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안아주면 좋을 것 같은 사람

[나의승의 음악이야기 16]

등록 2003.04.29 18:03수정 2003.05.0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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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무안 장터전 "걸개 판화전" 86. 젊은 세대에 의한 신선한 발언전 87. 3인 민중 판화전, 풍자와 해학전, 반 고문전, 통일전,"백두의 산자락 아래 밝아오는 통일의 새날이여","걸개 그림 공동장(전국 순회) 88. 한국 민중 판화 모음전, (서울 그림 마당 민), 한국 민중 미술전(미국 뉴욕) 89. 오월전 "작살판" 공동 제작(광주 남봉 미술관), 민족 해방 운동사 걸개 그림전-오월 민중 항쟁도(전국 순회)

90. 대학 졸업 우수작 초대전(서울 예술마당 금강), 걸개 그림-자유의 깃발(광주 임동, 남동 성당) 92. 민중, 삶, 투쟁전(광주 인재 미술관) 93. 우리사랑, 우리 숨결전(광주 남도 예술회관) 94. 환경과 생명전-물 한방울 흙 한줌(광주 목포 서울 부산), 동학 100주년 기념 걸개 그림전-녹두 밭에 앉지 마라(전주 시청 광주 망월동), 민중 미술 15년전(과천 국립 현대 미술관) 95. 민족 미술전(서울 시립 미술관), 해방 50년 역사 미술전-우리는 무엇을 보았는가?전(광주 카톨릭 미술관), "달구벌에서 빛고을까지"전(광주 남도 예술회관) 96. 오월전-"우리 하늘 우리 땅"(광주 금남로 거리전), 조국의 산하-"강"전(서울 시립 미술관)


97. 오월전-"만인의 얼굴"전 (광주 금남로 거리전), 민족 미술 교류전(대구 문화 예술 회관), 광주 통일 미술제 98. 오월전"아름다운 사람들"(금남로 거리전) 99. "오월"전-"I.M.F"(광주 금남로 거리전)

2000. 우리 시대 탱화전 (광주 궁동 미술관, 서울 도올 갤러리), 제3회 광주 비엔날레-인권과 예술 특별전 걸개 그림"오월의 문, 윤상원의 눈", 광주 민중 항쟁 20주년 기념 "5월 판화전"(전남대 용봉관 전시실), 광주 민중 항쟁 20주년전 "생명, 공존, 나눔"(인재 미술관), 남도인의 초상전(광주 신세계 갤러리)


이것은 화가 '이상호'의 약20년 동안, 나름대로 길어진 약력이다. 그렇지만 2003년 4월, 지금까지 그는 단 한번도 개인전을 열어 본일이 없다.

"전시회는 많았는데, 어떤 이유로 개인전을 한번도 하지 않으셨어요?".
"김홍도, 정선 같은 사람들이 옛적에 개인전 열었다는 말 들어 본적 있소?"

그의 농담 같은 대답은 설득력이 있었다.


"돈벌이가 따로 있으신 가요?"
"없지만, 어쩌다 그림 한 점 팔리면, 물감을 X나게 사요. 그리고 하루에 5000원만 있으면, 충분히 살 수 있어요"

아마도 담배, 막걸리, 커피 값일 것이다.


그는 무등산 증심사 입구 송촌 마을에서, 1년에 110만원 하는, 한옥의 문간채에 세 들어 살고 있고, 마흔 네 살의 총각이며, "이놈이 돈만 있으면 잘 살 놈인디"라고 간혹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法語같은 말씀을 귀에 담고 산다.

a 이상호씨는 무등산 자락에 있는 1년에 110만원짜리 한옥 문간채 단칸방에서 살고 있다.

이상호씨는 무등산 자락에 있는 1년에 110만원짜리 한옥 문간채 단칸방에서 살고 있다. ⓒ 나의승

독하거나 모질지 못하고, 사람 좋은 한량 같은 그를, 키워준 어머니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요즘은 '평화실천 광주 전남 불교 연대 기획 홍보 위원장'이라는 긴 이름의 직함 아닌 직함을 달고 있다.

