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송이. 이 건 두 알 밖에 안들어 있네요.김규환
아름드리 밤나무에 아람이 입을 쩍쩍 벌린 것이 석류를 닮았다. 그 알맹이를 알밤, 밤톨이라 한다. 가을바람 살며시 흔들어주면 찬 이슬 내린 풀잎 위에 “후둑후둑” “툭툭” 떨어진다. ‘꼴 베던 낫을 던져두고 나갈까, 하던 일 팽개치고 야산으로 나가볼까.’
잘 익은 갈색 밤톨이 떨어져 땅 위를 뒹굴면 어슬렁거리던 다람쥐, 청설모, 들쥐도 깜짝 놀라 서너 걸음 뒤로 물러선다. 곧 다가와 이리저리 굴려 제들이 찾는 꿀밤이었다는 걸 확인하느라 정신없다.
그 때 빈 밤송이라도 하나 툭 등짝으로 떨어지면 고슴도치가 제 새끼 보호하려 달려든 것으로 착각 하고 “끽” 소리 한 번 지르고 물러선다. 별일 아니라는 걸 재차 인식하고 앞다리로 꼭 누른 뒤 정낭에 담아 굴로 돌아간다.
뭇짐승 온 가족이 모여 밤 껍질 까서 배불리 먹는 풍경이 보고 싶다. 들녘 벼, 수수도 고개를 숙이고 상수리, 도토리 익어간다. 아침저녁으로 싸늘함을 느낄 수 있으니 가을이 무르익어 가고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