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배추 솎아 고추 갈아 김치 담그면 ‘밥도둑’

<고향의 맛 원형을 찾아서 36> 화학조미료 없이 김치 담그기

등록 2003.09.19 09:36수정 2003.09.1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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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김치. 파릇파릇 살아 있는 비타민의 보고. 냠냠. 무와 배추를 같이 섞으면 국물이 시원합니다. 고추가 덜 갈아진 것도 보이죠?
완성된 김치. 파릇파릇 살아 있는 비타민의 보고. 냠냠. 무와 배추를 같이 섞으면 국물이 시원합니다. 고추가 덜 갈아진 것도 보이죠?김규환

아직 도시에 사는 나는 밭에 가면 즐겁다. 찌든 얼굴이 환하게 웃으며 펴진다. 그러니 토요일 한 번 가는 걸로 만족하지 못한다. 추석을 쇠고 올라와서 배추와 무가 잘 자라는가 보러 또 나가봤다. 쉬지 않고 내리는 비를 맞았으면서 쟤들도 생명이라고 자생력을 갖춰가며 잘 살아가고 있다.


청벌레, 메뚜기가 잎을 꽤나 갉아먹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무럭무럭 큰다. 그래도 농약을 안 치기로 맘먹었으니 손으로 일일이 잎을 뒤집어 가며 벌레를 잡아줘야 한다. 청벌레를 잡아서는 도망칠세라 일단 기절을 시키고 땅에 올려 돌멩이로 꾹 누르면 그동안 주인 몰래 갉아먹었던 채소 섬유질을 짙푸르게 질질 흘려댄다.

악조건에서도 배추는 150포기 중 95%는 살았다. 무는 씨를 땅에다 직접 뿌리는 직파를 했기에 많이 녹아 없어졌어도 간신히 살아남은 것은 더디 자라지만 이제 땅기운을 받으면 하루가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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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나 농작물이나 마찬가지다. 아이를 조금만 더 배려하며 돌보면 아무 탈 없이 사랑을 먹고 잘 자란다. 농작물도 ‘주인 발소리 듣고 자란다’고 한다. 그 만큼 정성을 들이면 보답을 하는 것이리라.

배추 갉아 먹는 청벌레. 이렇게 벌레들이 좋아하니 얼마나 몸에 좋겠습니까? 서늘해지면 조금 줄어드니 끝까지 버텨 볼 참입니다. 똥도 보이죠?
배추 갉아 먹는 청벌레. 이렇게 벌레들이 좋아하니 얼마나 몸에 좋겠습니까? 서늘해지면 조금 줄어드니 끝까지 버텨 볼 참입니다. 똥도 보이죠?김규환

얼마쯤 자란 뒤론 밭에 가기 전에 아이들 소변과 내 소변을 미리 받아 뒀던 통을 챙겨 가는 버릇이 생겼다. 어릴 적 화학비료가 없던 때 늘 어머니는 적갈색의 ‘소매’(오줌 또는 소변의 전라도 사투리) 통을 머리에 이고 시냇물을 건너고 비탈길을 걸어서 밭으로 올라 가셨다.

오줌이 흘러 넘치지 않게 똬리를 조심히 빼 바닥에 내려 놓으시고는 헌 바가지로 배추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다 조금씩 나눠 주셨다. 너무 가까이 주면 오줌독(毒)에 절어 오그라들어 결국엔 시들기 때문에 두 뼘 남짓 간격을 줘야 한다.


퇴비로는 웃거름이 다 해결되지 않으므로 오줌을 주면 진녹색으로 변해 질소 비료 준 것 보다 더 탐스레 자랐다. 요소비료는 며칠만 반짝 웃자랄 뿐 지속성이 없고 곧 누르께해지니 돌아가시기 전까지 김장 ‘지가심’(김치거리의 사투리)을 가꿀 때는 늘 그렇게 하셨다. 냄새를 무릅쓰고서 말이다.

