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144

조두혹계두(鳥頭或鷄頭) (3)

등록 2003.05.28 13:14수정 2003.05.2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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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문파든 호법, 장로가 천 명인데 일반 제자들의 수효가 열 명인 곳은 없는 법이다. 다시 말해 수뇌부는 소수라는 것이다.

절대다수인 하위 제자들은 차배수를 전폭적으로 지지하였다. 그 결과 잃었던 문주 자리를 이틀만에 다시 되찾게 되었다.


호법과 장로들의 불평은 여전하였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차츰 잦아들고 있었다. 더 이상 떠들었다가는 절대다수인 하위제자들에 의하여 갈가리 찢길 수도 있다 느낀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아직 권력을 완전하게 잃은 것은 아니다. 그 동안의 기반과 막강한 금력이 있으므로 아직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하지만 전과 같이 왈왈 대는 수준은 못되었다.

곤혹스러운 것은 무림천자성이었다. 다 된밥에 코를 빠트린 격이 되어버린 데다가 소문까지 나서 이제는 은밀한 공작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문주 자리를 되찾은 차배수는 빠른 속도로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배내문의 수뇌부들과 짜고 막대한 부를 챙기던 무림천자성은 배가 아파졌다. 그동안 취해왔던 폭리(暴利)가 반감 정도가 아니라 반의 반감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다음에 취한 행동은 쉽게 눈치챌 수 없을 정도로 교묘한 조치였다. 그것은 월빙보가 겪은 것과 비슷한 경제 봉쇄였다. 못 먹을 감이니 찔러나 본다는 못된 심보의 발로였다.


그렇다고 겉으로 드러날 정도로 원천적인 봉쇄를 취하지는 않았다. 그랬다가는 무림의 다른 문파들이 이를 쉽게 눈치채고 경계하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건 요즘 배내문은 일체의 땔감도 무림천자성에 납품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땔감을 생산하는 제자들은 여전히 무림천자성의 농간에 놀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배내문의 요즘은 궁핍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이었다.


무림천자성의 최후 목표는 전 무림을 일통하여 자신의 휘하에 두는 것이다. 현재에도 막강한 힘을 지니고는 있지만 아직은 전 무림을 한번에 상대할 정도의 힘은 없다. 그렇기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상황 하에서 하나 하나 집어삼키는 중이었다.

천하의 상계를 주름잡는 무림천자성으로서는 배내문과 같이 작은 문파에 공급되는 물자의 수급을 끊는 것은 일도 아니다.

전에는 얼마든지 외상으로도 물자를 공급했으나 최근 배내문은 현찰이 아니면 물건을 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유일한 젖줄이라 할 수 있던 땔감 생산이 전면 중단되어 있기에 수입이 전혀 없어 은자를 지불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궁핍이 무엇인지를 절실하게 배우고 있다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림천자성과의 관계 복원을 시도하지 않는 것은 차라리 굶어 죽일지언정 과거와 같이 그들에게 예속되는 치욕을 더 이상 겪지 않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차배수가 나쁜 사람인 것으로만 인식하고 있던 선무곡 사람들의 이러한 시각 변화는 삼의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그들이 지금껏 속여왔다는 것을 알게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삼의의 말이라면 껌뻑죽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았다. 반면 그들이 하는 말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사람도 생겨났고, 아예 그들의 말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사람들도 많이 생겨났다.

그들의 공통된 의견은 삼의의 축출(逐出)과 말살(抹殺)이었다.

그동안 저지른 죄 값을 치르게 하려면 돌로 쳐죽여도 시원치 않다 하였다. 그 가운데 방조선에 대한 반감이 가장 강했다.

선무곡이 왜문에 의하여 병탄될 때 앞장서서 온갖 못된 짓을 자행하였던 송병준이 바로 방조선의 선조이기 때문이었다.

송병준은 왜문의 개였고, 방조선은 무림천자성의 개라면서 개 같은 집안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삼의가 활개를 치고 돌아다니는 것은 그들에게 당한 세뇌를 여전히 인식하지 못하는 고루한 사람들이 제법 있기 때문이다.

주청에서 술을 마시는 주객들은 핏대를 세우면서 삼의와 그의 휘하에 대한 욕을 서슴지 않았다.

그중 하나가 방조선이 환자를 진료할 때 질병의 정도나 치료에 대한 기록을 도맡아 하는 병부잡이 조잡재(鳥雜災)이다. 그는 변견자(便犬子)라는 외호로 불렸다.

