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198

무림천자성으로 (2)

등록 2003.08.01 13:41수정 2003.08.0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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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 우리는 저항할 능력이 없는 자들은 상대하지 않는다. 어서 병장기를 뽑아라."
"이보시오. 나는 진짜 선무분타 순찰이란 말이오."

이회옥은 답답했다. 그러나 어쩌랴? 신패가 없으니!
이를 본 수문위사는 이회옥의 아래위를 훑어보며 깐죽거렸다.


"그래? 그럼 신패를 내놔! 그걸 보여주면 즉각 통과시켜줄게."
"아까부터 신패, 신패 하는데 대체 그게 무엇이오?"

"흥! 신패도 모르면서 순찰원 소속이라고? 이런 어리석은 놈이 있나? 누굴 속이려면 제대로 알고 속여. 어디서 감히…?"
"가만…! 이놈이 지금 우리를 속이려고 한 거잖아? 안 그래?"

"맞아! 이놈이 우릴 완전히 핫바지 저고리로 본 거야. 그래 놓고도 이처럼 뻔뻔스럽다니… 이런 놈은 그냥…!"
"안 되겠군. 임마, 어서 병장기를 뽑아."

"맞아! 어서 뽑아! 단 칼에 저승으로 보내 주마."
"……!"

이회옥은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나 어쩌랴? 있지도 않은 신패를 어찌 꺼내겠는가? 그러던 그의 뇌리로 섬전처럼 스치는 상념이 있었다.


"아, 참! 깜박 잊고 말하지 않았소. 나는 본시 철마당 소속 조련사였으니 철마당 사람 좀 불러 주시오."
"뭐라? 이놈이 지금 누굴 가지고 놀아? 조금 전에는 순찰원 소속이라고 하더니 지금은 철마당 소속이었다고?"

정의수호대원 가운데 하나가 은근히 화난다는 표정을 짓자 곁에 있던 자 역시 노성(怒聲)을 내며 한 발짝 다가섰다.


"얌마! 철마당 소속이 조련사 따위가 어떻게 순찰원으로 가냐?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젠장! 이놈 혹시 미친 놈 아니야?"
"맞아! 임마, 순찰원이 어떤 덴지 알아? 철마당 놈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순찰원에 갈 수가 없어."

"맞아! 말이나 기르던 놈들이 어떻게 순찰원으로 가냐? 자식,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야야! 이 자식 횡설수설하는 거 보니까 완전히 맛이 간 놈인가 봐. 안 그래?"

이 말에 처음 화를 냈던 장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흠! 듣고 보니 그렇군. 헌데 이런 놈을 상대로 우리 넷이 모두 손을 쓸 필요가 있을까?"
"하하하! 그렇군. 좋아, 말 나온 김에 자네가 손을 쓰게 우리는 구경만 할 테니…."

"뭐라? 왜 내가 맛이 간 놈을 상대해야 하나?"
"크크크! 거야, 자네가 어제 술값을 안 내고 도망갔으니…"

"맞아! 자네가 내기로 했던 술값 우리가 몽땅 뒤집어썼어. 그러니 이놈은 자네가 해결하게. 뭐, 못하겠다면 오늘부터 내리 사흘 동안 자네가 술값을 내면 되네."
"치잇! 알았네, 알았어. 하면 되잖아. 야, 어서 병장기 뽑으라는데 귓구멍에 안개 꼈냐? 왜 아직도 멍청하게 있어? 어서 뽑아."

"나 참! 같은 편끼리 왜들 이러슈? 조금 전에 말하지 않았소? 나는 선무분타 순찰이라니까."
"허어! 이놈이? 얌마, 조금 전엔 철마당 소속이라고 했잖아. 너 진짜 한번 뒈져볼래? 짜식이 완전히 맛이 간 모양이군."

