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망에 담아온 산사이야기⑬-가섭산 미타사

동양최대의 지장보살 품안에 마련된 납골공원

등록 2003.08.18 13:30수정 2003.08.1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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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모든 중생이 108참회를 하면 다생겁래의 업장이 소멸되고, 모두 성불하기를 바라는 뜻에서 108척인 33m 높이로 불사된 동양 최대의 지장보살이다.

모든 중생이 108참회를 하면 다생겁래의 업장이 소멸되고, 모두 성불하기를 바라는 뜻에서 108척인 33m 높이로 불사된 동양 최대의 지장보살이다. ⓒ 임윤수

사람은 죽는다. 너 나 할 것 없이 태어난 사람이 죽음을 피해 갈 수는 없다. 얼마를 어떻게 살았느냐가 이야기 될 수는 있지만 자의든 타의든 태어나면서 조금씩 다가가고 있는 무의식적인 목표 중의 하나가 바로 죽음이다.

죽음을 생각하면 인생이란 것이 겸손해 질 수밖에 없다.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문답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겠지만 아직 분명한 답을 낼 수 없다. 그 답을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형태로 골똘히 생각하고 탐구하였겠지만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정답이 있다는 말은 들어보질 못했다.


어떻게 살았던 일생을 마치고 죽게되면 장례란 것을 치르게 된다. 장례의 주가 되는 주검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은 나라와 민족에 따라 다르고 풍속과 시대적 배경에 따라 다르다. 우리처럼 매장을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수장이나 풍장을 하기도하며 화장이 주를 이루는 곳도 있다.

a 지장보살상 앞 광장에 마련된 납골묘들이 안정된 모습이다.

지장보살상 앞 광장에 마련된 납골묘들이 안정된 모습이다. ⓒ 임윤수

우리나라도 점차 화장으로 장례문화가 바꾸어가고 있지만 아직은 무덤(묘)를 만들어야 하는 매장이 주를 이루고 있다. 얼마 있지 않아 넓지 않은 국토가 온통 산소 투성이인 방방곡곡의 산천은 일년에 한번씩 하게 되는 벌초에 윙윙거리는 기계소리로 덮일 듯하다.

대대손손의 부귀영화와 발복을 예언하는 명당을 쫓아 산 넘고 물 넘어 있는 산소들은 접근하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가끔은 벌 등에 의한 예기치 않은 사고를 야기시키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장묘문화인 매장에 따른 국토잠식, 접근의 불편 등의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납골문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는 절이 있다.

a 반듯하게 정리된 납골탑들이 빔을 곱게 차려입은 부모님의 모습 같다. 관리되지 않아 헝클어진 산소보다 훨씬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듯 하다.

반듯하게 정리된 납골탑들이 빔을 곱게 차려입은 부모님의 모습 같다. 관리되지 않아 헝클어진 산소보다 훨씬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듯 하다. ⓒ 임윤수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 IC를 나와 36번 국도를 따라 음성·청주 쪽으로 6Km쯤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커다란 불상이 하나 보인다. 병풍처럼 둘러진 산세에 맞추기라도 한 듯 조화를 이루고 있는 지장보살의 크기와 구도가 주변과 너무 잘 어울린다.

뭔가 빠진 듯한 그림에 점 하나가 찍힘으로 명화가 되듯 미타사가 있는 가섭산이야 말로 그냥 평범한 산에 지장보살이 건립되어 주변의 산세와 조화를 이루어 내용이 꽉 찬 걸작 명화 속 풍경이 되었다.

혼과 성을 다한 장인이 부처님을 다 만들어 놓고도 점안을 하지 않으면 완전한 부처님이 되지 아니하듯 이 산은 바로 규모에 걸맞는 지장보살이 건립되므로 가섭산이란 이름에 완벽한 모습을 이루게 되었다.


a 미타사 법당으로 올라가는 진입로는 오래된 굴참나무들이 숲 터널을 만들고 있다.

미타사 법당으로 올라가는 진입로는 오래된 굴참나무들이 숲 터널을 만들고 있다. ⓒ 임윤수

국도를 벗어나 가섭산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바로 지장보살의 품으로 빨려 드는 듯하다. 자식을 감싸안은 어머니의 팔처럼 좌우로 부드럽게 흘러내린 산세의 젖무덤자리에 지장보살이 있다. 지장보살에 다가가면 이러한 산세 때문인지 어머니의 품과 같은 푸근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자애한 미소를 짓고 있는 웅장한 지장보살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길을 따라 조금 오르다 보면 왼쪽으로 선다원이 있고 오른쪽으로 명당자리에 혈을 맺기 위해서는 꼭 있어야 한다는 연못이 있다. 이 연못의 앞쪽 저 만치에 지장보살상이 있고 그 지장보살상까지의 공간에는 납골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지장보살이란 중생을 다 제도하지 않고서는 성불하지 않겠다며 불철주야 지옥문전에서 눈물을 흘리며 중생을 제도하는 분이라고 한다.

a 자연석에 조각된 마애불상이 머금고 있는 자비스런 미소가 곳 미타사의 미소라 한다.

