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공무원 조직에 '절망'

한명숙 환경부 장관님께 드리는 공개 편지

등록 2003.05.07 11:08수정 2003.05.1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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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한명숙 장관님께 !

안녕하십니까 !
저는 보길도 댐 증축 공사 백지화를 요구하며 단식을 했던 보길도 주민 강제윤입니다. 단식기간 동안 장관님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지금은 장관님께서 염려해 주신 덕분으로 차츰 건강을 회복해 가고 있습니다.

밀린 숙제를 하듯 고추 모종도 하고, 오이ㆍ토마토ㆍ감자 등도 심고, 차밭의 풀도 매며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요즈음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댐 공사가 일시 중단되고 재검토에 들어갔으나 밤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을 내리 찍는 포크레인 삽날에 놀라 잠이 깨곤 합니다.

장관님께서도 혹시 소식을 들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완도군이 문화재청에 냈던 보길도 댐 증축 공사 현상변경 허가 신청이 불허로 결정 났습니다. 문화재청은 공문을 통해 "문화재위원회 심의 결과, 현재 설치된 제방을 숭상할 경우 윤선도 유적의 역사 환경과 경관의 변화를 초래하게 되고 사적 보존관리에도 영향을 주게 됨으로 숭상은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판결했습니다.

a 지난 3월 27일 주민 6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보길면 청별항에서 진행된 주민 궐기대회

지난 3월 27일 주민 6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보길면 청별항에서 진행된 주민 궐기대회 ⓒ 오마이뉴스 강성관

그 동안 완도군은 댐 증축 공사가 문화재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번 결정으로 완도군의 주장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난 것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면 완도군은 검토위원회 결정과 관계없이 댐 증축 공사의 백지화를 선언해야 옳습니다.

하지만 완도군은 백지화 선언은 고사하고, 문화재청이 불허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고 주장을 하며 사실 자체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문화재청에서는 현상변경 허가 신청에 대해 세 부류의 결정을 내린다고 합니다. 1. 원안 허가, 2. 조건부 허가, 3. 의견 회신이 그것입니다. 보길도 댐은 3번의 의견 회신에 해당됩니다.

문화재청은 "제방을 숭상할 경우 윤선도 유적의 역사 환경과 경관의 변화를 초래하고, 사적 보존 관리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고 명확히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문화재청은 현상변경 신청에 대해 허가나 조건부 허가 어느 쪽도 내주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완도군은 불허라는 단어가 들어 있지 않으니 불허결정이 아니라는 견강부회식 해석으로 진실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위의 의견 회신이 불허결정이라는 사실을 통상적으로 문화재 관련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완도군 공무원들이 모를 까닭이 없습니다. 문화재청에서도 문화부 장관에게 불허 결정이 났음을 보고했고, 문화재청 김종진 사적과장 또한 주민 대책위 자문 변호사인 법무 법인 덕수의 진선미 변호사에게 불허결정 사실을 확인까지 해주었습니다.

그럼에도 유독 완도군만이 불허 결정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유를 알 길이 없습니다. 완도군은 또 문화재청 결정이 검토위원회 결정에 따르도록 한 것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재청의 결정문 어디에도 검토위원회 결정에 따르라는 의견은 없습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청으로서 역할을 하는 곳이지 검토위원회의 눈치를 보는 기관이 아닙니다. 완도군의 주장은 심각한 사실 왜곡입니다.


만에 하나 검토위원회에서 댐 증축 공사를 하기로 결정이 났다 하더라도 문화재청이 현상변경 허가를 내 주지 않으면 공사는 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문화재청의 결정이 검토위원회 결정에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니라, 검토위원회 결정마저도 문화재청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문화재청은 이미 보길도 댐 증축 공사에 대해 불허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것은 검토위원회가 공사를 하기로 결정해도 공사를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보길도 댐 증축 공사는 검토위원회 결정과 관계없이 백지화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럼에도 완도군이 문화재청의 불허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또 다시 위법을 행하겠다는 것입니다. 완도군은 공사의 시작부터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도 받지 않고 불법으로 댐 공사를 강행하다 위법 사실이 밝혀진 적이 있었습니다.

존경하는 장관님 !
저와 보길도 주민들이 댐 증축 문제로 싸웠던 것은 단지 문화 유적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완도군의 잘못된 관행과의 싸움이기도 했습니다. 주민 의견을 무시하고, 거짓 정보로 주민들을 속이고, 심지어 언론과 정부마저 속여가며 밀실에서 공사를 추진했던 완도군의 잘못을 깨우쳐 주기 위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완도군은 환경부 장관님의 지시로 댐 증축 공사 재검토를 위한 검토위원회가 운영중인 이 순간까지도 여전히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에서 명백히 문화재 현상변경 불허 결정을 내렸는데도 그 사실 자체를 왜곡하며 주민들은 물론 언론까지 속이고 있습니다.

