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이 주의 새 책들

<모던 수필> <하룻밤에 읽는...> <한국과 중국> <만화 조선왕조실록>

등록 2003.07.29 15:48수정 2003.07.2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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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작가들의 향기와 만나다
- 방민호 편저 <모던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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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연

이 걸 시라고 불러야할지 산문이라 해야할지 곤혹스럽다. 1930년대 최고의 서정시인 백석의 '나와 지렁이'.


'내 지렁이는 커서 구렁이가 되었습니다. 천 년 동안만 밤마다 흙에 물을 주면 그 흙이 지렁이가 되었습니다. 장마 지면 비와 같이 하늘에서 내려왔습니다. 뒤에 붕어와 농다리의 미끼가 되었습니다. 내 이과책에는 암컷과 수컷이 있어서 새끼를 낳았습니다. 지렁이의 눈이 보고 싶습니다. 지렁이의 밥과 집이 부럽습니다.'

이처럼 향기로운 문장 수백 개가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모던 수필>(방민호 엮음. 향연)은 한국 현대문학의 태동기를 살았던 문인들이 1920년대부터 해방 직후까지 발표한 산문 91편을 묶어 독자들에게 수필문학의 새로운 맛을 선사한다.

카프 출신의 임화와 김남천, 최서해에서부터, 이상과 김유정 등 요절한 천재, 월북작가 이기영과 친일문제로 아직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광수 등 <모던 수필>에 등장하는 작가 51명은 그 문학적 지향과 삶의 태도가 각각 달랐다.

그럼에도 이들이 같은 책에 묶인 이유는 뭘까?

편저자인 국민대 방민호 교수는 "식민지 시대를 살다 간 우리 문학인이 남긴 산문 가운데 여전히 현재성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되는 것을 중심으로 엮었다"고 설명한다. 이는 '이념'보다는 '문학적 가치'를 게재여부의 기준으로 삼았다는 말에 다름 아닌 듯.


김광섭의 '꽃을 먹는 쥐'와 채만식의 '애저찜' 등이 실린 1부는 계절과 자연, 음식 등을 소재로 한 글을 배치했고, 2부에 실린 이상의 '약수'와 정지용의 '꾀꼬리와 국화' 등에서는 문인들이 생활자로서 느끼는 번민을 엿볼 수 있다. 3부와 4부에는 작가들이 바라본 당대의 문화와 요절문인의 예술관이 각각 담겨있다.

책을 접한 평론가 최동호(고려대 교수)는 "우리 글과 삶의 아름다움을 다시한번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며 "글의 묘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도록 정성을 기울인 편자의 노력에 한국문학 전공자의 한 사람으로서 찬탄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역사의 뒷골목을 걸어가는 기쁨
- 미야자키 마사카츠 <하룻밤에 읽는 숨겨진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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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M&B

먼저 재미있는 문제 2가지.

'위스키의 나라'라고 불리는 영국. 하지만 19세기 후반 이전에 영국사람들은 위스키를 거의 마시지 않았다. 그 이유는? 하나 더.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하지만 애초에 그는 아메리카를 아시아로 착각했다. 그 이유가 뭘까?

미야자키 마사카츠의 <하룻밤에 읽는 숨겨진 세계사>(오근영 역. 중앙M&B)를 집어드는 순간 당신은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비밀과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저자는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의 숨겨진 이면을 보여줌으로써 역사교과서와는 또 다른 정보와 지식을 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문화와 문명의 이질성과 다양성에 착안해 형식이나 명분에 얽매이지 않고, 실제로 있었던 역사를 유연하게 바라보고자 했다"고 말하는 저자는 일반적인 통사나 개설로는 다룰 수 없는 사항들을 정보와 재미를 갖춘 가벼운 읽을거리로 재생산해냄으로써 '역사는 지나간 과거의 고루하고 딱딱한 이야기'라는 세간의 선입견을 깨고 있다.

앞서 언급한 문제의 답이 뭐냐고? 답은 <하룻밤에 읽는 숨겨진 세계사> 속에 있다.


한 걸음 더 가까워진 중국
- 한중문화원의 <한국과 중국>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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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문화원

'한국과 중국간 올바른 정책이해와 사회·문화의 원활한 교류'를 슬로건으로 하는 계간지 <한국과 중국> 창간호가 발간됐다.

한신대 이희옥 교수의 '중국과 한반도 관계의 변화', 서강대 이욱연 교수의 '전환점에 선 한중 문화교류', 서울대 이병한 교수의 '이백과 술' 등이 실린 이번 잡지의 창간은 "한중 관계의 새로운 교량역할"을 자처하며 다양한 루트로 대중국 교류를 시도하고 있는 한중문화원(원장 이해찬)이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기획했다.

<한국과 중국> 편집위원으로는 연세대 백영서 교수와 한국과학기술원 김지수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발행인 김정옥은 창간사를 통해 "단순히 중국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현재와 미래의 한중관계, 정치, 문화, 경제 등 각 분야의 교류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한다"는 향후 잡지의 편집방향을 천명하기도 했다.

중국 북대황 판화의 모든 것을 조목조목 들려주는 김준권(판화가)의 '동토(冬土)에 새긴 꽃', 중국 유학생들의 방담을 정리한 '한국을 통해 세계를 알고 싶다' 등이 재미있게 읽힌다.


만화로 만나는 조선의 역사
- 박시백의 <만화 조선왕조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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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머니스트

한겨레신문에 연재된 '박시백의 그림 세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만화가 박시백이 조선의 역사를 만화로 복원했다. <만화 조선왕조실록>(전20권. 휴머니스트).

총 1893권 888책으로 구성된 <조선왕조실록>은 조선 왕조 500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방대한 사료(史料)로 국보 151호이자, 유네스코(UN의 교육과학문화기구)가 지정한 세계기록문화유산.

"그 가치를 우리보다 세계가 인정하는 <조선왕조실록>의 만화화(化)를 위해 다니던 신문사를 그만두었다"고 말하는 박 화백은 500년 조선왕조의 주요 사건과 그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을 탐구하는 동시에, 최근 학계의 연구성과를 반영해 조선왕조사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재미있는 만화로 재구성했다.

3년에 걸친 자료조사와 연구를 통해 출간된 <만화 조선왕조실록>. "그 동안 흥미 위주의 야사와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역사만화나 TV 사극을 보며 자란 아이들과 어른 모두에게 우리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즐거움을 줄 것"이라고 저자와 출판사는 입을 모은다.

박영규 선생님의 만화 조선왕조실록 1 - 제1대 태조에서 제3대 태종까지

박영규 지음, 양석환 그림,
웅진주니어, 2009


모던 수필 - 새로 가려 뽑은 현대 한국의 명산문

방민호 엮음,
향연, 2003


하룻밤에 읽는 숨겨진 세계사 - 한 권으로 읽는 인류의 문화와 역사, 개정판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오근영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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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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