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석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위치한 모래내 시장1길. 젊은 시절 기름집에서 일한 아련한 기억을 못 잊어 고소한 기름 냄새를 쫓아온 사람이 있습니다. 월남전과 중동 사막에서 갖은 고생으로 청춘을 보낸 방용주(57)씨는 아무 것도 없는 맨 손으로 가정과 가계를 이루고 한국 경제 성장의 든든한 근간이 되었노라 자랑스러워합니다.
"정말 죽도록 피 땀 흘려 일했어요. 현재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결코 남 얘기가 아니에요. 그들의 모습엔 사람들이 까마득하게 잊어버린 우리네 과거사가 배어 있어요. 그래도 대한민국이 이렇게까지 살아 갈 수 있기까지는 7-80년대에 목숨 바쳐 치열히 일했던 산업 일꾼들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서민들의 짙은 땀 냄새와 고단한 함성이 잠들어 있는 시간. 미처 잠이 덜깬 새벽 해를 뒤로 그는 아침 식사 시간인 9시까지 단 5분도 편히 앉아 있질 못합니다. 문을 열자마자 판매할 곡식을 진열하고 밤 새 쌓인 먼지를 털어내는 등 그렇게 26년을 한결같이 달려 왔습니다.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가느라 남다른 취미나 특별한 추억이 없어 아쉬움을 표하는 방씨는 그래도 큰 고비 없이 매출이 이어지는 분주한 일상에 고마워할 따름입니다.
장사란 운도 따라야 하지만 결국 자신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그 승패가 좌우된다고 믿는 그는 '친절'을 장사 철학의 제일로 뽑습니다.
"만약 장사를 하려면 최소한 30곳 이상을 견학하며 배워야 해요. 남이 다 한다고 무조건 따라하면 일 년 안에 망해 버리죠. 장소, 친절, 시장 정보에 따라 장사의 승패가 결정되지만 아무리 정보가 빠르고 장소가 좋아도 결국 손님들에게 친절하지 못하면 금방 망해 버리고 말아요. 뭐니뭐니 해도 손님에게 친절한 것이 오래 남을 수 있는 최선의 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