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과 초가김강임
5월의 싱그러운 햇빛이 몽땅 스며드는 곳. 흙에서 풍기는 서정과 고향의 토담집이 그리워지는 계절. 돌의 형상을 따라 잠시 인간의 영혼을 생각케 하는 곳으로 떠나보자.
제주공항에서 제 1횡단도로를 타고 30분 정도를 가노라면 목석원이 자리잡고 있다. 목석원은 글자 그대로 제주의 나무와 돌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 그곳에 가면 거울 앞에 선 기분이다. 그 이유는 화난 모습. 웃는 모습. 분노와 비애. 각기 다른 표정을 하고 있는 돌들의 형상을 보며 잠시 자신의 발자취를 돌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아스팔트 길바닥 위에서 질주하듯 달리던 차들도 이곳에선 잠시 열을 식힌다. 겹겹이 쌓인 콘크리트 철근 속 고층 아파트에서 바라보던 회색 빛 하늘도 이곳에선 오색 무지개가 된다.
사람들은 발길 닿는 것이 흔한 돌이라 하지만 목석원에서 만난 돌은 저마다 살아있는 영혼이 있다. 마치 한라산 영실에서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오백장군의 설화처럼, 흙을 빚어 5백 아들들의 혼백의 토우를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와의 만남. 오래될 수록 곰삭은 맛이 나는 옛것에 대한 그리움도 목석원에서만 느낄 수 있는 프리미엄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쫓고 쫒기다가도 이곳에 오면 진한 향수와 함께 아날로그의 편안함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