원래 외호에 붙이는 자(子) 자의 의미는 높임말이다.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때에는 여러 학파들이 생겨났다. 유가(儒家), 도가(道家), 묵가(墨家), 법가(法家), 명가(名家), 병가(兵家), 종횡가(縱橫家), 음양가(陰陽家)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학파들을 세운 공자(孔子), 관자(管子), 노자(老子), 맹자(孟子), 장자(莊子), 묵자(墨子), 열자(列子), 한비자(韓非子), 윤문자(尹文子), 손자(孫子), 오자(吳子), 귀곡자(鬼哭子) 등을 통칭하여 제자백가(諸子百家)라고 한다.

이들의 외호 말미에 붙어 있는 자(子) 자는 존경하고 흠모한다는 뜻이 담긴 높임말이다. 하지만 변견자의 외호에 붙어 있는 자(子)자는 그 의미가 사뭇 달랐다.

이것은 글자 본연의 의미인 『새끼』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변견자는 『똥개 새끼』라는 의미였다.

그가 이토록 욕을 먹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되먹지도 않은 궤변과 독설로 여러 사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조잡재는 중원의 수많은 성씨 가운데에서도 아주 드문 새 조(鳥) 자가 성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성씨를 빗대어 우스개 소리를 만들었다.

누워서 침 뱉는 줄 모르고 연일 헛소리나 하는 그를 가리켜 조두혹계두(鳥頭或鷄頭)라고 하는 것이다.

이 말을 풀어보면 변견자 조잡재는 『새대가리가 아니면 분명 닭대가리』라는 뜻이다. 워낙 머리가 나쁘기 때문에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가운데 헛소리만 하기에 붙은 별칭이다.

얼마나 머리가 나쁜지 가끔은 제 능력으로는 도저히 이룰 수도 없는 헛소리를 하기도 한다.

방조선의 휘하에는 이와 버금갈만한 사람이 여럿 있다.

그 가운데가 가장 두드러진 자는 단연 광견자(狂犬子) 금대준(禽大 )이다. 그의 외호는 『미친 개새끼』라는 의미이고, 그의 성명을 풀어보면 『크게 횡설수설하는 하는 새』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금대준을 조잡재와 구별하기 위하여 그에게 오두혹작두(烏頭或雀頭)라는 별칭을 지어주었다.

역시 『까마귀대가리가 아니면 참새대가리』라는 뜻이다.

방조선의 휘하에서 탕약 달이는 것을 총괄하는 그는 약을 달이면서 헛소리를 많이 하는데 번번이 새까맣게 탈 때까지 달인다고 한다. 평생 동안 그 일만을 했는데도 그 정도이니 얼마나 머리가 나쁜지 가히 짐작이 갈만하다.

게다가 하는 말마다 미친개나 할법한 개소리를 한다 하여 광견자라는 외호로 불리는 것이다.

광견자 금대준이나 변견자 조잡재에게는 미치지 못하나 방조선의 휘하에는 외호에 아들 자(子)자가 있는 사람이 또 있다.

『더러운 냄새나는 개새끼』라는 의미인 취견자(臭犬子) 유구닐(劉狗 )이 그이다. 그의 성명 역시 만만치 않은데 개와 친하게 지내는 유씨라는 의미이다.

그의 외호는 입만 열면 더러운 냄새가 풀풀 풍기는 악담만 한다하여 붙은 것이다. 일설에 의하면 그는 광견자가 일을 보고 나면 밑을 닦아주던 놈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방조선의 휘하에는 『머리 속에 아무것도 든 게 없는 개』라는 뜻의 무뇌견(無腦犬) 백지녕(百指 )이라는 약초꾼 등이 있다.

그는 변견자 조잡재 밑에서 어떻게 아부하면 출세할 수 있을까만 생각하지 다른 것은 일체 생각지 않는 자로 얼마 전에야 비로소 명예롭지 못한 외호를 얻었다.

그것은 선무곡의 유명인사 가운데 하나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면서부터이다. 그런데 그 반박이라는 것이 어찌나 치졸한지 한 눈에 봐도 아무 생각 없는 놈이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무뇌견이 된 것이다.

아무튼 사람들이 말하길 방조선을 비롯하여 그 휘하에 있는 사람 치고 제대로 된 생각이 박혀 있는 자가 없으며, 무림천자성의 개가 아닌 자가 드물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모두 쳐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들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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