하게 만들었고 이는 결코 재능이 뒤쳐지지 않으나 주몽의 피붙이가 아닌 두 아들의 장래를 어둡게 만들었다. 고구려를 떠나 새로운 세상을 여는 것이 것만이 모두를 위해 좋은 일임을 알게 된 것이 주몽의 과거를 본받았다는 것은 마치 운명적인 일로만 여겨졌다.

주몽은 말을 세워 멀리서 비류와 온조의 무리들을 바라보았다. 이십여년전 따르던 무리들을 이끌고 부여를 떠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며 주몽은 회한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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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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