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25

시작된 복수 (1)

등록 2003.09.15 12:47수정 2003.09.1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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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시작된 복수

깊은 밤, 철검당주 방옥두는 팔베개를 한 채 깊은 상념에 잠겨 있었다. 그의 곁에는 희대의 바람둥이였던 그의 마음을 잡게 한 두 주역 가운데 하나인 연화부인이 곤한 잠에 취해 있었다.


마땅히 잠들었어야 할 깊은 밤이건만 잠 못 이루고 뒤척이는 것은 장차 어떻게 처신을 해야할 것인가 때문이었다.

흔히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한다. 새 술을 헌 부대에 담으면 터져 버리기 때문이다.

철기린이 성주가 되면 무림천자성의 수뇌부는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하게 될 것이다. 늙고 노쇠한 자들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대신 젊고 유능한 인재들로 채워지게 될 것이다.

그런 와중에도 몇몇 운 좋은 사람들은 자리를 지킬 것이다. 하여 어떻게 하면 철검당주 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를 고심하느라 잠 못 이루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밀려나지 않을 명분이 없었다.

최근 몇 년간 철검당은 신병기를 개발해내지 못했다. 다시 말해 공을 세운 바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철기린이 등극하면 백중백 밀려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머리가 아픈 것이다.


"으음! 어차피 각당 당주직은 물론 호법원 소속 호법들은 완전 물갈이가 되겠지? 내 자리 역시 그렇게 오래 가지는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잘했다는 소리를 들을까?"

방옥두는 조만간 자신이 밀려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철검당주라는 자리가 별 볼일 없어 보여도 실은 상당히 짭잘한 자리다.


무적검 등 병장기를 제작하다보면 적지 않은 콩고물이 떨어지는 자리였던 것이다. 덕분에 많은 은자를 축적해 놓은 상태였다.

이미 수백만 냥에 달하는 은자를 감춰두었기에 은퇴하더라도 편히 먹고살 수 있지만 방옥두는 일선에서 밀려나고 싶지 않았다. 은자가 곧 권력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냐, 어차피 밀려날 거면 미련 없이 손을 떼는 게 좋을지도 몰라. 대신 장로원으로 진출해 볼까? 뭐, 나 정도면 발도 넓겠다 무공도 제법 쓸만하니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말을 마친 방옥두는 생각난 김에 자리에서 일어나 애병인 무적검을 뽑아들고는 기수식을 취해보았다.

천천히 운검을 해본 결과 한창 때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웬만은 하다는 생각에 희미한 미소를 베어 물었다.

하여 검을 집어넣으려던 그는 갑자기 긴장하면서 무적검을 휘둘러 면밀한 검막을 만들어 냈다. 방금 전 천천히 운검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심각한 표정이었다. 무언가 알 수 없는 것이 파공음을 내면서 월동창을 뚫고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피융―! 똑또르르르르―!
"누구냣?"

자그마한 돌멩이가 떨어졌지만 방옥두는 그것에 시선을 두지 않았다. 대신 일체의 움직임을 멈춘 채 밖의 동정을 살폈다. 돌멩이로 시선을 끈 후 공격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흠! 이건 뭐지?"

아무리 가다려봐도 아무런 동정도 느낄 수 없자 돌멩이에 매달린 쪽지를 펼쳐본 방옥두는 흠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철검당주 방옥두 보아라!

나는 네놈이 침상 밑에 적지 않은 은자를 감춰두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부정한 방법으로 획득한 그것의 분배에 대해 할 말이 있으니 지금 즉시 성밖 관제묘로 나와라.

물론 안 나와도 좋다. 그렇게 되면 네놈은 형당에 불려가게 될 것이다. 크크! 그게 어디에서 생겼는지를 밝히려면 애깨나 먹을 걸…


"이런 젠장! 어떤 놈이 감히 ?"

방옥두는 황급히 침상 아래에 손을 넣어 무엇인가를 잡아 당겼다. 그러자 돌로 만든 육중한 침상이 서서히 뒤로 밀리면서 아래로 통하는 통로가 생겨났다.

어찌나 부드럽게 움직이는지 위에 잠들어 있는 연화부인은 이러한 움직임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하였다.

크크! 어리석은 놈! 네놈이 이걸 확인할 줄 알았지. 어서 나오지 않고 뭐 해? 앞으로 일 각 이내에 안 나오면 이 은자에 대한 쪽지가 형당으로 보내지게 될 것이다. 크크크!

"어, 어떤 놈이야? 대체 어떤 놈이 감히…?"

방옥두는 은자를 잔뜩 넣어둔 궤짝 위에 놓인 쪽지를 보고 대경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곳은 아무에게도 알려준 적이 없는 자신만의 비밀창고이다. 심지어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연화부인과 수련부인조차도 모르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떡 하니 쪽지까지 놓고 갔다는 것은 누군가가 자신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하였다.

"뿌드드득! 이놈, 어떤 놈인지 걸리기만 해라."

예상치 못했던 곤란에 처했다는 것을 직감한 방옥두는 삼매진화를 일으켜 쪽지를 태우고는 병장기를 챙겨 들었다.

누구인지 알 수는 없지만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된 이상 상대가 누구이건 죽여 없애겠다 마음을 먹은 것이다.

애병인 무적검은 물론 사천당가에 갔을 때 몰래 얻어온 일견사(一見死)가 잔뜩 담긴 암기 주머니도 챙겼다.

얇게 편 철판에 오보추혼사(五步墜魂蛇)에서 취한 극독을 바른 그것은 스치기만 해도 상대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악랄한 암기이기에 사용이 금지된 것이다.

소리 없이 날아가는 것이기에 그것을 보았을 때는 이미 늦은 때이기 십상이다. 그렇기에 한번만 보면 죽는다는 뜻에서 일견사라 불리는 것이다.

방옥두가 사라진 직후 잠들어 있던 연화부인은 곁을 더듬다 아무도 없자 화들짝 놀라며 깨어났다.

"상공, 상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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