절일 때는 따로 버무릴 때는 섞어서. 여린 것이라 조심조심 다뤄야 풋내가 나지 않습니다.
절일 때는 따로 버무릴 때는 섞어서. 여린 것이라 조심조심 다뤄야 풋내가 나지 않습니다.김규환

애써 농사지은 채소가 죽을 위험을 감수하고 나도 따라해 보기로 작정을 했다. 화학비료도 줄이고 땅도 살릴 겸, 더 맛있는 김장 배추를 얻기 위해 용기를 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아내는 그런 남편더러, “궁상 좀 그만 떨라”고 한 마디 한다. 모아서 뚜껑을 꼭 닫아 두면 되는 걸 가지고 왜 그러는지?


어른들은 늘 그러셨다. “똥(便) 안 먹으면 죽어!”라고. 결국 자연의 순환 법칙(feed-back system)에 가깝게 사는 방법이 뭘까? 어려운 게 아니다. 내가 배불리 먹었으니 생리작용에 따라 먹은 만큼 양껏 쏟아내는 게 자연의 법칙이다. 이걸 땅으로 되돌려주고 거기서 수확이 나면 우리가 또 먹는 것이다. 과정의 반복이다. 유기농법도 알고 보면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부산물 퇴비를 땅을 파고 한 줌씩 넣어 흙으로 덮어주고 벌레 잡느라 오전 11시에 도착해서 오후 6시가 되어서야 마칠 수 있었다. 주위에 밤나무가 있어 한 되 조금 안 되게 주워 오는 즐거움도 만끽했다.

집으로 가져와서 해강이, 솔강이에게 삶아주니 포근포근한 밤을 잘도 먹는다. 내가 이렇게 어렸을 적 먹었던 간식거리를 늘 챙기는 이유는 아이들이 안전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하려는 마음과 이런 작은 행동이 차곡차곡 쌓여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정서에 이롭게 하자는 취지다.

배추는 곧 속이 차겠다. 무도 뿌리가 조금 보이기 시작했다. 두세 포기가 뭉쳐 있는 걸 솎아냈다. 지금쯤 솎아 뽑지 않으면 옆에 것에 잎이나 뿌리가 치여 생장이 늦어지니 과감히 실한 놈만 빼고 다치지 않게 도려내고 북을 줬다.

고추는 씨를 버리면 안됩니다. 거기에 영양분이 더 많거든요. 위에 지난 추석 때 따와 보관해뒀던 초피 잎과 열매 껍질이 보일 겁니다. 이것 향이 끝내줍니다.
고추는 씨를 버리면 안됩니다. 거기에 영양분이 더 많거든요. 위에 지난 추석 때 따와 보관해뒀던 초피 잎과 열매 껍질이 보일 겁니다. 이것 향이 끝내줍니다.김규환

봉지에 담아 보니 꽤 됐다. 김치를 담가도 될 분량이다. 마침 고향에서 마른 고추를 싸게 사왔으니 가능한 도구를 활용하여 어머니 흉내를 내서 담가 보기로 했다.

우리 형제나 가족이 뭔가를 먹으려면 꽤 손이 들어간다. 지난번 소개되었던 추어탕도 아무렇게나 끓이지 않았다. 그러니 큰 맘 먹지 않으면 뭐든 해먹을 엄두를 못 낼 형편이다.

그런데도 굳이 김치를 담그는 이유가 있다. 풋풋한 채소가 있으니 공을 들이면 명절 뒤끝이라 입맛을 되찾을 수 있다. 달아난 입맛을 찾을 수 있다면 뭐를 마다하겠는가.

먼저, 부드러운 잎이 상하지 않고 풋내가 나지 않도록 뿌리만 자르고 그대로 물에 담가 흙이 자연스레 떨어지도록 했다. 굵은 소금을 한 그릇 퍼와 약하게 절여 둔다. 통배추나 총각무처럼 진하게 오래 절였다가는 흐물흐물해져서 가을의 향기를 맛 볼 수 없게 되니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었다.

