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망에 담아온 산사이야기(1) 보탑사

진천 보련산 보탑사, 꽃잎 형상의 산세에 보탑이 꽃술로 조화를 이룬 곳

등록 2003.06.07 08:31수정 2003.06.1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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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연꽃의 꽃잎 산세에 보탑사가 꽃술처럼 조화를 이루었다.

연꽃의 꽃잎 산세에 보탑사가 꽃술처럼 조화를 이루었다. ⓒ 임윤수

선조들의 지혜가 참 깊고 맑다는 것을 느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지만 형상에 어울리는 지명을 보면 감탄스럽기까지하다.

산세나 지형을 보고 "와우형=소가 누워 있는 형상"이니 "옥녀단좌형=여자가 앉아 있는 형상" 또는 "선인독서형=선비가 책을 읽고 있는 형상"등으로 주변을 연상하기에 충분한 명칭이 많다는 것에 놀랄 때가 많다.


풍수지리나 공간개념이 남다르지 못해 잘은 모르지만 보련산(寶蓮山)을 보는 순간 이름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연꽃 형상의 산임을 알 수 있다.

a 맑은 호수가 피곤한 심신을 달래주는 듯 하다.

맑은 호수가 피곤한 심신을 달래주는 듯 하다. ⓒ 임윤수

원만히 둥글둥글한 꽃잎이 겹겹을 이루고 가운데 꽃술이 있는 연꽃은 곱고 탐스럽기도 하지만 불가에서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꽃이기도 하다.

보련산 형상이 꼭 연꽃과 같다. 원만히 둥글둥글한 주변의 산세가 꽃잎처럼 겹겹이 빙 둘러져 있다.
이런 연꽃 산세의 꽃술자리에 3층 목탑이 자리하고 있으니 이곳이 바로 보련산 보탑사(寶塔寺)다.
보탑사가 없다면 보련산은 자칫 꽃술 없는 연꽃이 될 뻔하였는데 보탑사가 자리하므로 완전한 연꽃으로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a 안개와 어우러진 보탑과 산세가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준다.

안개와 어우러진 보탑과 산세가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준다. ⓒ 임윤수

보탑사는 어느 곳에서도 쉽게 다가갈 수 있게 중부고속도로 진천 IC나 오창 IC, 경부고속도로 목천 IC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진천 IC에서는 요금을 계산하며 안내도를 받을 수 있다.

차를 세우고 한 두 번쯤 묻거나 지도를 이용하여 김유신 장군 탄생지를 찾으면 이미 보탑사에 들어선 것이라 생각해도 좋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의 명장 김유신장군 탄생지는, 산사람이 살기에 제일 좋다고 하여 붙여진 "생거진천"인 진천에 있고, 그 곳에서 계곡을 따라 조금만 더 올라가면 위쪽에 보탑사가 있다.


a 와불이 모셔진 적조전으로 문살이 아주 곱다.

와불이 모셔진 적조전으로 문살이 아주 곱다. ⓒ 임윤수

김유신 장군 탄생지서부터 자세를 추스르고 마음을 비우면 된다. 좋은 곳에서 좋은 감명을 받아가려면 아무래도 여유 있는 마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이 마음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뭐가 걱정 될까. 이런 저런 잡념과 근심으로 마음이 비워지지 않아도 조급할 필요는 없다. 보탑사를 향하여 한 걸음씩 다가서다 보면 알게 모르게 마음이 비워지고 여유가 생겨난다.

숯 터에서 솟아나는 뽀얀 연기에 섞인 참숯냄새가 공해에 둔감해진 후각을 깔끔하게 닦아주며 여유가 생길 심신을 준비해 준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차를 몰다보면 좌측으로 눈길을 유혹하는 호수가 있고 조금 더 올라가면 솔바람에 흔들리는 노송과 계곡을 흐르는 물결소리가 하모니를 이루어 시각과 청각을 통해 마음에 넓은 마당하나 마련해 준다.


a 지장보살님이 모셔진 지장전이다.

지장보살님이 모셔진 지장전이다. ⓒ 임윤수

주차공간이 마땅치 않아, 잠깐 내려서 발목이라도 담그고 싶다는 유혹을 떨치며 조금 더 올라가면, 알록달록 곱게 단청된 3층 목탑이 눈을 동그랗게 하니, 그곳이 바로 보탑사다. 고향과 전원을 생각하면 언제고 떠오르는 동구 밖 그 느티나무를 옮겨 놓은 듯한 커다란 느티나무 주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몇 걸음만 걸으면 바로 보탑사 경내로 들어서게 된다.

