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의 개벽 '삼성혈'

비가 와도 고이지 않는 '혈'의 전설

등록 2003.05.29 16:36수정 2003.05.29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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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전설과 신화가 많은 제주는 개국신화인 삼성(고씨·부씨·양씨)신화가 가장 흥미진진하다. 그 이유는 제주인들이 아직도 삼성신화와 함께 탐라가 열렸으며 그 진원의 발상지가 삼성혈이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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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혈 정문 건시문 ⓒ 김강임

국가지정 사적 제134호로 지정된 삼성혈은 7천여평의 울창한 숲속에 혈단을 중심으로 탐라시조 삼을라(고을나·부을나·양을나)의 위패가 봉안된 삼성전과 제향을 받드는 전사청이 있다. 그밖에도 조선조 현종 15년에 뛰어난 선비를 두어 면학하던 제사로써 몇차례 중수하여 오늘에 이르렀던 서원 숭보당도 삼성혈의 유적으로 통한다.

탐라에는 태초에 사람이 없었다 한다. 전설에 의하면 탐라의 주산인 한라산이 그의 신령 북쪽 기슭에 있는 모흥이라는 곳에 삼신인을 탄생시켰으며, 그 삼신인이 태어난 곳이 모흥혈이라 한다. 다시 그 모흥혈이 용출하여 삼성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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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신이 태어난 혈 ⓒ 김강임

삼성혈에서 용출한 삼신인은 수렵생활로 피의육식하다가 오곡의 종자와 송아지, 망아지 등 육축을 가지고 동해 벼랑국의 삼공주를 배필로 맞이하여 땅을 정한 후 농경생활을 하며 생활터전으로 삼았다.

따라서 그 전설의 유래 역시 흥미롭다. '삼을나'가 하루는 한라산에 올라가 멀리 동쪽 바다를 보니 자주색 흙으로 봉한 목함이 파도를 따라 왔다. 그 목함은 지금 성산 온평리에 이르렀으며 삼신이 그 자주빛 목함을 열어보니, 그 안에 석함이 있고, 자주빛 옷에 붉은 띠를 두른 사자가 나타나 그 석함을 여니, 푸른 옷을 입은 세 처녀가 나타났다.

삼신인은 아무런 다툼없이 그 세 처녀를 배필로 맞이했다는 전설은 아무리 전설이지만 삼신인이 생활터전을 마련하고 지역을 정했다는데 그 의미를 둔다.

건시문인 정문을 통해 삼성혈에 들어서 영상실에서 탐라개국의 신화를 영상화한 탐라개국의 신화를 보아야만 삼성혈의 의미를 알 수가 있다.

그리고 혈에 들어서면 아직도 전설이라고 믿기에는 너무 흥미로운 모흥혈이 신화처럼 관람객을 맞이한다. 지상에 파인 세개의 구멍은 품자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둘레가 6자이고, 깊이는 바다까지 통한다고 한다. 나머지 둘은 둘레가 각각 3자이나 오랜세월로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다.

이를 증명하듯 이 세계의 지혈은 주위가 수백 년 된 고목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모든 나뭇가지들이 혈을 경배하듯이 신비한 자태를 취하고 있다. 또 아무리 비가 많이 오거나 눈이 내려도 빗물이 고이지 않고 혈내에는 눈이 쌓이지 않는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아직도 전설이라고 말하기에는 믿기지 않은 듯 신비로움과 경탄을 금치 못한다. 탐라삼을라의 위패가 봉안된 삼성전은 제향에 관한 일을 맡아보는 집이다. 조선 순조 27년에 세워진 후 몇차레 이건한 전사청도 둘러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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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청 모습 ⓒ 김강임

더구나 자주빛 목함이 올라온 성산읍 온평리 바닷가를 '연혼포'라 하여 지금도 세 공주가 도착할 때 함께 온 말의 발자국이 해안가에 남아 있다. 또 삼신인이 목욕한 연목을 '혼인지'라 부르며 신방을 꾸몄던 굴을 '산방굴'이라 하여 그 안에 각기 3개의 굴이 있어 현재까지 그 자취가 보존되고 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고·부·양 후손들은 해마다 삼성혈에서 봄(4월10일)과 가을(10월10일)에 춘추대제를 지낸다. 또 삼을라의 탐라개벽을 기리기 위해 건시대제라 하여 혈단에서 후손들이 왕에 대한 예우로써 금관제복을 착용하고 제향에 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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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각(정자) ⓒ 김강임

삼성혈은 제주시 이도1동에 소재하고 있으며 제주공항에서 20분 정도 걸리며 칼호텔에서 걸어서 3분이며 된다. 입장료는 어른 1600원. 청소년 800원. 어린이는 500원이다.

특히 제주인들은 이 신화가 아직도 생활의 터전을 형성하고 수눌음과 조냥정신의 바탕이 되고 있다고 믿고 있다. 더욱이 이에 대한 설화는 <삼국사기>와 <동국편람>, <고려사>, <세종실록지리지>에도 기록되어 있어 전설과 현실의 분위기를 동시에 풍기고 있다. 현재 아이들의 견학장소와 유적지 탐방 장소로 많은 관광객들에게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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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나무 아이들의 정원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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