절여지는 동안 고추를 잘라 물에 불려야 한다. 불리지 않으면 웬만한 기계로는 씨가 갈리지 않는다. 꽤 오래 갈아도 잘 갈리지 않자 아내가 힘겨워 한다. 아이들 둘도 함께 하기에 방해가 보통이 아니다.

“여보 차라리 확독(나무나 돌을 움푹 파서 고추 등을 찧는데 쓰는 도구...편집자 주)이 났겠네요.”

“확독으로 갈면 몸은 조금 힘들어도 초반에만 더딜 뿐 금방 해치우는데….”

우리 집안 확독은 누나네에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믹서라는 기계로 갈았습니다.  씨는 정말이지 안 갈립니다. 그래도 때깔 무쟈게 좋지요?
우리 집안 확독은 누나네에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믹서라는 기계로 갈았습니다. 씨는 정말이지 안 갈립니다. 그래도 때깔 무쟈게 좋지요?김규환

...그랬다. 어머니는 물에 씻은 고추를 돌확에 넣고 집 간장을 붓고 참나무로 깎은 단단한 절구대를 가져와 바삭바삭 소리가 나는 고추를 처음에는 느긋하게 "콩콩" 찧듯 밖으로 튀지 않게 했다. 통 고추든 반통으로 잘랐든 수 회 반복하면 불규칙하고 잘록하게 부서진다.

이 때부터는 속도를 높여 절구대가 둥그런 확독 안쪽 면을 팍팍 치면서 요란하게 돌아간다. 왼쪽 손은 절구대 위쪽 끝에 살짝 붙여 의지만 하고 아래 잘록한 허리 부분엔 다른 손에 힘을 잔뜩 줘서 좌로 우로 위 아래로 가로 세로로 돌린다. 한 참 갈다가 지치면 좌우 손을 번갈아 가며 돌려댄다.

얼마나 빠르게 돌려대는지 얼굴에 고춧물이 튀는 줄도 모른다. 고추가는 일은 그렇게 심혈을 기울이는 몇 안 되는 작업이다. 선혈(鮮血)에 가까운 고춧물이 튀면 한참이 지난 뒤에라야 간장과 고추 물에 일부분만 화끈할 뿐이다.

얼마쯤 돌렸을까? 노란 고추씨도 하나 둘 부서지기 시작한다. 이 때 국물이 더 필요하지만 물이나 장을 더 쳤다가는 언제 고운 국물이 튀어 나갈지 모를 상황이다. 보리쌀과 쌀이 7:3으로 어우러진 식은 밥과 마늘, 생강, 초피를 넣고 또 다시 돌려준다.

땀범벅이다.

“엄마, 제가 할게요.”

“그래라.”

두 말 않고 넘겨주시는 쉰 살 안 되신 어머니는 6남매에다 몇몇을 아버지 몰래 지운 탓인지 헉헉거리며 힘겨워 하고 있다.

“엄마 너무 되서 잘 안 갈리는데요.”

“알았다.”

바로 새까만 간장을 조금 더 부어주셨다.

1차 갈려 나온 고춧물. 그리 어렵지 않으니 한 번 해보세요. 더 깔끔한 맛을 원하신다면 청양고추를 몇 개 섞어서 갈든가 풋 청양고추를 두세 개 썰어 넣으세요.
1차 갈려 나온 고춧물. 그리 어렵지 않으니 한 번 해보세요. 더 깔끔한 맛을 원하신다면 청양고추를 몇 개 섞어서 갈든가 풋 청양고추를 두세 개 썰어 넣으세요.김규환

절구질은 어머니에서 다섯 살 위 누나로, 두 살 위 형이 잠시, 그리고 나에게로 전수되었다. 어머니 돌아가신 뒤론 다섯 살 아래 여동생의 전유물이 되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다.