아래는 87년 9월16일 중앙일보에 실렸던 기사다.
"서울 시경은 15일 북괴의 국화인 진달래꽃을 배경으로 북괴노선(민중 봉기에 의한 통일)에 동조하는 그림을 그린 조선대 이상호 전정호군 등 2명을 국가 보안법 위반(이적 표현물 제작)혐의로 구속했다. 또 이 그림을 전시한 민족 미술 협의회 회장 주재환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군 등이 제작한 그림은 가로3m, 세로6m 크기로 백두산 천지에 북괴의 국화인 진달래꽃이 만발한 장면을 배경으로 노동자 농민이 성조기를 찢으면서 달려오는 모습과 민중 봉기에 의한 통일 혁명을 주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지난달 22일부터 27일까지 '민'화랑에서 전시 됐다."

그러나 결국 북한의 국화는 '진달래'가 아니라 '목란'임이 밝혀졌고 그는 풀려 나왔지만 약3년의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가 붙잡혀 들어갔던 특정의 장소에서는 고통스러운 일이 있었던 것 같지만 화가 자신은 그 일에 대해 말을 하려 하지 않고 있다.

2003년 4월 최근의 반전시위에서 그는 "이 시대에 이렇게 하는 것 외에는 할 일이 별로 없어"라고 말하며 묵묵히 참여하고 있었다.

"자네 아직도 그런 것 하고 있는가?"라고 비웃음 섞인 질문을 들었다던 그의 가슴에는 슬픔이 가득했을 것이다. 그리고 밤이 새도록 술에 젖어야 했던 것 같다. 세상의 현실에 대해서 나눔의 마음을 갖지 못한 사람들로부터 그가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 일, 그것은 또한 우리를 마음 아프게 한다.

44살의 나이와 반전시위라는 단어가 서로 어울리지 않아야 하는가? 그러나 그의 행동은 이 시대 우리 사회 양심의 잣대, 지식인의 잣대가 되었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a 반전시위에 사용된 대형 걸개 그림

반전시위에 사용된 대형 걸개 그림 ⓒ 나의승

그리고 눈에 띄는 일이 있었다. '관음보살이 북한의 어린이와 이라크의 다친 어린이를 안고있는' 대형 걸개그림과 시위당시 거리에서 사용되었던 '한반도는 안전한가' 의 그림 등을 제작해서 제공한 것이다.

오래 전에 그가 판화로 제작했던 '농민군이 죽창을 깎고 있던' 그림 등에 비하면 '힘'과 '기'가 다소 바랜 느낌이 없지 않지만, 필자의 눈에 그의 걸개 그림들은 "나 아직 안 죽고 살아 있어"라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다.

그리고 나이와 감성은 같이 간다. 그가 언젠가는 사람들의 우정어린 청에 못 이겨서 라도 개인전을 열었으면 좋겠다. 개인전을 하고 하지 않고는 상관없이, 세월 속에서 절정의 경지로 승화된 작품을 남긴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a 선덕사 대웅전 후불 탱화. 백두산 천지와 원효대사 등을 그린 후불 탱화로는 최초라고 한다.

선덕사 대웅전 후불 탱화. 백두산 천지와 원효대사 등을 그린 후불 탱화로는 최초라고 한다. ⓒ 나의승

그것이 '탱화'라도 상관없고 '회화'라도 상관없을 것이다. 필자는 그가 겸손의 '죽창'을 더욱 깎아서, "예술은 흰머리 날 때부터"임을 실천하도록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가지 더해서, 잘 나가는 선배 화가들을 만날 때, 개인전도 못했고 그림을 잘 팔지 못해서 무시당하는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화가 이상호'는 '그리스'의 작곡가 '미키스 테오도라키스'의 음악들과 '파란투리'의 일부 노래들을 좋아한다. '김두수'의 '산아! 나의 사랑 산아!.....의 가사가 나오는 노래를 한국의 색채가 있다는 이유로 좋아한다.

'엘 꼰도르 빠사'를 좋아 하고 '메르세데스 소사'도 좋아한다. 황석영씨가 가사를 붙였다던 '오월의 노래'의 원곡이 된 '미셸 뽈라레프'의 '누가 할머니를 죽였니?'도 좋아한다. 대개의 화가들처럼 그도 음악을 좋아한다. 그리고 술도 좋아한다.

이제 '오월'이다. 그래서 그는 반전의 의미와 비폭력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기념 'T셔츠'제작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 그와 같은 사람들은, 사회 현실에 대한 양심의 잣대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를 알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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