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정 선수.체육박물관
21년 전 신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지금의 아내와 결혼했다. 신혼살림이 시작되었다. 서울 잠실에서 전세방을 얻어 신혼생활을 했는데 막상 어느 교회에서든지 오라고 하는 데가 없었다. 신월동 Y교회에서 교육전도사를 하고 있었는데 파트타임으로 하는 것이니, 나머지 시간은 하릴없이 오만가지 생각을 하면서 나를 불러주는 곳을 기다렸다.
어느 날, 친구목사의 전화를 받고 충청도 단양으로 달려갔다. 교회담임자 자리가 하나 생겼다는 것이다. 그 교회장로들과 인터뷰를 했다. 나는 감지덕지하여 어떤 조건이든 상관하지 않기로 하고 교회 담임전도사 자리를 수락했다.
때가 한여름이었다. 내가 교육전도사로 아르바이트하던 교회의 여름행사를 끝마치고 가겠다고 한달 말미를 주었는데, 한 달이 지나도 아무연락이 없었다. 이미 전세방은 비워주기로 하고 교회에서 송별회도 마친 터라, 언제고 오라고 하면 짐을 싣고 떠나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내가 가기로 한 교회에선 나를 담임자로 모신다고 철썩 같이 약속을 했기에 그 약속을 믿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나를 처음 소개해주었던 친구목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대뜸 한다는 말이 나보고 “그 교회에 가서 설교를 어떻게 했냐?” 는 것이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물었더니 그 쪽 교회에서 내 설교가 문제가 되어 발칵 뒤집어 졌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설교를 어떻게 하였길래….’
그 때가 장마철이어서 노아 홍수설화 이야기를 했다. 나도 궁금해서 다시 설교노트를 들춰보았으나 문제될 만한 내용이 없었다. 얼핏 집히는 대목은 설교 중 에 5.18광주항쟁 이야기를 슬쩍했고, 내가 좋아하던 양성우 시인의 ‘이러다가’라는 시를 낭송한 것이었다.
“이러다가 점점 답답해지고/ 이러다가 점점 허물어 지겠구나/ 도대체 산다는 것이 죽는 것보다 어렵다면야/ 어떻게 눈 뜨고 있겠느냐/ 이러다가 갑자기 쓰러진다거나/ 쓰러진 채 휴지처럼 짓밟힌다든지/ 짓밟혀서 진흙 속에 묻혀 간다면/ 억만년 메마른 씨앗으로/ 어디에서 힘차게 싹터 오르고 어디에서 힘차게 자랄 것이냐…/ 이러다가 별똥처럼 사라져가고/ 사라지며 한마디도 말 못한다면/ 영혼은 어디에서 흐느껴 울고/ 어디에 기대어 잠들 것이냐/ 어디에 기대어 잠들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