보탑사는 3년에 걸친 시공으로 1996년 6월 9일 완공되었으며 높이가 42.17m나 되는 3층 목탑으로 총 1백 51.87평 규모라고 한다. 규모에 있어 기록으로만 남아 있는 황룡사 9층탑의 절반 수준이라고 한다. 보탑사가 고건축사에서 갖는 의미는 황룡사 이후 사람이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최초의 건물이란 점이다. 못 하나 쓰지 않고 나무를 이어 짜 올린 이 건물은 20세기까지 축적된 한국 고건축 기법을 총망라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한다.

a 보탑 내부에는 사방불이 모셔져 있다.

보탑 내부에는 사방불이 모셔져 있다. ⓒ 임윤수

보탑은 그 설계에만 2년이 걸렸고, 당대 한국 고건축계 장인들이 총망라 돼 건축되었다고 한다. 문화재 전문위원 신영훈 선생님이 총 지휘를 맡았고, 설계는 박태수씨, 단청은 인간문화재 한석성 선생님 등이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당대 최고 장인들의 힘을 형상화한 사람은 지헌건설의 김영일 상무(현 가산건설 회장)라고 한다.

a 보탑 2층에는 경전이 모셔진 윤장대가 있다. 이 윤장대를 한 바퀴만 돌리는 것으로도 큰 공덕을 쌓게 된다고 한다.

보탑 2층에는 경전이 모셔진 윤장대가 있다. 이 윤장대를 한 바퀴만 돌리는 것으로도 큰 공덕을 쌓게 된다고 한다. ⓒ 임윤수

대개의 절들을 찾게 되면 일주문, 천왕문, 대웅전, 극락전 등 다수의 전각이 있고 전각마다 부처님들이 봉안되어 있지만 보탑사는 보탑 1층에 석가모니불, 아미타불, 비로자나물, 약사유리광불을 사방불로 모시고 있다. 물론 부처님마다 협시불이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경전을 모셔놓은, 한 번 돌리는 것만으로도 공덕을 쌓게 된다는 윤장대가 있고, 3층에 미륵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a 단청이 하지 않아 더 곱게 느껴지는 요사채이다. 지붕이 맞배지붕 방식과 팔작지붕 방식으로 되어 있다.

단청이 하지 않아 더 곱게 느껴지는 요사채이다. 지붕이 맞배지붕 방식과 팔작지붕 방식으로 되어 있다. ⓒ 임윤수

보탑은 단지 내부에 부처님만을 모셔 놓은 것이 아니고 각 층별로 탑돌이를 할 수 있도록 난간이 마련되어 있다. 난간으로 나서 탑돌이를 하며 바라보는 주변의 산세와 풍경은 가히 일품으로 자신도 모르게 환희심을 느낀다. 좀더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연꽃 술에서 꿀을 모으고 있는 벌의 평화로운 모습이 바로 자신의 현실임을 느낄 수 있다.

보탑사 경내에는 보탑 외에 500 나한님이 모셔진 영산전, 지장보살을 모셔 놓은 지장전과 와불이 모셔진 적조전 그리고 산신각이 있다. 그리고 삼베를 입은 어머니를 연상케 하는, 단청이 되지 않은 전통한옥 형태의 요사채 해행당이 있다. 얼마 전 완공된 수련원 옥상에서 뱅글뱅글 돌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조화의 절묘함을 체험할 수 있으며 보물 404호인 백비도 함께 볼 수 있다.

a 보탑사에서 느껴지는 행복감과 아름다움은 스님들의 땀에서 시작되는 듯 하다.

보탑사에서 느껴지는 행복감과 아름다움은 스님들의 땀에서 시작되는 듯 하다. ⓒ 임윤수

웬만한 화원보다도 더 다양한 들꽃과 나무들이 있고, 속까지 시원하게 해줄 감로수도 있다. 여여한 마음으로 경내를 뚜벅뚜벅 돌다 보면 세태에 찌든 피곤한 심신에 청량감이 든다.

재수가 좋으면 보탑사 구석구석에 손길과 눈길을 준 김 상무님을 만나 보탑에 담겨있는 고건축의 다양한 기법과 숨은 이야기를 동화처럼 들을 수 있다.

고건축을 공부하고, 고건축의 아름다움을 직접 느끼고 싶은 사람들은 한 번쯤 가 보아야 할 곳으로 추천하고 싶다.

a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줄 감로수 한잔으로 잠시나마 속세의 근심을 떨칠 수 있다.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줄 감로수 한잔으로 잠시나마 속세의 근심을 떨칠 수 있다. ⓒ 임윤수

현재 보탑사에서는 범종과 법고 그리고 목어와 운판이 걸리게 될 범종각과 법고각이 불사중인데, 그 양식이 아주 특이하다. 흔하게 볼 수 있는 6각이나 8각 건축물이 아닌 7각과 9각으로 건축되고 있다.

범종각과 법고각이 완공되는 오는 10월 3일 보탑사에서는, 10년이 훨씬 넘게 진행되었던 불사를 마무리하는 회향식을 갖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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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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