잘못이 드러났으면 잘못을 반성하고 사과한 뒤 책임자를 문책하는 것이 순리일텐데 반성은커녕 잘못 자체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 완도군의 태도에 저는 절망스럽기만 합니다.

완도군이 문화재청 허가도 없이 불법으로 공사를 강행하다 중단 상태이던 지난 4월 3일, 전남 도지사는 "보길도 댐 증축 공사 시행 전에 절차를 소홀히 한 완도군 공무원 2명에 대해서 완도군수로 하여금 문책토록 조치하였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문서번호 감사 07000-302)

하지만 전남 도지사의 지시가 내려진 지 한 달이 넘었지만 관계자 누구도 문책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없습니다. 전남 도지사가 문책을 요구한 공무원들은 처음에는 현상변경 허가신청조차 하지 않고 불법으로 공사를 강행한 책임이 있고, 이번에 다시 문화재 훼손 우려가 있으니 댐 공사를 하지 말라는 주민 의견을 무시하고 공사를 계속하기 위해 현상변경 허가 신청을 냈다가 불허처분을 받았습니다.

문화재청의 불허 처분으로 관계 공무원들은 국가 예산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미 지출된 용역비와 설계비, 공사 비용 등 수십억의 예산을 낭비한 것에 대해서 분명히 문책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문책 대상인 완도군의 이아무개 상수도 계장은 문화재청의 불허 결정 뒤 취재 차 확인 전화를 건 <오마이뉴스>기자에게 불허 결정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기자를 기만한 바 있습니다. 게다가 이 계장은 여전히 완도군의 상하수도 업무를 그대로 담당하며 검토위원회 일을 실무적으로 '돕고' 있기까지 합니다.

또한 완도군 관계 공무원은 <동아일보>의 정승호 기자에게도 "'둑을 높이는 것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문화재청의 의견은 공사를 벌이되 여러 여건을 감안해 신중히 추진하라는 것이지 결코 불허 결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불허 결정을 "여러 가지 여건을 감안해 신중히 추진하라"는 뜻이라고 해석해내는 완도군 공무원의 탁월한 해석법은 그저 경이스러울 뿐입니다. 물론 완도군이 보이는 이러한 상식 이하의 태도가 완도 군수님의 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일부 공무원들이 보여준 일련의 행태가 검토위원회에 임하는 완도 군수님의 태도에 의구심을 갖게 만들기에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완도군은 지금이라도 문화재청의 불허 결정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댐 공사를 백지화해야 합니다. 또 전남 도지사의 지시처럼 이 계장 등 관련자를 문책해야 합니다. 그것은 검토위원회 활동과는 별도로 행해할 당연한 조치들입니다.

존경하는 장관님 !
완도군에 백지화 선언과 책임자 문책을 요청하고 여러 날이 지났지만 어떠한 대답도 없습니다. 환경부에서는 보길도 댐 증축 공사에 191억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저는 문화재청의 불허 결정에도 불구하고 완도군이 끝내 백지화를 선언하지 않는다면 예산을 지원하는 환경부에서 백지화를 요청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투명한 조치들이 행해진 다음에도 검토위원회는 계속 활동해야 합니다. 그때 가면 더 이상 댐 증축 공사를 하느냐 마느냐의 소모적인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댐 증축 공사가 아닌 좀더 안정적이고 친환경적 물 대책을 찾는 생산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완도군의 잘못된 댐 증축 계획에 대해 재검토 결정을 내려주신 장관님께 보길도 주민들은 크나큰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장관님의 관심과 도움을 기대합니다.

                         2003년 늦은 봄날 보길도에서 강제윤 합장


'불허 결정이 확실'
문화재청의 회신에 대한 법적 성격

2003. 4. 30.
수 신 보길면 상수원 대책위원회
참 조 강제윤님
제 목 문화재청장 회신 내용의 법적 성격

귀 대책위원회의 질의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의견을 드리오니 업무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아     래


1. 질의요지

2003. 4. 22. 문화재청장이 전라남도지사에게 보낸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보길 상수도 시설공사)허가신청에 대한 회신내용이 현상변경허가를 받아들인 것인지 거부한 것인지 여부를 질의하였습니다.

2. 관련 법규정 체계

가.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허가에 관한 규정

국가지정문화재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고자 하는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1. 국가지정문화재(보호물 보호구역과 천연기념물중 죽은 것을 포함한다)의 현상을 변경(천연기념물을 표본 박제하는 행위를 포함한다)하거나 그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로서 문화관광부령이 정하는 행위(문화재보호법 제20조 제4호)

법 제20조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에 대하여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고자 하는 자는 당해 국가지정문화재의 종별 지정번호 명칭 수량 및 소재지 등을 기재한 허가신청서를 관할 시장 군수 구청장(자치구의 구청장을 말한다. 이하 같다) 및 시 도지사를 거쳐 문화재청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문화재보호법시행령 제15조).

