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산세김강임
한라산의 아침은 이름모를 산새들의 천국이었다.
노루가 뛰노는 신의 정원. 은하수를 잡아 당길만큼 높은 산. 그 산을 가기위해 벌써부터 영실 입구에는 자가용의 행렬이 줄을 잇는다.
해발 1280m. 한라산 영실 휴게소 입구에는 아름드리 하늘을 향해 뻗은 적송지대가 펼쳐졌고, 계곡에서는 보기만 해도 시원한 물이 흐르고 있다. 아직 잠에서 덜깬 사람들은 계곡에서 흐르는 물로 세수를 하고, 두 손으로 물을 받아 목을 축인다.
어디서부터 왔는지 이름도 모르고 사는 곳도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든 산행의 시작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곳에서 보면 하늘은 아주 쪼끄맣다. 그저 앞 사람이 가는 길을 따라 가면 길이 보일 뿐.
해발 1400고지부터는 돌계단의 급경사가 등산객들을 기다린다. 어찌 산이 평탄할 수만 있으랴마는 숨을 헐떡이며 오르는 사람들의 이마에는 벌써부터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다.
이제부턴 산행의 순서가 바뀌는 코스다. 앞서갔던 사람들은 힘에 겨워 돌 계단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초등학교 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는 엄마의 손을 잡고 자기와의 싸움에 도전한다. 한치 앞서가던 남편이 뒤따라 오는 내가 힘겨워 보였던지 뒤로 손을 내민다. 얼마만에 잡아보는 따뜻한 손인가?
힘들고 지쳤을 때마다 위로의 말을 아끼지 않았던 남편이 늘 고마웠지만, 날마다 메일로 쓰는 편지속엔 투정만 늘어 놓았다. " 일찍오세요. 술 많이 드시지 마세요" 라는 잔소리도 오늘 한라산에서만은 잊어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