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림성팔가자림업국천수동림장’(吉林省八家子林業局泉水洞林場) 하마터면 이 사진도 못 찍을 뻔했다.박도
나는 천수동에 도착하자마자 우선 전적지라는 임장(林場) 정문 현판과 건물 사진부터 찍었다.
그런 후, 공장 내에 전적비가 있는지 알아보려고 사무실로 갔다. 직원에게 부탁했더니 그는 곧장 우리 일행을 공장장에게 안내했다.
공장장은 40대 초반쯤의 한족이었다. 한 기사가 중국말로 한참을 교섭하는 동안 그는 우리 몰골을 한참 훑고는 가부간 아무런 말이 없었다.
공장장은 한참이나 뜸을 들인 후, 마침내 공장 내 모든 시설물이나 공장 건물도 일체 사진을 찍을 수 없다고 딱 잘라 거절했다. 내가 나서서 사정하기에는 중국말이 벙어리라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차에 올랐다. 다행히 공장 현판과 건물이나마 미리 잘 찍어뒀다는 생각이 들었다.
“햇볕이 있을 때, 건초를 말려라.”는 서양 속담은 유적지 답사를 하는 사람에게도 명언이란 걸 새삼 깨달았다. 색다른 풍물이나 역사 현장은 누가 뭐라 하든 보이는 대로, 도착하자마자 사진부터 찍어둬야 된다. ‘다음에, 돌아올 때, 날이 개면 찍지.’하면서 다음으로 미뤄 버리면 영영 기회가 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는 이런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이번 답사기간 중에 몇 번을 놓친 적이 있었다. 그 중, 가장 아쉬운 장면을 놓친 것은 장춘에서 하얼빈으로 가는 길이었다.
드넓은 만주 벌판을 눈이 시리도록 보고 달리면서 몇 번을 카메라에 담으려다가 끝내 놓쳤다. 하얼빈으로 가는 길에는 계속 비가 내려서 돌아오는 길에 날씨가 개면 찍는다고 미뤘다.
하지만, 장춘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빗줄기가 더욱 세찼고, 거기다가 열차 시간에 쫓기고, 날씨 탓으로 금세 땅거미가 깃들여서 도저히 만주 벌판을 앵글에 잡을 수 없었다.
그 광활한, 아득한 지평선 만주 벌판은 끝내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기지 못하고 내 마음의 눈에만 선할 뿐이라 두고두고 못내 한스러웠다.
인생사의 기회도 마찬가지이리라. 기회를 놓치지 않는 자만이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