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등 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성장 과정에 맞추어서 모든 시설을 설치하고 관리되어야 한다. 그런데 학교를 짓는 단계에서부터 이런 시설 기준을 무시하고, 내부시설이나 부속 시설들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요즘에 짓는 새 학교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어져서 퍽 쾌적한 환경으로 가꾸어지고 있긴 하다.
약 20년 전에 지어서 옮겨온 학교의 계단이 옛날 60년 대에 지은 초기의 아파트 계단과 같은 규격의 계단을 만들어 놓은 곳이 있었다. 계단의 경사도는 약 50도이고, 높이는 18cm, 넓이는 24cm로 되어 있어서, 정식 규격인 높이 16cm이내 넓이29cm 이상에 각도 30도 이내로 만들게 되어 있는 규격에 크게 못 미치는 엉터리 규격으로 만들어져 있었던 것이다.
처음 이 계단을 본 순간 너무 가파르고 계단의 크기도 맞지 않아서 여간 불편하고 더구나 발을 헛디뎌서 넘어질 뻔하기를 몇 번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재직중인 교사나 어린이들조차 불편함을 모르고 지내고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남쪽에 계단이 없어서 비상시의 대피로도 없고, 학생들의 출입에 크게 불편하다고 하여서 지난해에 새로 만든 계단 역시 문제였다. 어린이들이 생활하는 학교라는 생각을 안 한 것인지, 잘 못 생각한 것인지는 몰라도 계단의 규격은 잘 맞추어 놓았으나, 이 계단을 아무 매끄러운 화강석으로 단장을 하여서 위험하기 그지없었다. 계단이 미끄럽기도 하거니와 만에 하나 계단에서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영낙없이 큰 사고를 부를 수밖에 없게 만들어져 있는 것이었다.
매끄럽게 다듬은 화강석의 모서리는 손으로 만지면 손을 베일 듯이 날카롭게 다듬어져 있고, 미끄럼 방지장치조차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겨우 한다는 게 끝 부분에 두 줄의 실눈을 주어서 그게 미끄럼 방지 장치라고 해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실내화를 신은 아이들에게는 거의 미끄럼 방지를 해주지 못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런 계단 두 곳을 모두 정식 규격으로 그리고 소프트롱으로 덮어서 안전하게 만드는 일을 하였다. 남쪽의 계단은 지금까지 쓰던 계단에 콘크리트 덧씌우기 식으로 계단을 다시 만들어서 정식 규격의 계단으로 만들어주었고, 북쪽의 계단은 소프트롱 시설을 하여서 어린이들이 넘어지는 일이 있더라도 전혀 염려가 없을 정도로 안정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안전한 시설이 된 것은 아니었다. 복도가 계단에서 올라서는 계단실 부분을 후로링으로 연결을 시키지 않아서 두 군데나 이어지지 않은 곳이 있는 이상한 복도이었다. 학교란 아이들이 살고 있고 아무리 단속을 한다고 하더라도 달리고 뛰는 것이 버릇인 아이들에게는 이 연결되지 않은 부분이 큰 장애물이었다.
어느 날 이 부분에 대해서 걱정이 되어서 행정실에 '만약 그것 때문에 넘어져 다치는 아이가 생기면 치료비가 더 들것이니 얼른 지원요청 하라'고 교육청에 예산 지원 요청을 당부를 하고 출장을 다녀오니, 뜻밖에도 한 아이가 넘어져 크게 다쳐서 다섯 바늘 이상을 꿰매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었다. 급히 지원을 요청하여 학기말 방학중에 완전히 공사를 마쳐서 불편이 없게 만들어 주었다.
더구나 학교 같은 다중수용시설에 소화전도 없어서 새로이 설치를 하여야 하는 등 안전을 위한 시설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해서 우선 급한 것들은 정리가 되었지만 아직도 여러 면에서 부족하고 새로 손볼 곳은 수두룩하다.
학교 시설 기준령이 분명히 있는데 왜 이렇게 규격에서 벗어난 시설이 생기는지 알 수 없다. 적어도 학교 시설은 어린이들의 생활공간이고, 어린이들은 어른들처럼 조심성 있고 차분히 생각하면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기본 전제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학교 시설 기준령을 지켜서 모든 시설이 되고 있겠지만, 좀더 학생들의 안전, 그리고 편리성 등을 잘 살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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