나. 허가신청에 대한 업무 처리에 관한 규정

"민원인"이라 함은 행정기관에 대하여 처분등 특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개인 법인 또는 단체를 말한다(민원사무처리에관한법률 제2조 1호).
"민원사무"라 함은 민원인이 행정기관에 대하여 처분등 특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사항에 관한 사무를 말한다(민원사무처리에관한법률 제2조 2호).
행정기관은 민원인이 신청한 민원사항에 대한 처리결과를 민원인에게 문서로 통지하되, 그 민원사항을 거부하거나 민원사항의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그 이유를 함께 통지하여야 한다(민원사무처리에 관한 법률 제10조).
행정기관의 장은 처리결과의 통지가 필요한 민원사무의 처리를 완결한 때에는 그 결과를 지체없이 민원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동법시행령 제33조 제1항).
행정기관의 장은 민원사항을 처리하여 허가서·신고필증·증명서 등의
문서(전자문서를 제외한다)를 민원인에게 직접 교부할 필요가 있는 때에는 그 민원인 또는 그 위임을 받은 자임을 확인한 후 교부하여야 한다(동법시행령 제33조 제3항).

3. 문화재청 회신내용의 법적 성격

2003. 3. 20. 완도군수는 위 규정 등에 따라 뒤늦게나마 전라남도지사를 경유하여 문화재청장에 보길 상수도 시설공사에 따른 국가지정문화재 현상 변경허가 해 줄 것을 신청하였습니다.

이에 문화재청장은 현장조사를 거친 후 같은 해 4. 18. 문화재위원회를 소집하여 본 안건에 대하여 심의하도록 하였고, 그 결과에 의거하여 같은 달 22일 전라남도지사에게 위 현상변경허가신청에 대한 회신을 보냈습니다.

회신의 내용은
1. 전남 완도군 환경58442-50(2003. 03. 20. 완도군수)의 관련입니다. 2. 사적 제368호 {보길도윤선도유적} 주변 보길 상수도공사를 위한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허가 신청에 대하여는 문화재위원회 심의결과, 현재 설치된 제방을 숭상할 경우 윤선도유적 역사환경과 경관의 변화를 초래하게 되고 사적 보존 관리에도 영향을 주게 되므로 숭상은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으로 사료됨을 알려드리니, 업무에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끝.

입니다.

모든 행정기관은 이러한 허가신청 등에 관한 업무를 법에 의하여 동일한 방법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그 근거 법은 위에서도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민원사무처리에 관한 법률이라고 합니다.

동 법에 따르면, 민원인(이 사안에서는 완도군수입니다)의 허가신청(이 사안에서는 위 현상변경허가를 말합니다)을 받아주는 경우 즉, 허가하는 경우에는 허가한다는 내용을 문서로 통지하고, 허가서 등을 보내주게 되어 있습니다.

반면, 민원인의 허가신청을 거부하거나, 실현 불가능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그 이유를 함께 통지해주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관련규정과 동 회신내용을 살펴보면, 위 회신내용은 허가신청을 거부하는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즉, 2003. 3. 20.자 완도군수의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보길 상수도 시설공사)허가신청을 거부하고, 거부하는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완도군수는 추후에 설계 등을 변경하는 등 그 내용을 보완하여 새로 현상변경허가신청을 낼 수는 있습니다. 그러면 문화재청장은 그 신청에 대하여 새로이 허가해 줄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2003. 3. 20.자 이 사건 현상변경허가신청은 위와 같은 이유로 거부되었다는 사실입니다.

4. 질의에 대한 답변

이상의 점에 비추어 볼 때, 2003. 3. 20. 완도군수가 전라남도지사를 경유하여 문화재청장에게 접수한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보길 상수도 시설공사)허가신청은 거부된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오늘 오후 4시경 제가 직접 이 사건 담당자인 김종진 문화재청 사적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한 내용입니다.

혹여, 완도군청 담당자가 위 회신내용과 관련하여 허가신청이 거부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이는 분명 사실을 왜곡하는 것입니다. 위 회신이 허가신청을 거부한 것이라는 사실은 그러한 민원업무처리를 해 본 경험이 많은 완도군청 담당자가 더 잘 알 것이기 때문입니다.


                    법무법인    덕  수

                    변호사    진   선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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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섬 활동가입니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당신에게 섬><섬을 걷다><전라도 섬맛기행><바다의 황금시대 파시>저자입니다. 섬연구소 홈페이지. https://cafe.naver.com/isla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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