“득득” “드그럭 드그럭” “달달” “들들” “드그렁 드르렁”

술 취한 아저씨가 코를 골 듯 소리 요란하다.

걸쭉하고 빨간 죽이 오르락내리락 춤을 춘다. 되직하게 출렁거릴 때 숟가락으로 떠볼 필요 없이 절구대 갈리는 부분에 더덕더덕 붙은 알갱이를 보고 더 갈아야 할지를 가늠한다.

주르륵 국물이 흘러도 되지 않거니와 몽글게 갈아져 낱알이 하나도 남지 않아도 실패작이다.

“엄마! 됐는가 한 번 봐보쇼.”

“됐구만. 째까만 더 갈아라. 너무 잘면 맛이 없어.”

“예.”

겉으로 보기엔 가늘기가 고춧가루보다 더 하다. 뿐인가 선명도는 동맥이 끊어져 봇물이 터져 막 쏟아져 나온 피와 진배없다. 다만 간장만 안 쳤으면 얼마나 더 빨갈까?...


고추 양념에 마늘, 생강, 젓갈, 배가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반쪽은 해강이와 솔강이가 먹어치웠답니다.
고추 양념에 마늘, 생강, 젓갈, 배가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반쪽은 해강이와 솔강이가 먹어치웠답니다.김규환

“해강아! 세게 눌러야지….”

“솔강아! 아빠랑 같이 누르자.”

“여보 이 녀석들도 같이 하네요. 결국 네 명이서 같이 하는 꼴이네.”

“그러게요. 우리 집같이 행복한 가정이 또 있을까?”

사실 추석 때 장모님이 한 통 싸준 김치가 있다. 여름에 담근 신 김치도 아직 조금 남아 있다. 그럼에도 궁상 아닌 힘겨운 가사에 몰두하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은 흰 속옷에 고춧물 범벅이다.

“여보, 애들 그만 재워요.”

“애들이 자야 말이지….”

오늘부터는 조금 빨라졌지만 아이들 자는 때는 11시를 넘기기 일쑤다.

어머니가 하셨던 대로 식은 밥을 넣으려고 했지만 잠깐 눈을 판 사이 찹쌀 죽을 쒀 놓고 멸치 젓갈을 끓여 놓았다. 오늘은 하는 수 없다. 있는 대로 가기로 했다.

음식 만들고 먹을 때마다 사진을 찍어대는 바람에 아내가 먼저 “사진기 어딨냐?”고 물어 온다. 이미 길들여진지 오래된 전통인가? 기억일까?

확독에 갈았으면 벌써 끝나 버무리고 있을 때지만 작은 믹서에 갈아가니 기계에 열만 잔뜩 날뿐 더디기 한정 없다. 정말 못할 짓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손 맛이라 했던가요? 그래서 부부가 같이 손을 넣었습니다. 뒤적뒤적 양념이 고루 퍼지게 풀어 헤쳐 주기만 하면 되지요. 괜히 주물럭거렸다가는 풀향기만 듬뿍 나서 맛이 없어집니다.
손 맛이라 했던가요? 그래서 부부가 같이 손을 넣었습니다. 뒤적뒤적 양념이 고루 퍼지게 풀어 헤쳐 주기만 하면 되지요. 괜히 주물럭거렸다가는 풀향기만 듬뿍 나서 맛이 없어집니다.김규환

말끔히 씻어서 물기 빼서 둔 어린 배추와 무를 커다란 통에 한꺼번에 넣고 파를 썰어 넣고 위에 갖은 양념이 들어간 고추 물, 참깨를 듬뿍 올려 장갑도 끼지 않은 채 뒤집어 나간다.

‘그러면 안 되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내는 버무리는 것도 아니고 뒤집는 것도 아닌 정말이지 짓이기고 있었다.

“어어~ 그러지 마세요. 내가 하리다.”

