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만한 이 주의 새 책들

<신화 같은 사랑> <그림자 호수> <아름다운 살인> <행동하는 양심>

등록 2003.08.18 16:34수정 2003.08.1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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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닮은 인터넷소설의 매력
- 박준욱의 <신화 같은 사랑>


a <신화 같은 사랑>을 낸 출판사는 확대된 책의 표지를 앞뒤로 건 사람이 거리를 오가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신화 같은 사랑>을 낸 출판사는 확대된 책의 표지를 앞뒤로 건 사람이 거리를 오가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 당그래

부담 없는 주제와 잘 읽히는 문장으로 무장한 인터넷소설의 열풍이 뜨겁다. 특히 활자로 대표되던 아날로그 문화가 영상과 인터넷이라는 디지털 문화에 밀리기 시작한 이후론 그 변화속도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


최근 출간된 인터넷소설 <그 놈은 멋있었다>와 <늑대의 유혹>은 만 18세의 소녀 귀여니(본명 이윤세)를 '스타'로 만들었고, 전반적인 출판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수십만 권이 불티나게 팔리는 놀라운 이변을 연출했다.

얼마 전 공중파방송의 드라마로 각색돼 혼전동거에 대한 기성세대의 인식을 바꾸며 세상의 주목을 받은 <옥탑방 고양이> 역시 2001년 인터넷 사이트 '마이클럽'에 연재된 김유리(26)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이러한 인터넷소설 열풍에 힘을 보탤 또 하나의 작품이 출간돼 화제다. 대구 가톨릭대학 법학과에 재학중인 스물 한 살 풋내기 작가 박준욱의 <신화 같은 사랑>(당그래·전2권)이 바로 그것.

99년부터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촛불> <울려라 힘찬 종이여> 등의 소설을 연재하며 네티즌들 사이에서 주목받은 박준욱의 오프라인판 첫 소설 <신화 같은 사랑>은 조직폭력배 병두와 부장검사의 딸 세영의 가슴 아픈 사랑을 다루고 있다.

설정부터가 박신양과 전도연이 주연한 <약속>(이 영화에서 박신양은 조직폭력배 두목으로, 전도연은 의사로 출연한다)을 떠오르게 하는 데다, 바뀌는 영화의 신(scene)을 연상케 하는 속도감 있는 장면전환은 이 작품을 소설보다는 영화에 가깝게 느껴지게 한다.


<신화 같은 사랑>의 톡톡 튀는 대화체 위주의 문장과 다분히 낭만적인 줄거리 설정 등은 인터넷의 주사용층인 10대와 20대의 감성을 유효적절하게 자극했고, 그런 까닭에 이 작품은 인터넷에 연재될 때부터 수만 명의 독자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인터넷소설 속에서 인간과 세계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나 사물과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발견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즐거움을 얻는 것도 분명 독서의 한 목적이 아닐까?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드는 <신화 같은 사랑>은 철학서나 시집을 읽는 것과는 또 다른 유쾌함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출간 직후 출판사는 확대한 책의 표지를 앞뒤로 매단 사람이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사이를 오가는 색다른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가난과 겸허의 미덕이 읽히는 시집
- 최영철의 <그림자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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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과비평사

1984년 무크지 <현실시각>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얼굴을 내민 제2회 백석문학상 수상시인 최영철이 일곱 번째 시집을 세상에 선보였다. <그림자 호수>(창작과비평사).

최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가난과 소외 속에서도 희망은 자란다'는 고래로부터의 진실을 독자들에게 한번 더 확인시켜주고 있다.

환한 햇살 아래 흉측한 모습을 드러낸 상처마저도 우리를 키운 자양분이라고, 지상의 길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을 쓸고 지나간 청소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하는 최영철의 시집을 읽다보면 사람의 아름다움이란 권력과 명예가 아닌 가난과 겸허 속에 있다는 사실을 절로 체득하게 된다.

"떠도는 나를 다시 불러앉혔던 이 땅의 자연과 사물과 이웃들이 새삼 고맙다"며 출판의 공을 자신 이외의 것들에게 돌리는 시인의 말을 곱씹으며 한 편의 시를 읽는다.

'눈이라도 팔아/고깃국이나 실컷 먹였으면 하는 어머니와/큰길 나가 일장연설 동냥이라도 하면/밝은 눈 하나 사드릴 수 있다고 믿는//세상에 단 둘, 어머니와 아들/참 평화로운 봄 한낮이군요.(위의 책 중 '유유자적' 부분)'

새만금 사업이 궁금한가요?
- 박근형의 <아름다운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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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물코

'단군 이래 최대의 간척사업'이라는 새만금 사업. '수만 가지 생물이 살아 숨쉬는 갯벌을 파괴할 수 없다'는 환경논리와 '낙후된 지역의 개발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경제논리가 극렬하게 대립하며 아직도 싸움이 계속되는 곳.

<아름다운 살인-새만금의 진실은 무엇인가>(그물코)는 대체 새만금 사업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되었고, 그 문제점은 무엇인가를 총체적으로 짚어본 책이다.

시민단체연합신문인 '시민의 신문'에서 환경전문 기자로 일한 바 있는 저자(박근형)는 새만금 사업의 시작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진행상황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이에 덧붙여 정부가 제시하는 새만금의 장밋빛 청사진이 과연 믿을만하고 타당성이 있는 것인지를 함께 검증하고 있다.

같은 출판사에서 같은 시기에 내놓은 <새만금 새만금-갯벌이 사람을 살린다>(허정균 저) 역시 동일한 문제의식 하에서 자연과 생태계의 보호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기록을 담아냈다.

사상은 실천을 통해 검증되는 것이다
- 안영민의 <행동하는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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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사람들

역사의 수레바퀴는 세상과 타자를 위해 자신을 버릴 줄 아는 사람들이 이끌어간다. 자기희생의 실천이 담보되지 못한 사상은 제 아무리 위대한 것이라도 역사 앞에 무용하다.

<민족 21> 기자로 일하고 있는 안영민의 <행동하는 양심>(아름다운 사람들)이 좇아간 10명의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핵심어는 다름 아닌 '자기희생'과 '실천'.

저자는 재독철학자 송두율 교수와 한국 최초의 여성신학자 박순경 교수, 한통련 곽동의 의장과 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 문정현 상임대표 등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의 삶과 사상을 전해듣고 이를 글로 옮겼다. 책에서 거론되는 사람의 대부분은 언필칭 진보단체의 어른들.

북한의 주체사상을 이해해야 통일의 길이 열린다는 박순경 교수를 만난 후 '그에게 예수는 곧 민족이요, 부활은 곧 통일이다. 그리고, 그 둘은 영원한 한 몸이요, 하나이다'라고 말하는 안영민의 <행동하는 양심>을 보수세력들은 또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이겠지만, 그렇다고 가난하고 억압받는 자의 편에 서서 자신을 희생한 사람들의 아름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리라.

그림자 호수

최영철 지음,
창비, 2003


신화같은 사랑 1

박준욱 지음,
당그래, 2003


행동하는 양심 - 세상을 바꾸는 힘, 비폭력 직접행동

박현주 지음,
검둥소,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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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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