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이 주의 새 책들

<자주와 평화...> <꽃 진 저 나무...> <슬픈 여인의...>

등록 2003.05.16 12:13수정 2003.05.1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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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더 이상 북한을 위협하지 말라"
- 박석률의 <자주와 평화, 개혁으로 일어서는 땅>


a <자주와 평화, 개혁으로 일어서는 땅>

<자주와 평화, 개혁으로 일어서는 땅> ⓒ 백산서당

'북한은 심각한 전력난 탓에 밤에 불을 밝히지 못하고 있고, 절대적으로 부족한 식량으로 인해 고난의 행군을 지속하고 있다. 더 이상 미국의 부시 패거리들이 만들어낸 관념으로 북한을 위협하지 말라.'


<이 땅에 살기 위하여>와 <자주와 평화, 누가 위협하는가> 등의 저서를 출간한 바 있는 박석률씨가 '한반도의 자주와 평화를 위해 한국 내 개혁세력은 어떤 역할을 해야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근간 <자주와 평화, 개혁으로 일어서는 땅>(백산서당)을 통해서다.

이번 책을 통해 박 씨는 남한과 북한의 평화논의를 저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이라고 지적한다.

'남북 사이에 맺은 불가침 협정이 한반도에 완전한 평화를 주지 못하는 이유는 평화논의가 진전되어가려고 하면 미국이 개입하여 이를 거꾸로 돌려놓으려고 하는 역사가 되풀이되어왔기 때문'이라는 박 씨의 주장은 미국의 '북한 선제공격론'이 대두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주관적이고 편향된 발언'으로만 치부될 수는 없을듯하다.

<자주와 평화, 개혁으로 일어서는 땅>을 통해 불평등한 한국과 미국의 관계, 잘못 기록된 해방 이후의 역사,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선결요건 등을 말하고 있는 박석률씨는 1974년 민청학련 사건과 1979년 남민전 사건으로 구속돼 10년의 세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미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전쟁 불가피성 대세가 굳어지기 전에 민족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박씨는 현재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와 사월혁명회, 겨레민주사회포럼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 다른 아름다운 시절 '노년'
- 유경의 <꽃 진 저 나무 푸르기도 하여라>


a <꽃 진 저 나무 푸르기도 하여라>

<꽃 진 저 나무 푸르기도 하여라> ⓒ 서해문집

아름다움과 빛남은 청년만의 전유물인가? SBS 라디오의 노년 프로그램 '마음은 언제나 청춘'에서 <유경의 녹색노년>이라는 코너를 진행하는 유경(43)씨가 쓴 책 <꽃 진 저 나무 푸르기도 하여라>(서해문집)는 위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 노년도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다"고 답하고 있다.


<고양이를 부탁해> <시네마 천국> <일 포스티노> 등의 영화와 <노년의 성혁명> <불량 노인이 되자> <시어머니 죽이기> 등의 책을 통해 '진실한 노년의 모습'을 읽어내는 유씨의 작업은 <오마이뉴스>에 '유경의 녹색노년'이란 제목으로 연재돼 적지 않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이번 책은 바로 그 연재물을 보강판.

'노년기의 네 가지 고통-빈곤, 병약, 무위, 소외-중 어느 한 가지에도 해당하지 않은 사람들은 노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고 말하는 유경씨는 노인문제의 해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심'이 선행되어야한다고 역설한다.

늙는다는 것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이고 보면 노인에 대한 '현재의 관심'은 나에 대한 '미래의 관심'에 다름 아닐 터.

책을 낸 출판사측은 "노년과 죽음에 대한 책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번역서인 까닭에 이 땅에 사는 사람이 지금 이곳의 언어로 사유한 책은 드물다"는 안타까움을 전하며 "솔직하고, 투명하게 노년을 이야기하는 <꽃 진 저 나무 푸르기도 하여라>가 독자들에게 어쩔 수 없는 인간조건에 대해 고민하는 잠시잠깐의 시간을 준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여성의 관점에서 전쟁을 고발한다
- 신동숙 역 <슬픈 여인의 나상>


a <슬픈 여인의 나상>

<슬픈 여인의 나상> ⓒ 해맞이

전쟁은 인간과 인간이 발 딛고 선 세계를 파괴하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다. 전쟁이 야기하는 고통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특히, 사회적·물리적 약자인 여성과 아이들이 겪는 피해는 남성들이 겪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국제 라이온스협회 지구(地區) 부총재를 역임한 신동숙이 번역·기록한 <슬픈 여인의 나상>(해맞이)은 전쟁으로 인해 여성이 겪는 참상을 숨김이나 과장 없이 보여준다.

"파시즘과 전쟁의 비인간성을 고발하고 싶었다"는 신동숙은 2차대전 당시 나치독일의 여자수용소 소장이었던 힐데가아트 코호의 수기를 번역하고, 한국인 위안부 김춘자씨의 기구한 사연을 기록했다. 책 곳곳에는 '전쟁의 악마성'이 똬리를 틀고있다.

'가스실의 나상(裸像)'이라는 소제목으로 묶인 코호 소장의 수기는 '전쟁은 피해자만이 아니라 가해자까지도 철저히 파괴하는 비극 중의 비극'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을 통해 사형을 선고받고,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깨달은 코호. 그녀의 깨달음은 참회의 기록이라 할 '가스실의 나상'을 남겼고, 이 솔직하고도 참혹스런 수기는 개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진행돼는 전쟁의 야만성과 폭력성을 고발하고 있다.

'인간의 지배본능에 뿌리박고 있는 권력욕의 준동은 언제든지 전쟁을 부를 수 있다. 파시즘과 전쟁을 감시하고 고발해야하는 것은 우리의 신성한 임무'라는 신동숙의 역자 후기는 전쟁으로 시작된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꽃진 저 나무 푸르기도 하여라

유경 지음,
서해문집, 2003

이 책의 다른 기사

더보기
당신도 언젠가는 늙는다

슬픈 여인의 나상 1

신동숙 지음,
해맞이, 2003


자주와 평화 개혁으로 일어서는 땅

박석률 지음,
백산서당,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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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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