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노인이 아름답다

북위 40도, 일본 기타도호쿠 기행 (17) - 아오모리현

등록 2003.08.29 13:22수정 2003.08.3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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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도와다 하치만헤이 국립공원 설경

도와다 하치만헤이 국립공원 설경 ⓒ 박도

2003년 2월 11일 화 눈

오싹한 한기로 잠이 깼다. 새벽 3시를 조금 지나고 있었다. 간밤에 온풍기를 끄고 잤기 때문이었다. 일어나서 온풍기를 켜고 보온병의 물로 차를 한 잔 마시며 취재 노트를 정리했다. 그래도 4시였다. 대욕탕은 5시에 열기에 억지로 눈을 붙이고 잠을 청했다.


a 여관 구내 매점

여관 구내 매점 ⓒ 박도

06: 20, 다시 깬 후 창을 열고 밖을 보니 싸락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의 나라에 눈이 오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로 걱정이 되거나 서글픈 생각도 없었다. 며칠 새 나도 환경에 적응했나 보다. 대욕탕에다 몸을 담갔다가 나오자 피로가 한꺼번에 풀린 듯 가뿐했다.

07: 30, 구내식당에서 아침은 든 후, 구내매점으로 가서 찹쌀 떡 한 상자를 샀다. 나중에 차내에서 일행에게 군입질 감으로 돌릴 셈이다. 김 계장이 ‘선생님’이라고 해서 그런지 일행 모두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깎듯이 예의를 다해서 몸 둘 바를 모를 정도였다. 일본인조차도 ‘센세이’라고 부르며 귀빈으로 접대해 주었다.

07: 40, 도와다소(十和田莊) 여관을 출발했다. 역시 여관 주인과 종업원이 주차장에서 90도로 환송 절을 했다. 우리 속담에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고 정성을 다하는 친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과례(過禮)는 비례(非禮)’라는 말도 있는데, 일본인과는 겉 인사에 껌뻑하지 말고 진심을 잘 살핀 후 거래를 해야지 실수가 없을 것 같다. 1905년 을사보호조약을 체결한 바, 분명 일본이 조선을 ‘보호’하는 조약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하였는가?

08: 30, 버스는 눈안개 속을 지나고 있다. 언저리가 도와다하치만헤이(十和田八幡平) 국립공원으로 경치가 끝내줬다. 이곳에는 길바닥에도 눈이 녹지 않았다. 그런데도 버스는 체인을 감지 않았는데도 미끄러지지도 않고 고갯길을 유연하게 달렸다.


a 눈길을 유연하게 달리는 버스

눈길을 유연하게 달리는 버스 ⓒ 박도

나이 지긋한 운전기사 이즈미야씨와 안내인 아이코씨가 편안함과 신뢰감을 주었다. 우리나라라면 벌써 은퇴해서 손자 재롱을 보거나 아니면 종묘 공원 같은 곳에서 하늘을 바라볼 분들인 데도, 그들은 여태 일하고 있었다.

그들의 아름다운 모습에 매료돼 기사 옆 좌석으로 가서 “You are the best driver" 하자, "Thank you"하고 화답했다.


지난번 일본 탐방 때도 여러 차례 본 바지만, 일본에는 노인 노동인구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아 보였다. 특히 힘이 별로 들지 않는 매표소에서 표 파는 일, 선박회사에서 길 안내하는 일은 대부분 노인이 맡고 있었다. 힘든 일은 젊은이가 하고 쉬운 일은 노인이 하면 아주 이상적인 역할 분담이 아닐까?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힘든 일은 외국인 노동자가, 쉬운 일은 젊은이가 차지하고 노인들은 대부분 놀고 있다. 나랏돈이 외국으로 새고 있다.

우리나라가 그만큼 여유있는 나라인가? 우리 사회에 노동을 기피하고 천시하는 풍토를 개선해야 2만 불, 3만 불 시대가 올 것이다.

a 도와다 하치만헤이 국립공원 설경 (1)

도와다 하치만헤이 국립공원 설경 (1) ⓒ 박도


a 도와다 하치만헤이 국립공원 설경 (2)

도와다 하치만헤이 국립공원 설경 (2) ⓒ 박도


a 도와다 하치만헤이 국립공원 설경 (3)

도와다 하치만헤이 국립공원 설경 (3) ⓒ 박도


a 도와다 하치만헤이 국립공원 설경 (4)

도와다 하치만헤이 국립공원 설경 (4) ⓒ 박도


a 도와다 하치만헤이 국립공원 설경 (5)

도와다 하치만헤이 국립공원 설경 (5) ⓒ 박도


a 도와다 하치만헤이 국립공원 설경 (6)

도와다 하치만헤이 국립공원 설경 (6)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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