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찾아올 적엔>창작과비평사
1981년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를 내며 스물 일곱 청년의 현실저항의식을 보여준 하종오(50) 시인이 지천명(知天命)을 맞았다.
누구의 삶이 그렇지 않겠냐 만은 하 시인 역시 여러 곡절을 겪으며 80년대와 90년대를 보냈을 터. 최근에는 강화도에서 텃밭을 가꾸며 인간과 자연, 농촌과 도시의 단절을 고민한다는 하종오가 허위허위 건너온 삼십여 년의 시력(詩歷)을 정리하는 시집을 냈다.
<무언가 찾아올 적엔>(창작과비평사)라는 제목을 단 하종오의 10번째 시집에는 변한 듯하면서도 변하지 않았고, 달라진 듯하면서도 달라지지 않은 오만한 현실 앞에서 자아를 찾아 헤매는 시인의 고단한 모습이 담겨있다.
첫 시집의 출간으로부터 흐른 22년의 시간은 하종오를 불의한 시대에 저항하는 열혈의 청년에서 반백의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자신을 돌아보는 중년의 사내로 만들었다.
오십이 되어서야 돌아본 세상은 하종오로 하여금
'마침내 더 작아진 죽음을 내가 포옹하면/비로소 넋이 돌아서 뗏장이 푸르러졌지/그러면 죽음이 말했지, 살 만하기는 무덤 속이 살 만하군(위의 책 중 '살 만한 곳' 부분)'이라는 쓸쓸한 노래를 부르게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마냥 쓸쓸해만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무언가 찾아올 적엔>을 접한 정희성 시인은 "젊은 시절 그의 시가 저잣거리에서 부대끼며 얻어진 것이라면 지금 읽어보는 그의 시는 대지의 생산과 자연의 관조를 통해 터득한 삶의 지혜에 속해 있다"는 말로 하종오의 시가 청년시대와는 또 다른 진경을 축조해나가고 있음을 포착하고 이를 격려했다.
소설가가 포착해낸 '시의 풍경'
- 박범신 시집 <산은 움직이고 물은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