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밭 냉이, 달래, 봄동의 향큼한 맛

[고향의 맛 원형을 찾아서 5 ] 나물찾아 봄나들이

등록 2003.02.05 21:20수정 2003.02.0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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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냉이는 오늘부터 다음 주 월요일까지가 제일 맛있습니다. 정말입니다.

냉이는 오늘부터 다음 주 월요일까지가 제일 맛있습니다. 정말입니다. ⓒ 김규환

이때쯤이면 시레기와 김장김치에 웬만한 사람 아니고는 물리는 게 당연하다. 시레기로 국 끓이고 된장무침을 해먹고, 김장 김치로 김칫국, 김치찌개, 김치볶음 등 씻어서 갖가지 방법을 찾아 본다. 동치미를 채 썰어 무쳐 먹어봐도 신맛과 매일 같은 반찬에 밥맛 찾기가 무척 힘들다. 청국장에 김치를 넣어도 선뜻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엄동설한에 비싼 배추를 사다가 김치를 새로 담그기엔 아직 이르다. 뭐 색다른 거 없을까? 한 번 배터지게 먹어 속시원하게 일을 처리할 방법이 없을까?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질 않는다. 밖으로 나가 보았자 눈이 덮여 있을 것 같고, 시장에 가봐야 시금치 밖에 눈에 띄질 않는다. 이번 설에 고향 가서 '봄동'이라도 캐왔으면 좋으련만….

입춘이 지났으니 이제 이런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양지 바른 곳이면 어김없이 따스한 햇살을 받아 곳곳에 싹이 트고 있기 때문이다. 눈(雪)보다 빨리 고개를 쏘옥 내밀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몇 가지를 소개한다.

이때쯤 오신채(五辛菜)는 아니어도 몇 가지를 먹어둬야만 봄날 자꾸 내려앉는 눈꺼풀을 지탱할 수 있다. 비타민의 보고라 할 수 있는 이 세 가지는 봄꽃보다도 더 반가운 손님이다. 주말 봄나들이 한번 가볼까?

a 봄동은 배추입니다. 배추가 봄까지 죽지 않고 푸른 잎을 간직하고 살아있는 남도에 살고 싶습니다.

봄동은 배추입니다. 배추가 봄까지 죽지 않고 푸른 잎을 간직하고 살아있는 남도에 살고 싶습니다. ⓒ 김규환

봄동 겉절이 그 아삭아삭한 맛

봄동이 철을 만났다. 남부지방 어디고 봄동은 한데 밭에 내버려져 있다. 눈과 같이 생활하고 있는 이 봄동을 만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봄동이라고 특별한 게 아니다. 늦가을 심었다가 이른 봄까지 버티면 봄동이다. 겨울을 이겨낸 봄의 배추라고 해도 욕먹을 일 없다.


나는 이런 밭 옆을 지나면 강한 유혹을 받는다. "아무도 안 보는데 저걸 뽑아, 말아?" 두세 포기만 뽑아도 하루 이틀은 거뜬할 성싶다. 하지만 어쩌랴? 마음이 동하였다가도 이내 손이 들어가고 만다. 어머님의 어릴 적 가르침 때문에 이성이 곧 지배하고 만다.

봄동으로 겉절이를 해먹으면 아삭아삭 씹는 맛을 느낄 수 있다. 살짝 씻어 쌈을 싸 먹어도 그만이다.


a 이런 빛이 나는 냉이가 제일 맛있습니다. 한겨울에도 너무 푸르거나 누르끼리한 냉이는 가짜일 가능성이 큽니다. 더 맛있는 냉이는 거의 잎이 죽다시피 한 것이지요.

이런 빛이 나는 냉이가 제일 맛있습니다. 한겨울에도 너무 푸르거나 누르끼리한 냉이는 가짜일 가능성이 큽니다. 더 맛있는 냉이는 거의 잎이 죽다시피 한 것이지요. ⓒ 김규환

으뜸은 냉잇국, 버금은 된장무침, 냉이생채가 다음이라

'나순개'라고도 알고 있는 이 나물은 지방마다 그 이름이 다르다. 그 만큼 밭에만 나가면 전국 어디나 지천이다. 이번 주말에 눈밭에서 냉이 한번 캐오자. 냉이를 캐러 갈 때는 오래된 무딘 칼을 챙겨가야 한다. 아직 땅이 꽁꽁 얼어 있기 때문에 뿌리까지 캐려면 칼 하나 버릴 작정은 해야 한다.

된장 약하게 풀고 멸치 몇 마리 빻아 넣고 무를 어슷 쳐서 넣은 냉잇국이 제일이요, 살짝 데쳐 된장을 으깬 다음 무쳐 먹으면 둘째요, 무채를 다소 크게 썰어 냉이를 곁들이면 이 맛 따라 올 자 없다.

국 끓일 때 된장이 떫으면 양파를 늘리든 고춧가루를 반 숟갈 넣으면 매콤하면서도 깔끔하다. 식성에 따라 두부를 넣어도 제격이다.

a 이건 시장에 있는 달래입니다. 요즘은 한 여름에도 달래가 나오니 제철을 잊어먹기 쉽습니다. 도시에서 살다보면요. 달래는 무심코 들길을 가다보면 다 죽은 잔디 위로 파랗게 생긴 것이 3월 말 쯤 쏘옥 고개를 제일 먼저 내밉니다.

이건 시장에 있는 달래입니다. 요즘은 한 여름에도 달래가 나오니 제철을 잊어먹기 쉽습니다. 도시에서 살다보면요. 달래는 무심코 들길을 가다보면 다 죽은 잔디 위로 파랗게 생긴 것이 3월 말 쯤 쏘옥 고개를 제일 먼저 내밉니다. ⓒ 김규환

'달래장' 한 가지면 밥 한 그릇 쓱싹 비벼 해치워

'달룽개'라고도 하는 달래는 아직 찾아내기 힘겹다. 달래를 잘 아는 사람도 있던 곳을 알아야만 찾아낼 수 있으니 욕심부릴 일이 아니다. 자신 있다면 밭 언덕 양지바를 곳에 있으니 골똘히 쳐다보면 찾을 수도 있다.

꼭 달래를 먹고 싶으면 시장에 가서 가장 적은 양을 사와서 달래장을 만들어 먹어보자. 달래장을 만들 때는 간장에 갖은 양념이 다 들어가야 맛을 더 낸다. 즉, 마늘 두쪽, 볶은 참깨, 고춧가루 1/3 숟갈, 참기름 조금을 간장에 넣고 쪽파처럼 잘게 썬 달래를 넣으면 오래 향을 잊지 못한다. 다른 반찬 없어도 달래장 한 가지면 밥 한 그릇 쓱싹 비벼 해치웠다.

달래를 오래 보관하는 방법을 소개하면, 달래는 여리기 때문에 조심히 다뤄 잘 다듬어서 통에 물을 가득 채우고 바로 냉동시켜주면 된다. 생각날 때 해동시켜서 꺼내 활용하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칭찬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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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은 서울생활을 접고 빨치산의 고장-화순에서 '백아산의 메아리'를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6, 70년대 고향 이야기와 삶의 뿌리를 캐는 글을 쓰다가 2006년 귀향하고 말았지요. 200가지 산나물을 깊은 산속에 자연 그대로 심어 산나물 천지 <산채원>을 만들고 있답니다.도시 이웃과 나누려 합니다. cafe.daum.net/sanchaewon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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