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가 익어가면 마음이 바빠지는 건 어른들이고 아이들은 보리 꼬실라 먹을 때가 되니 날아가게 좋았습니다.김규환
동네꼬마녀석들 꼴 베는 건 뒷전, 보리꼬실라 먹는데 정신 팔려
푸른 기운이 조금 남아 있고 보리 껍질이 붉은 기운이 도는 무지개 빛일 때면 우린 꼴 베러 갈 때 반드시 ‘비사표’ 사각 통 성냥 집 한 쪽을 뜯고 성냥 골을 대여섯 개 챙겼다. 행여 꼴 베다 물에 젖을까봐 많지도 않았던 종이에 조심스레 꼬깃꼬깃 싸서 윗 주머니에 넣어 옷핀을 찔러 빠져나오지 않게 해서 나간다.
보리를 혼자서 먹다가 무슨 날벼락을 맞을 지도 모르는 터라 두셋이 한 짝이 되어 석 줌 정도 베어 온다. 나머지 사람은 밖에서 망을 양쪽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고 논 가에서 베어서는 절대 안 된다. 베다가 봉변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베어 나오면 그 많은 보리밭 어디서 베었는지 모르는 까닭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게 보리 서리다.
그 때 누가 오는가를 지켜보던 아이들은 냇가에 말라 비틀어져 걸려 있는 앙상한 나뭇가지를 모으고 나뭇잎을 긁어모아 꼬실라 구워 먹을 준비를 해야 한다.
게 중 한 명이 보리를 베어 나와 “야! 일로 와봐라잉~”하자, “알았당께”하면서 모여들었다.
“근디 얌마 많이도 벼 왔다. 언제 다 꼬실라 묵을라고 그냐?”
간댕이가 가장 작다는 아이가 말했다.
“개새꺄 묵다 냉기믄 깔망태다 넣어각고 가믄 되고, 묵다 걸리면 몇 대 맞아불면 되제 설마 죽이기 까지 하건냐? 뭐시 문제간디 그려?”
“씨벌롬아 글도 양심이 있제 이것이 뭐시냐?”
“야 색꺄? 피장파장이잖어? 이왕 먹을 꺼 몽땅 먹고 맞는 게 낳제 쥐꼬리맹키 쬐까 묵다 걸리면 억울하지도 안냐?”
한 아이가 분위기 정리를 했다.
“아따 쌕끼들아! 그만 허고 얼렁 꼬실라 묵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