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만한 이 주의 새 책들

<초심> <줄리아 크리스테바...> <여성도 모르는...> <과학강사 장하나의...>

등록 2003.08.12 14:12수정 2003.08.1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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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과 인간에 관한 깊이 있는 성찰
- 백무산 신작시집 <초심(初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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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천문학사

혁명에 복무하는 시가 아름다웠던 시절 1980년대. 당시 발간돼 수만 독자의 가슴에 분노와 눈물의 힘을 심었던 백무산(49)의 <만국의 노동자여>와 <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는 박노해의 시집 <노동의 새벽>과 함께 '변혁운동의 무기가 될 수 있는 시'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생활과 체험이 담보된 빼어난 노동시를 선보였던 백무산이 최근 5번째 시집을 상재했다. 이름하여 <초심(初心)>(실천문학사).

이번 시집에서 백 시인은 보다 깊어지고, 넓어진 사유와 세계인식을 보여준다. 지난 시절 그의 시가 날 것의 강렬함이었다면, <초심>은 지천명의 농익은 풍성함이라 할만하다.

그렇다고, 백무산의 시가 마냥 부드럽고, 상냥해진 것만은 아니다. 바뀐 세기에도 여전히 자행되는 자본에 의한 인간탄압을 그는 좌시하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백무산은 여전히 '시인'보다는 '전사(戰士)'에 가깝다.

예컨대 이런 시를 보라.

통일영웅이 되어 그가 돌아왔다/평생을 이윤만을 위해 살아온 그가/일생을 오직 돈벌이만을 위해 초지일관/투쟁적으로 살아온 장사꾼이/오직 자신과 가족의 재산 불리는 일을/일생의 과업으로 삼고 흔들림 없이 살아온 그가/어느 날 통일영웅이 되어 돌아왔다…(위의 책 중 '통일 이데아' 부분)


현대와 고 정주영 회장의 대북사업이 결국은 자본의 무한확장을 위한 기업가의 야심이었을 뿐, 통일에는 어떤 도움도 준 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백무산에게서는 1980년대의 결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시의 마지막 그는 이렇게 외친다. "죽어 개값도 받지 못한 수많은 얼굴들 그 허기진 얼굴들이 어른거리고, 가슴이 북받"친다고. 그 개값도 받지 못하고 죽은 노동자의 불행을 강요한 재벌의 죽음을 마냥 슬퍼할 수만은 없다고.


하지만, 세상은 많이 변했다. 노동자의 현실도 과거와 비교한다면 일정 부분 나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제 그들에게 '무기'가 아닌 '꽃'으로서의 시도 필요하지 않을까?

섬진강 강마을에 핀 매화를 보며 다음과 같이 읊조리는 백무산을 볼라지면 <초심>은 무기가 꽃으로 진화하는 아름다운 변화의 과정인 듯하다.

돌담에 붉은 매화 한 그루면/천지 가득 매화였습니다…꽃은 한 송이라도 세상 가득함에/모자랄 것이 없습니다 ('매화가 지천인데도' 부분)'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모든 것
- 김인환의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문학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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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여대 출판부

1941년 불가리아 소피아 출생. 대학에서 불문학과 영문학을 전공했고, 마르크스와 헤겔 철학으로 기초를 다짐. 파리7대학 언어학 교수이자 저명한 정신분석의. 정신분석학의 도구로 언어와 사랑을 사용하는 사람. 롤랑 바르트와 자크 라캉의 제자이며, <기호 분석을 위한 연구> <시적 언어의 혁명> <프루스트: 감상적 시간>의 저자.

위는 세계적 기호학자이자 정신분석가인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약력이다. 예순 둘의 나이에 인간이 이를 수 있는 최고의 지적성취를 이룬 행복한 학자.

이 학자의 학문적 궤적을 연구해온 이화여대 불문과 김인환 교수가 크리스테바의 거의 모든 저서를 꼼꼼히 리뷰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문학 탐색> (이화여대 출판부).

이 책에서 김인환은 크리스테바의 이론적 바탕에 대한 연구는 물론, 개별 텍스트 분석과 재평가작업까지 병행하고 있다. 줄리아 크리스테바에 관한 논문만 10여 편을 발표했고, 수차례 대담까지 한 바 있는 김 교수이고 보면 "이 책은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크리스테바 연구서"라는 출판사측의 설명이 자화자찬만은 아닌 것 같다.


여성병, 제대로 알아야 고칠 수 있다
- 박금자의 <여성도 모르는 여성의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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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미디어

몇 해 전이다. '제대로 된 피임법을 아는 여대생이 20%도 되지 않는다'는 보도를 접하고 놀란 적이 있다. 기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여성들에게 '벌거벗은 몸은 부끄러운 것'이라고 은연중에 주입해온 세상에 혀를 찼다.

비단 피임법만이 아니다. 아직도 많은 여성들은 스스로의 몸에 대해 잘 모른다. '누림의 몸'이 아닌 '수치의 몸'을 교육받은 탓일 게다.

이런 상황이고 보니 산부인과전문의이자 각종 언론매체의 상담의로 활동하고 있는 박금자가 내놓은 <여성도 모르는 여성의 몸> (민미디어)이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다. 이 책은 성에 대한 각종 정보와 질병을 전달하고 분석하는 실용적 가치 외에도 생명의 근원으로서 여성의 몸이 가지는 소중함을 담아내고 있어 의미 또한 상당하다.

'여성의 이해' '미혼여성이 겪을 수 있는 34가지 증상' '사례로 본 여성의 질병과 치료' 등으로 구성된 <여성도 모르는 여성의 몸>은 여성병 관련 예방서인 동시에 성과 생명의 중요성을 설파한 인문서이기도 한 것이다.


웃으면서 알아보는 각종 과학상식
- <과학강사 장하나의 이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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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가서팝

먼저 문제 하나. 스스로 간지럼을 태우면 간지럽지 않은 이유가 뭔지 아는가?

공중파방송 개그 프로그램에 나와 과장된 제스처와 듣기에 따라서는 다소 경망한 말투를 구사하며 사람들을 웃기는 과학강사 장하나(28)가 TV에서 다 못한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과학강사 장하나의 이유, 있습니다> (이가서팝).

1부 '과학으로 읽는 성'에서는 정자와 난자의 만남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사랑을 할 때 인간의 몸에서 생성되는 호르몬 등 성에 관련된 상식들을, 2부 '소중한 우리의 몸'에서는 여드름·비듬·하품·간지럼 등 우리 몸의 생리적 현상에 대한 해석을 만날 수 있다.

TV에서 보여지는 장하나 특유의 어투를 그대로 살려 쓴 문장이 만화가 이원희의 삽화와 어울려 보는 재미를 더한다.

앞서 던진 문제의 답이 뭐냐고? 사람이 간지럼을 타는 것은 불안감 때문이다. 언제 간지럼을 태우고, 어느 정도의 강도로 태울지를 미리 알아버린다면 불안감이 생기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 자기 자신을 간지럼 태울 수 없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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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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