"이 보시오. 자꾸 맛이 갔다고 하는데 나는 멀쩡하오. 그러니 그런 말은 쓰지 마시오. 아셨소?"
"뭐라고? 이런 거지발싸개 같은 놈이…? 보자보자 하니까 눈에 뵈는 게 없는 것 같은데…. 흥! 말로는 안 되겠군. 공격을 당하면서도 병장기를 안 뽑는지 두고 보겠어. 챠앗! 일월도법 제 일초 앵화분분(櫻花紛紛)!"

쐐에에에엑!
"헉…!"

과연 정의수호대원이었다. 창졸간이었지만 장한의 공격은 닿기만 해도 살이 베일 것만 같은 예기를 동반하였을 뿐만 아니라 현란한 변식에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초지악이 전수한 앵화분분은 봄바람에 활짝 피어있던 앵화(櫻花 :벚꽃) 잎이 분분하게 휘날리는 것을 보고 만든 검식이었다. 이것은 너무도 현란하기에 어느 것이 진짜고, 어느 것이 가짜인지를 구별하기도 전에 상대를 베어 버리기에 조금만 방심하면 당하고 마는 초식이었다.

상대의 느닷없는 공격에 당황한 이회옥은 창졸간이었지만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상대의 도는 이보다 약간 빨랐다.

덕분에 가슴 부위의 의복이 베어져 너풀거리자 은근히 노화가 치솟았다. 철마당에 기별을 넣으면 누군가가 나와볼 것이고, 그러면 자신이 무림천자성의 일원이라는 것을 금방 알게 될 텐데 그러지 않고 대뜸 공격부터 하니 화가 난 것이다.

"이보시오. 왜 내 말은 확인도 안 해보고… 허억! 이런 진짜!"
"왜? 화나? 크크, 그럼 병장기를 뽑아."

"이보시…"
"크크! 지금까지는 사정을 봐줬지만 이번엔 네놈의 한쪽 팔을 잘라주지. 챠아압! 일월도법 제이초 횡단빙폭(橫斷氷瀑)!"

쐐에에에엑―!
"허억! 운룡포연(雲龍捕燕)!"

"휘이이익! 까앙―!
"크흑…! 어엇!"

눈 깜짝할 사이였다. 장한의 도는 방금 전 앵화분분을 시전할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허리를 벨 듯 쇄도하는 도는 가까이 다가오지도 않았건만 살벌한 예기가 먼저 폭사되고 있었다.

정의를 수호하기 위하여 강호를 누비는 정의수호대원들에겐 철칙이 있다. 비무장인 사람은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것이다. 장한은 이회옥이 병장기를 뽑을 생각을 하지 않자 일부러 그의 의복을 베었다. 격장지계(激將之計)를 쓴 것이다.

이 초식은 겉으론 예리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해도 입히지 않는 허초였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살상 가능한 초식으로 변할 수 있다. 그러나 이곳은 왕래하는 사람들이 많은 공공 장소이다. 그렇기에 그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만일 그렇게 하면 정의를 수호하는 무림천자성의 명성에 먹칠을 했다는 죄목으로 다스려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보아하니 이회옥이 짚고 있는 장봉이 병장기인 듯 싶었다. 이것은 한 손으로도 사용이 가능하지만 제 위력을 내려면 두 손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인 병장기이다.

따라서 이것을 두 손으로 잡기만 하면 저항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간주되므로 이때부터는 실제 목숨을 앗을 수 있는 공격을 퍼부어도 무방하다. 그런데 영 두 손으로 잡을 생각을 하지 않자 허초로서 유인한 것이다.

사실 장한의 두 번째 초식인 횡단빙폭 역시 허초였다. 그러나 완전한 허초는 아니었다. 봉으로 막으려는 시늉만 해도 곧바로 실초로 전환하려 마음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상은 적중하였다. 허리를 두 동강 낼 듯 도가 쇄도하자 흠칫하던 이회옥의 봉이 움직인 것이다. 이에 장한은 삽시간에 허초를 실초로 전환시켰다. 이제 도보다 빠르게 피하지 않거나 막지 않으면 허리가 베어지게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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