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는 장애아동 교육권 실천 약속을 지켜야

통합교육예산 삭감은 장애인 교육인권의 후퇴다

등록 2003.07.28 10:11수정 2003.07.2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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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7/25 기획예산처 앞 '통합교육 예산 삭감 규탄대회'

7/25 기획예산처 앞 '통합교육 예산 삭감 규탄대회' ⓒ 박신용철 기자

25일 기획예산처 앞에서는 장애인교육권연대와 통합교육시민연대에서 주최한 장애아동 통합교육예산 삭감을 규탄하는 결의대회가 열렸다.

참석한 장애학생 학부모들은 통합교육 예산을 기획예산처가 삭감 심의한 것은 정부가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에 따른 약속을 스스로 저버린 것이라며, 정부가 오히려 장애학생 교육차별을 조장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이날 집회에는 장애인참교육부모회, 장애인통합교육부모모임, 뇌성마비부모회, 부산과 충남지역 장애인부모회 등 200여명이 참석했으며, 참교육학부모회가 연대단체로서 참석했다.

7월초 기획예산처에 의해 특수교육지원센터 등 통합교육 지원예산 273억원이 삭감된 후 기획예산처 홈페이지(http://www.mpb.go.kr)에는 학부모들의 항의 글이 빗발치고 있으며, 정부청사 앞에서는 장애인교육권연대 회원들의 1인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장애학생 통합교육권은 특수교육진흥법과 정부의 계획에만 존재하고 예산의 뒤받침이 없어 줄곧 장애학생 교육권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최근 들어 통합교육권 보장요구는 전국에 걸쳐 조직화하여 참여정부 교육복지정책에 대한 비판 의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필자가 참여하는 장애인참교육부모회를 비롯해 3개 장애인 부모단체, 교사단체, 예비교사, 장애학생, 성인장애인, 장애인 교육지원 단체 등 14개 단체가 참여해 '장애인교육권연대'를 발족했다.

'양치기 소년들'의 거짓말 언제까지 계속되나


a 정부청사 앞 1인 시위 - 장애인교육권연대

정부청사 앞 1인 시위 - 장애인교육권연대 ⓒ 박인용

90년대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래 장애인 학부모를 비롯한 당사자들은 매년 '장애인 교육권' 보장을 요구해왔지만, 정부당국의 정책의지 부족으로 구체적인 실천이 없이 번번이 좌절되고 말았다. 물론 군부독재 하에서 장애인교육권 요구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독재자들과 그 하수관료들은 장애인들의 요구를 정당성 없는 정권을 미화하고 선전하는 도구로 이용했을 뿐이었다.

놀랍게도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하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낡은 시혜적 정책기조는 구태의연한 교육복지·예산 관료들에 의해 그대로 계승되었다. 관료들은 장애인 교육권을 실천할 의지가 없었으며, 근본적으로는 정권의 교육복지 모순에 대한 개혁실패에 기인했다.


1994년 특수교육진흥법을 정비한지 10년이 되었음에도 법이 규정한 장애인교육권 보장은 해마다 예산부족을 이유로 보류, 방기되었다.

지난 국민의 정부에서 장애인복지발전 5개년 계획의 하나로 제출되었던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 역시 몇 차례 법을 고치고 늘어나는 장애학생을 물리적으로 수용한 것 외에는 실천된 게 별로 없었다. 당국이 지난 5년을 허송세월 한 후, 유일하게 실천의지를 가지고 예산확보 로비까지 한 계획이 '국립 특수교육원 확대이전' 하나 뿐이었는데, 장애어린이 부모로서 기절할 지경이었다.

우리나라 장애인 교육인권의 방기는 ▲장애유아교육 공공성 방기 ▲절반이 넘는 장애학생의 교육포기율 ▲2%에 맴돌고 있는 특수교육 예산비율이 여실히 보여준다. 나머지 모든 특수교육 실천계획은 각급 교육청 캐비넷 서류 속에서나 존재한다는 것을 모든 학부모들은 똑똑히 알게 되었다. 더이상 '양치기 소년들'의 거짓말을 방관할 수 없으며 실천하지 않는 관료들의 변명을 이제는 끝장내야 하겠다.

