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생활의 즐거움과 묘미

아빠, 저 나비 뭐하는 거?

등록 2003.07.04 05:48수정 2003.07.0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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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살 때만 해도 벌레만 보면 기겁을 하던 막내가 언젠가는 나도 만지길 꺼려하는 벌레를 만지며 콩알벌레라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잠자리를 한 마리를 잡아와서는 자랑을 합니다.


"아빠, 나 잠자리 잡안!(잡았어!)"
"그래, 조금만 보고 놔주자. 그런데 어떻게 잡안?(잡았니?)"
"손가락을 빙빙 돌리다가 잡안!"

시골생활 일년 4개월만에 변한 우리 아이의 말투와 시골스러움이 정겹게 다가옵니다. 내친 김에 아들과 나비구경을 하자고 했습니다.

a 달리아와 작은멋쟁이나비

달리아와 작은멋쟁이나비 ⓒ 김민수


먼저 마당에 나오니 화단에 활짝 피어 있는 달리아에 나비들이 한창 꿀을 모으고 있습니다. 바람이 좀 많이 부는 탓인지 가까이 가도 적이 가까이 왔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합니다.

"아빠, 저 나비가 뭐 하는 거?(뭐하는 거야?)"
"꿀 모으는 거."
"음, 맛있겠는데 나도 달리아꿀 먹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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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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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아마도 지난번에 꿀풀의 꽃을 먹은 기억이 나는가 봅니다. 서울에 있었다면 쉽게 경험하지 못할 일들을 마당에서 아들과 함께 경험을 한다 생각하니 이것은 시골생활의 작은 즐거움입니다.


서울에 있을 때에는 유리관에 갇힌 나비를 본 것이 가장 가까이서 본 것일지도 모를 아들에게 살아 있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생방송하듯 보여줄 수 있다는 것, 그런 맛도 시골에 사는 즐거움과 묘미를 더해주는 것입니다.

a 먹부전나비

먹부전나비 ⓒ 김민수


좀 다른 종류의 나비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꽃에 앉은 나비는 아니었지만 바람을 피해 바위에 앉은 먹부전나비를 아들이 발견했습니다.


"아빠, 이거 찍으면 멋있겠다."
"어디 보자."

그러나 살금살금 다가가 찍으려는 순간 날아가 버립니다.

"아빠, 좀 살금살금 와야지 나비한테 들키지 않지. 아빠는 그것도 모르냐?"

아들이 아빠 뒤에 붙어서 '살금살금' 입으로 중얼거리며 좇아다닙니다. 그 덕분인지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a 뱀무와 흰나비

뱀무와 흰나비 ⓒ 김민수


마당에서 길가로 나왔습니다. 학교가는 길에도 이런 저런 꽃들이 피어있으니 그 곳에도 나비가 있을 것입니다. 노란 뱀무에 앉아 있는 나비가 있었습니다.

"용휘야, 저기 나비 보이지?"
"와! 나비도 예쁘고 꽃도 예쁘고."

그런 것 같습니다. 예쁜 것이 무엇인지 설명해주지 않아도 그냥 보는 느낌으로 '아, 저건 예쁘다!'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입니까? 산책하는 길에 소중한 경험을 듬뿍 안겨줄 수 있으니 이 또한 시골생활의 묘미요, 즐거움입니다.

a 미역취와 흰나비

미역취와 흰나비 ⓒ 김민수


꽃마다 나비며 벌이 찾아와 열심히 꿀을 모으는 것은 보면서 우리 아이가 삶은 저렇게 열심히 사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꽃도 가지가지 여러 가지 모양이고 저마다의 향기와 맛을 가지고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만들어간다는 것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a 미역취와 나방

미역취와 나방 ⓒ 김민수


"아빠, 저 나비는 날개가 작아!"

나방이지만 나비 못지 않게 예쁜 날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들과 나비를 구경하러 나온 길,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긴 여운으로 남길 바라면서 무등을 태워 돌아오는 길이 가볍기만 합니다. 이 또한 시골생활의 즐거움이요, 묘미가 아닐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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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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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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