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만한 이 주의 새 책들

<내 일본인 마누라 켄짱> <고은> <주한미군>

등록 2003.04.30 15:15수정 2003.04.3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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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주완수의 맵싸한 글솜씨
- 만화에세이 <내 일본인 마누라 켄짱>


a <내 일본인 마누라 켄짱>

<내 일본인 마누라 켄짱> ⓒ 아름드리미디어

"만화는 우리 시대의 최고 예술"이라고 말하는 만화가 주완수(44·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가 만화에세이 <내 일본인 마누라 켄짱>(아름드리미디어)을 펴냈다. 그림과 글이 행복하게 만난 이번 만화에세이에서는 지난 97년 <기억상실>에서 맛본 주완수의 맵싸한 글솜씨를 한번 더 만끽할 수 있다.


책의 제목이 된 '켄짱'은 주완수의 일본인 아내 시무라 유리(志村有理)의 별명. 국적과 살아온 환경의 차이, 9살 터울의 나이까지 극복하고 만화처럼 아기자기한 삶을 경영하고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내 일본인 마누라 켄짱>에 고스란히 담겼다.

자신을 통해 본 '한국'이라는 나라와 아내를 프리즘 삼아 들여다본 '일본'. 주완수의 글과 그림은 두 나라를 자유롭게 오가며 작가 특유의 세상보기 방법을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한국과 일본의 주도(酒道)와 술버릇을 비교한 '놈베와 술꾼' 양국 음식문화 극복기(記)인 '청국장과 낫토' 춤을 통해 양국의 국민성을 간파해낸 '강강술래와 봉오도리 춤' 등은 그림은 물론이거니와 글이 주는 맛도 한다하는 작가의 산문집 못지 않다.

"글솜씨가 오히려 그의 만화작업을 치열하게 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은 아닌가"라는 선배 만화가 박재동의 칭찬 섞인 우려에 고개를 끄덕일 정도다.

책의 마지막에 실린 '길에서 일본을 만나 일본과 살다'는 다른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열린 자세와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긴 설명 없이도 깨닫게 해주는 이번 만화에세이의 백미다.


고은의 시력(詩歷) 50년을 보다
- 한국대표시인 101인 선집 <고은>


a 한국대표시인 101인 선집 <고은>

한국대표시인 101인 선집 <고은> ⓒ 문학사상사

더 이상 부연이 필요 없는 시인 고은(70)이 걸어온 50년 시의 역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한국대표시인 101인 선집 <고은>(문학사상사).


허무주의에 경도된 영민한 학승(學僧)에서 민주화운동의 투사로 다시, 자타가 공인하는 민족시인으로 그 존재를 바꿔온 고은의 삶은 한국 현대사와 현대시의 역사에 다름 아니다.

1960년 첫 시집 <피안감성>을 시작으로 <문의마을에 가서> <조국의 별> <만인보(萬人譜)>로 이어지는 그의 피 어린 절창들은 사람들의 가슴과 머리를 동시에 흔들어놓으며, 한국시의 정점으로 우뚝 섰다.

시에 바친 그의 삶에 대한 경배는 평론가 김병익에게서 절정을 이룬다. "그의 글들은 무한자유의 상상력과 세계를 투시하는 예감으로 번득이며, 화려하고 유장한 문장은 선시(禪詩)가 빚어내는 계시로 충만해있다. 이것들이 정말, 모두 한 사람에게서 태어날 수 있는 글일까?"

이번 책에는 고은의 시와 함께 이경수의 작품론(중심 없는 세계, 존재의 빈 아름다움), 최원식의 작가론(고은, 서정시 30년의 역정), 연보, 시인의 어제와 오늘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다양한 사진자료가 함께 담겼다.

'...길은/네 집이고/네 무덤이고/수없는 내일의 후렴들이/오직 네 노래를 기다리고 있지 않느냐/가고 가거라...'는 고은 시의 한 대목을 읽는다. 그렇게 오랜 세월, 수많은 노래를 부르고도 노시인은 아직 '시의 집'에 안주하지 않고, '시의 길' 위 서있다.

주한미군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 김일영·조성렬의 <주한미군>


a <주한미군>

<주한미군> ⓒ 한울

50년을 이어온 '한·미공조'의 틀은 앞으로도 깨지지 않고 지속될 수 있을까?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 이후 지난 해 가을부터 이어진 광화문 '촛불시위'와 이라크 침공 등 미국의 신제국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한국사회 도처에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주한미군의 역할과 위상을 재점검하는 책이 출간돼 화제다.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김일영 교수와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조성렬 연구위원이 공저한 <주한미군>(한울).

책의 출판은 지난 50년간 별다른 흔들림이 없었던 한미공조가 삐꺽거리는 지금의 상황을 정확히 보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를 위해 공저자들은 주한미군의 역사와 역할을 검토하는 동시에 '탈냉전과 남북화해 시대에도 과연 주한미군이 필요한 것인가'를 진지하게 묻고 있다.

모두 8장으로 구성된 <주한미군>의 제7장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이후 주한미군의 지위조정'에서 두 저자는 '한반도의 평화체제가 성공적으로 구축되기 위해서는 한미간의 협정체결과 국제적인 추인 뿐 아니라, 이를 관리할 국제평화관리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주한미군의 중립적인 동맹군화(化)를 요구하는 것이기에 여러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주한미군의 역사와 위상, 현안과 전망을 총체적으로 짚어낸 <주한미군>은 미국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진 사람은 물론, 절대적인 우방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도 대상을 보는 객관적 잣대를 제공할 수 있을듯하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내 일본인 마누라 켄짱

주완수 지음,
아름드리미디어,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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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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