자연석에 조각된 마애불상이 머금고 있는 자비스런 미소가 곳 미타사의 미소라 한다. ⓒ 임윤수

석가의 위촉을 받아, 그가 죽은 뒤 미래불인 미륵불(彌勒佛)이 출현하기까지의 무불(無佛)시대에 6도(六道)의 중생을 교화·구제한다는 보살이기도 하다.

미타사에 있는 지장보살은 규모적으로 동양최대라고 한다. 모든 중생이 108참회를 하면 다생겁래의 업장이 소멸되고 모두 성불하기를 바라는 뜻에서 높이를 108척인 33m로 하였다.

풍수지리가들이 '백룡이 여우주를 안은 백룡희주형(白龍 珠形)'으로 설명하고 있는 미타사 납골공원은 뒤쪽에 있는 가섭산이 오색비단의 장막을 이루고 있다. 자식을 안은 어머니의 팔처럼 부드럽게 뻗은 산세로 좌청룡과 우백호가 뚜렷하다. 현세에는 부귀다자(富貴多子)하고 죽은 후에는 지장보살의 품에서 고혼들이 편안히 쉴 수 있는 그런 곳이라고 한다.

a 미타사 법당의 전경. 아미타불을 주불로 모셔놓은 극락전이 있고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셔놓았다는 진신사리탑이 있다.

미타사 법당의 전경. 아미타불을 주불로 모셔놓은 극락전이 있고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셔놓았다는 진신사리탑이 있다. ⓒ 임윤수

수백 기의 납골탑들이 볼거리를 만들어 준다. 완만한 경사에 계단형태로 조성되어 층을 이루고 있는 지반에 잘 손질된 잔디 위로 줄을 맞춘 납골탑들이 정연하다. 납골탑들은 모양과 규모에 따라서 부도형, 탑형, 지장좌불과 지장원불형 등이 있으며 개인, 부부, 가족단위로 나뉘어지고 납골이 가능하다고 한다.

일년에 한 두 번씩 찾게 되는 조상들의 산소는 자칫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하기 쉽다. 현실적 여건상 잘 돌보지 못해 엉클해진 조상의 묘를 대하면 송구한 마음을 넘어 죄책감마저 들게 한다. 그럴 때마다 자주 찾아 뵙고 잘 돌봐야겠다고 마음을 다지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다. 먼 거리 교통난에 허덕이며 허겁지겁 다녀오면 마음뿐 아니라 몸조차 상하기 쉬운 것도 사실이다.

미타사 납골공원은 그 이름 <자연가정납골공원>처럼 공원 같은 분위기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언제고 편안하게 다녀갈 수 있을 듯 하다. 뭐라고 할까? 뽀얀 납골탑을 보면 나이 드신 부모님께 명절 때 고운 빔을 한번 해드린 그런 기분으로 다녀갈 수 있다고 할까?

a 삼성각 안에는 미타사의 원불로 추정되는 석조아미타불이 모셔져 있다. 이 부처님께 지극정성으로 기도하면 병고액난을 소멸하거나 아들을 얻는 등 영험이 많다고 한다.

삼성각 안에는 미타사의 원불로 추정되는 석조아미타불이 모셔져 있다. 이 부처님께 지극정성으로 기도하면 병고액난을 소멸하거나 아들을 얻는 등 영험이 많다고 한다. ⓒ 임윤수

미타사 본전은 지장보살상이 있는 곳에서 산 쪽으로 500m여는 더 올라가야 한다. 굴참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포장된 산길을 따라 휘적휘적 걷다보면 왼쪽 자연암벽에 양각된 마애여래입상이 있다.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130호로 지정된 이 마애불은 신라 말 불상 양식을 계승한 고려 초기의 여래입상으로 자비스런 미소를 가득 머금고 있다. 이 마애불의 미소가 곳 미타사의 미소라 한다. S자로 깊게 굽어진 길을 조금 더 오르면 그곳에 미타사 본전이 있다.