참여정부는 장애인교육권 보장 의지가 있는가

참여정부가 들어선 후 조금은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장애아동 학부모들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난 2월 국무조정실을 거쳐 확정된 장애인복지발전 5개년 계획에 따른 2003-2007년 특수교육발전종합계획'이 벌써부터 후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2003년에서 2007년까지 특수교육예산을 전체 교육예산 2%에서 3%로 확대하여 5년간 각각 407억원, 1,029억원, 1,126억원, 1,079억원, 1,354억원 등 총 4,995억원의 예산을 확보하여 추진하기로 했었다. 장애인교육권을 보장하기에는 부족한 규모였지만 정부당국이 스스로 한 약속이기에 한번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

2003년 특수교육 신규예산이 전액 삭감된 데 이어, 올해 7월 2004년 통합교육 기반마련을 위한 신규예산이 당초 계획보다 적은 273억원이 입안되었음에도 기획예산처 심의에서 전액 삭감되고 말았다. 특수교육지원센터 90억원, 장애유아 무상교육 72억원, 장애아동 종일반지원 65억원, 특수교육보조원 지원 45억원 등 장애인 교육권 보장에 필수적인 예산항목에 대해 기획예산처는 국고로 배정할 명목이 없다고 한다.

수많은 장애학생 부모들이 참여정부 기획예산처의 구태의연한 행태에 분개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중의 약자인 장애아동들의 교육권 보장, 취학을 위해 필수적인 장애유아 교육에 국고를 배정할 수 없다면, 국민의 세금은 도대체 어디에 써야 하는가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이에 학부모, 교사단체가 주축이 되어 '장애인교육권연대'가 결성되었고, 보다 근본적인 특수교육 개혁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교육예산 확보 '국방비 증액반대 운동'에 나서자

참여정부 집권세력가운데 과연 '공공성'과 '사회적 연대' 라는 복지국가 이념을 고민하고 실천하려는 사람이 있는가 의문을 던진다. 수구 관료들 중심으로 기다렸다는 듯이 급속한 보수 회귀가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장애인교육권연대는 정책요구안을 통해 '공공성에 기초한 장애인 교육권'으로서 ▲통합교육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지원체계 ▲교육부내 장애인교육지원과 설치 ▲장애인 교육예산의 대폭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장애인참교육부모회는 '장애인교육권 부모운동방향 토론회'에서 ▲교육예산중 특수교육예산의 8% 수준 확대 ▲학부모와 교사의 특수교육운영 참여 ▲특수교육 지원체계 등 근본적인 특수교육 개혁을 요구했었다.

교육예산 당국이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방기하고 계속해서 예산부족 만을 들먹인다면 참여정부가 스스로 공공적 성격을 상실한 것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제 학부모들도 장애인 자녀를 대신하는 당사자로서 장애인 권리운동이 '교육복지 모순'과 '장애차별 구조'를 철폐하는 싸움임을 분명히 인식하게 되었다. 이에 참여정부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깨고 교육복지 수구세력들과 대결하기 위해 진보적 장애인운동, 사회진보운동과 연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획예산처가 장애학생 교육예산에 국고를 배정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은 어떤 철학에 근거한 것인가? 이에 장애인교육권 등 교육복지 실천을 방기하는 가운데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방예산 증액에 반대한다.

미국의 '세계 미사일방어체제'에 굴복해 미국 미사일 수입재원으로 의심받고 있는 국방예산 증액 기도에 대해 장애학생 학부모들과 장애인교육권 단체가 반대운동에 연대할 것을 제안한다.

a 7/15 출범한 '장애인교육권연대'-앞줄 왼쪽이 필자

7/15 출범한 '장애인교육권연대'-앞줄 왼쪽이 필자 ⓒ 박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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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 <함께웃는날> 편집위원 장애인교육권연대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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