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는 길도 온통 붉은색이다.김대호
그때부터 세상은 더이상 커지지를 못하고 한없이 작아져 지금은 돋보기로도 볼 수 없을 만큼 작아져 버렸지요. 철이 들고 내게 어미 품처럼 한나절을 참지 못할 그리운 것이 있었던가 생각해 봅니다.
홍도성당엔 신부님이 없습니다. 신유박해로 흑산도로 귀향 온 자산 정약전 선생이 200여년 전 남기고 간 흑산도 성당에서 이제 몇 명 남지 않은 교인들을 위해 1주일에 한번 미사를 집전하러 올뿐입니다.
텅 빈 예배당 성모상 사이로 간간이 흐르는 어선의 희미한 불빛과 취기 오른 50대 가장의 것으로 보이는 '홍도야 울지 마라. 오빠가 있다…' 는 오열처럼 벌써 서너 번은 반복됩니다.
내가 녀석을 처음 만난 건 섬 도(島)자 대신 길 도(道)자를 쓰는 제주도(濟州道)를 제외하고 가장 먼 곳에 있다는 홍도성당에서 였습니다.
녀석은 홍도섬이 밤마다 소리내어 운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 녀석은 신 오른 단골래(무당)의 무딘 발바닥을 가르고도 남을 만치 날 세운 작두 날처럼 세상에 덤비는 녀석이었습니다.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이라서 말 못하는 내 가슴은 이 밤도 울어야 하나' 음정박자가 사라진 녀석의 '꿈속의 사랑(가수 이승재의 노래)'은 질긴 파도 소리에 포말로 부서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