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석원으로 떠나는 아날로그 여행(2)

돌로 구성한 '갑돌이의 일생'을 돌아보고

등록 2003.05.15 22:35수정 2003.05.1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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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사와 갑돌이 부부 ⓒ 김강임

젠 걸음으로 달려온 사람들에게도 탐라목석원 모퉁이에 들어서면 잠시 발걸음을 늦춘다. 무엇이 이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일까?

한편의 시나리오가 구성된 전설의 정원. 돌로 꾸며진 '갑돌이의 일생'에서 잠시 반성문을 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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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세계 ⓒ 김강임

"현실과 이상은 둘이면서 하나요. 하나이면서 둘이다. 갑돌이와 석순이는 2인 이면서 1인이요, 1인이면서 2인이다. 갑돌이가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은 현실과 이상이 하나라는 곳을 보여주기 위한 연출이다. 하나가 되었을 때 마음은 행복하다.

분수라는 자기에 물질이 넘치면서 현실은 어느새 화려한 색깔의 옷으로 갈아입고 어차피 현실은 현실적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타이르듯 이상과 함께 길을 돌아선다. 현실은 스스로 빠져 들어간 오욕의 늪에서 오랫동안 헤매다가 어느 날 불현듯 마음속 깊은 곳에서 또 하나의 자기를 발견한다.

결국 사람은 현실과 이상이 함께 하여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갑돌이의 일생은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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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삼간 ⓒ 김강임

이처럼 쓰여진 '머릿말'의 의미를 깨닫기까지는 돌의 형상을 따라 갑돌이의 일생에 대한 드라마를 모두 보고 난 뒤였다. 그 구성을 소개하면 제주도에서는 아주 오랜 옛날 갑돌이와 석순이라는 두 남녀가 우연한 인연을 맺고 지금은 전설의 세계로 걸어가고 있는 신혼부부가 있었다. 그러나 갑돌이 부부가 살아가는 초가삼간에는 아이가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손오공이 나타나 정성을 들이면 어린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꿈 이야기를 듣고 많은 음식을 준비해서 산으로 간다.

그리고 " 어린아이를 하나만 낳게 해달라"고 기도를 한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석순이는 임신을 하게 되고 한달 후 석순이가 아이를 낳는 순간 현실과 이상이라는 쌍둥이를 낳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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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이상 쌍둥이 ⓒ 김강임

갑돌이는 너무 좋아서 춤을 추고 " 늙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자"고 다짐을 한다. 그리고 황소처럼 열심히 일해서 갑돌이는 소문난 부자가 되고 그 많은 돈을 이웃을 봉사하는데 쓰는 게 아니라 현실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의 유혹에 빠지기 시작한다.

석순이는 갑돌이가 아름다운 꿈을 갖고 살아가길 원하지만 너무나 현실적으로 살아가는 갑돌이는 드디어 아름다운 꿈이 유산되고 비탄에 빠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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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핀 갑돌이 ⓒ 김강임

그러나 석순이는 끝까지 이상을 버리지 않는다. 돌부처를 찾아가 방황하는 갑돌이가 아름다운 꿈을 갖고 인생을 살아주길 기도하지만 하늘이 노해서 갑돌이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악몽에 시달리게 한다. 그리고 토요일 어디론가 목적없이 인생을 헤매고 있는 자신을 꿈속에서 발견한 갑돌이는 고민에 빠지다가 결국은 신에게 엎드려 과거를 반성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구성이다.

비록 돌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구성이었지만 이상과 현실의 융화가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의 정신적인 면을 형상화했기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의 거울을 들여다보듯이 자신의 내면 세계를 한번 돌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한다.

특히 돌로 만든 주례 선생님 앞에 서 있는 예식장의 단이랄지 석순이의 만삭이 된 몸에서 풍기는 뉴앙스는 돌에서 풍기는 장엄함과 영혼을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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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대표 4인 ⓒ 김강임

특히 갑돌이의 모든 재물이 불에 타 녹아버리는 형상과, 화요일 이상한 괴물로 변해 버리는 장면. 수요일 비참하게 해골이 되어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돌의 형상은 현실의 유혹에 빠진 자가 겪어야할 죄 값이 얼마나 비참한지를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다.

이처럼 목석원에서 만난 돌과 나무의 형상에는 내가 꿈꾸는 이상이 헛된 것은 아닌지, 자신이 어떤 현실의 유혹에 빠져 있는지 잠시 일깨워 주는 듯 하다.

단추 하나만 클릭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세상에 살면서 목석원으로 떠난 여행은 시계 바늘이 계속 돌아가고 있으나 그 양을 잴 수 없는 아날로그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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