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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 무렵 내복을 벗어 던져도 될 영상의 기온을 회복한 날. 겨우내 입었던 두꺼운 옷이 거추장스러울 때가 있다. 한강에 나가봐도 얼음덩이는 자취를 죄다 감췄다.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라는 말처럼 자연의 변화 법칙은 누구도 손댈 수 없다.
우수는 24절기 중 입춘 다음에 오는 두번째 절기다. 양력으로 2월 19일 또는 20일이다.
양력 3월 매서운 ‘꽃샘추위’가 잠시 기승을 부리지만, 이맘때면 날씨가 많이 풀리고 봄기운이 돌고 초목이 싹트고 아침 저녁으로 풀린 물이 땅과 얼어 ‘서릿발’이 나타난다. 따라서 군데군데 땅이 꺼지고 담장이 허물어지는 시기니 각별히 유의해야 할 때이다.
건강에도 유의해야 한다. 오히려 한 겨울은 사람들이 조심하기도 하지만 요즘은 겉만 녹고 속은 아직 얼어 있는 경우가 있어 녹았다 싶은 땅을 헛디뎠다가는 미끄러지기 쉬우며, 급격한 날씨 변동으로 중풍이나 허약 체질인 노인들은 갑자가 바람을 쐰다든가 너무 오래 밖에 나와 있으면 쉽게 건강을 잃을 수도 있다.
남해안 섬으로부터 시작된 꽃바람도 무시할 수 없는 반가운 손님이다. 동백꽃이 망울을 터트리고 매화꽃이 하얗게 세상을 맞이한다. 오랑캐꽃은 삭풍을 피해 땅바닥에서 서서히 필 준비를 한다. 온갖 나무 새순이 봄을 영접하고 줄기마다 물이 가득 차오른다.
또한 이 때부터는 산악지대를 제외하고는 눈이 비로 내려 쌓였던 먼지를 깨끗이 씻어주고 물 먹고 싶은 동식물 목을 축여준다. 동면에서 깨어날 준비를 하는 개구리, 뱀, 도룡뇽, 도마뱀, 두꺼비가 땅을 비집을 때다. 경칩이 되면 깜짝 놀라 기어나오는 것이다. 양달부터 눈이 녹아내려 계곡물이 불어나니 겨우내 막 건너 다녔던 강도 이제는 징검다리를 이용해야 한다.
옛날 중국사람들은 15일 동안의 기간을 5일간씩 나눠, 첫 5일간은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다 늘어놓고, 다음 5일간은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며, 마지막 5일간은 초목에 싹이 튼다고 하였다. 한편, 우수 무렵이 되면 수달은 그동안 얼었던 강이 풀림과 동시에 물 위로 올라오는 물고기를 잡아 먹이를 마련한다.
추운 지방의 철새인 기러기는 겨울을 따뜻한 한반도에서 나고 다시 추운 북쪽으로 날아간다. 그렇게 되면 봄은 어느새 완연하여 마지막 5일간 즉 말후(末候)에는 풀과 나무가 싹이 튼다.
이제 농부는 논밭에 있는 병ㆍ충해 예방을 위해 논ㆍ밭두렁을 태우는 ‘쥐불놀이’를 하는 등 영농준비로 바쁜 철을 보내야 한다. 농약의 빈번한 사용과 그 효과의 의문성, 산불 위험 때문에 쥐불놀이는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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