미타사에서 대웅전이란 편액은 볼 수 없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하였다는 진신사리탑이 있는 마당 안쪽으로 극락전(極樂殿)이란 커다란 편액이 걸린 전각이 있을 뿐이다. 이미 다른 산사의 기행에서 이야기하였듯 전각은 모셔놓은 주불에 따라 그 명칭이 정해진다. 극락전은 무량수전이라고도 하며 과거불인 아미타부처님을 주불로 모셔놓은 전각을 일컫는다.

a 선다원 안으로 들어서니 차를 마시고 싶다는 분위기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선다원 안으로 들어서니 차를 마시고 싶다는 분위기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 임윤수

현세불인 석가모니부처님을 모셔놓은 전각을 대웅전이라고 하며, 석가모니불을 모시지 않았어도 그 절의 주불을 모셔놓은 전각을 대웅전이라고 편액을 붙여놓은 것이 일반적인데 미타사에서는 모셔놓은 부처님 그대로 극락전이라고 편액을 붙였다.

진신사리탑을 중심으로 口자 형태로 배치된 전각들 안쪽에 있는 극락전 좌측에는 삼성각이 있다. 탑 좌측엔 종무소와 스님들이 기거하시는 요사채가 있다. 탑의 우측으로도 한옥형태의 요사채가 있는데 그곳은 기도를 위하여 미타사를 방문하는 신도들이 기거할 수 있는 곳이라 한다. 탑의 전면은 담장인 듯 하지만 아래쪽으로 식당이 있고 그 앞에 미타선원이 있다. 탑을 중심으로 배치 된 전각들이 막힘 없이 후련한 듯 하면서도 아늑한 공간을 이루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절밥이 맛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절밥을 먹을 기회가 그렇게 흔한 것은 아니다. 공양(식사) 시간에 미타사엘 찾아가면 언제든 절밥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미타사 진신사리탑 앞쪽에 있는 공양간(식당)에는 식사시간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 얼마의 절밥이 항상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a 깔끔한 찻잔이 혼미하였던 마음을 추스르게 한다.

깔끔한 찻잔이 혼미하였던 마음을 추스르게 한다. ⓒ 임윤수

올랐던 길 다시 돌아 터벅터벅 내려오니 나란한 납골 탑들이 다시 눈길을 끈다. 길게 살아도 살아온 만큼 만 더 살게 되면 저렇게 되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묘해진다.

사람이 죽으면 이승에서의 행적에 따라 판결을 받는다 한다. 조선시대의 고승(高僧) 서산대사(西山大師)가 지은 불교포교 가사(歌辭) 중 하나인 <회심곡> 중에 죽은 남자를 심판하며 이승의 행적을 묻는 대목이 있다.

임금님께 극간하여 나라에 충성하며 부모님께 효도하여 가범을 세웠으며 배고픈 이 밥을 주어 아사구제 하였는가? 헐벗은 이 옷을 주어 구란공덕 하였는가? 좋은 곳에 집을 지어 행인 공덕 하였는가? 깊은 물에 다리 놓아 월천공덕 하였는가? 목마른 이 물을 주어 급수공덕 하였는가? 병든 사람 약을 주어 활인공덕 하였는가? 높은 산에 불당 지어 중생공덕 하였는가? 좋은 밭에 원두 심어 행인해갈 하였는가?

a 중생을 다 제도하지 않고서는 성불하지 않겠다며 불철주야 지옥문전에서 눈물을 흘리며 중생을 제도하는 분이 바로 지장보살이라고 한다.

중생을 다 제도하지 않고서는 성불하지 않겠다며 불철주야 지옥문전에서 눈물을 흘리며 중생을 제도하는 분이 바로 지장보살이라고 한다. ⓒ 임윤수

그리고 여자에게 묻는 항목도 있다.

'여자죄인 잡아들여 엄형국문 하는 말이, 너에 죄목 들어봐라. 시부모와 친부모께 지성효도 하였느냐? 동생항열 우애하며 친척화목 하였느냐? 괴악하고 간특한 년, 부모말씀 거역하고, 동생간에 이간하고, 형제불목 하게 하며 세상 간악 다 부리며 열두시로 마음변화 못 듣는데 욕을 하고 마주앉아 웃음낙담 군말하고 성내는 년 남의 말을 일삼는 년 시기하기 좋아한 년 풍도 옥에 가두리라 죄목을 물은 후에 온갖 형벌 하는구나'

죽어 이런 질문을 받게 되었을 때 어떤 답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떳떳한 답을 얻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뿐이다.

납골공원을 지나니 다원이 보인다. <미타사선다원>이란 간판이 걸린 건물로 들어서니 차를 마시고 싶다는 분위기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그렇게 넓지는 않지만 마음을 정리하기엔 충분하다. 깔끔하게 내놓는 차 한잔을 마시니 이런 저런 생각에 골몰했던 마음이 평상을 찾는다.

속세를 외면치 않고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 속가 사람들이 해결해 야 할 문제중의 하나인 장묘문화를 앞서 해결하려는 미타사가 왠지 선각자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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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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