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석
24시간 연중 무휴. 오후 1시에 출근해 새벽 4시에 퇴근하는 곽씨는 일주일째 지독한 목감기를 앓고 있었다. 피곤함이 빨갛게 물든 눈과는 아랑 곳 없이 고객의 머리카락을 손질하는 그녀의 손놀림이 분주하기만 하다.
"대통령도 안 부러워요! 대통령 혹은 영부인도 결국 우리의 손을 필요로 하지 않나요? 헤어 디자이너는 예술을 창조하는 당당한 전문직입니다. 무엇보다도 사람을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얼굴에서 풍기는 첫 이미지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첫 이미지를 창조해 주는 사람이잖아요. 다시 태어난다 해도 전 헤어 디자이너를 할 거예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다렸다는 듯 시원하게 자신의 직업관을 당당히 피력하는 곽씨의 눈빛에 거센 '생동'이 포효한다. 도무지 빈틈이 없어 뵈는 그녀에게도 초보의 시절이 있었다.
"정말 초창기 시절이었는데 손님 머리를 너무 만지고 싶었어요. 마침 원장 선생님이 없는 틈을 타 무조건 제가 해보겠노라 도전해서 간신히 커트 할 기회를 얻었어요. 긴 머리를 어깨까지 자르는 거 였는데 어느 새 하다보니 귀밑까지 자르고 말았어요. 양쪽 머리 길이가 달라 보여 계속 똑같이 하려다 보니 그렇게 돼버린 거죠.
손님은 울그락 불그락 하며 화를 내시고 급기야 원장 선생님을 불렀어요. 원장 선생님이 보자 마자 손님 보는 앞에서 바로 혼을 내시는데 그때가 정말 가장 많이 울었을 거예요. 나중엔 그 손님에게 너무 미안해 자비를 털어 파마를 해드리기도 했어요. 그저 어떻해서든 머리 한번 만져보고 싶다는 마음에 겁없이 달려들었던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