“왜요?”

“그렇게 열심히 하시면 풋내 나서 못 먹는데….”

“그럼 제가 사진 찍을 테니까 당신이 버무려요.”

그렇게 해서 거의 전 과정을 남편인 내가 하게 되었다 즐거이. 양념이 조금 부족하여 고추 간 물을 더 섞었다. 보조자는 아내였다. 뒤적뒤적 헤집어 뒤집기를 거듭하니 고루 양념이 배었다.

“조심 싱겁지 않아?”

“지금은 괜찮은데 나중에는 조금….”

“소금 그릇 좀 가져와요. 조금 짜다 싶게 담가야 나중에 간이 딱 맞거든.”

아내나 나나 둘 다 손이 아려왔다. 다만 시간이 해결 해 준다는 사실은 아는 터라 양손을 깨끗이 씻었다. 아이들은 재워 달라고 보채기 시작한다.

즉석 비빔밥. 보리를 조금 섞어서 해뒀더라면...왜 이리 식욕이 땡기는지 한 번 더 비볐답니다.
즉석 비빔밥. 보리를 조금 섞어서 해뒀더라면...왜 이리 식욕이 땡기는지 한 번 더 비볐답니다.김규환

“밥 남은 것 있는가?”

“식은 밥 많이 있는데요.”

“그럼 한 그릇 퍼다 줘요.”

언제나 새 김치나 걸쭉한 된장국이 있을 때는 국그릇 보다 두세 배나 큰 그릇을 주문하곤 했다. 마침 늙은 호박으로 멸치 넣고 끓인 옛날식 된장국이 기다리고 있다. 밥 위에 파릇파릇 붉은 여린 김치를 올리고 진한 된장국 서너 숟가락 퍼서 비볐다.

“야, 그래 이 맛이야. 어렸을 때 먹었던 그 맛이구만!”

“괜찮아요?”

“말이 필요 없으니까. 얼른 숟가락 들고 와 봐요 끝내준다니까.”

한번 비비고 다시 비벼 늦은 시각에 투가리(뚝배기) 보다 큰그릇에 마구 비볐다. 덜 갈린 고추가 잇몸 양 볼 사이와 송곳니에 넓게 덮었다. 새끼손가락으로 빼서 혀끝에 올리고 개수대에 훅 불었더니 추풍낙엽(秋風落葉)처럼 날린다.

혓바닥이 알싸하게 아려왔다. 초피(잼피, 재피라 부르는 자연산 향신료의 일종. 씨는 검고 껍질은 붉게 익는다. ‘산초’와 비슷하지만 남부지방은 구분하여 김치나 추어탕, 보신탕, 흑염소탕 등에 비린내와 노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한 줌 넣는다. 추석 때 한 줌 따왔다.)를 넣은 때문이다. 젓갈도 고향 쪽에서 즐겨 넣는 멸치젓에 새우젓을 조금 섞었다.

버무려서 담아보니 꽤 큰 통에 한 가득이다. 하지만 벌써 얼마나 먹어 치웠는지 모른다. 김치 국물도 갈수록 시원하고 깔끔하다. 배만 넣었을 뿐 미원 미풍 등 화학조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아 느끼한 맛 전혀 없다.

확독에 갈면 얼마나 맛있던지. 사는 게 이런 걸까? 밥맛을 새로 찾으니 하는 일마다 즐겁다. 이런 재주를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아버지께서 몇 년 전 그러셨다. “아따, 우리 규환이는 무 채 써는 솜씨가 식당해도 되겠다.” 그러고 나서 1년 후 저 세상으로 가셨다.

이제 남은 걸로는 추어탕 한 번 더 끓여먹고 이 가을을 나련다.

해강이 솔강이도 동참했습니다. 고춧물 범벅. 빨래가 잘 질까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온 식구가 함께한 즐거운 김치 담그기였답니다.
해강이 솔강이도 동참했습니다. 고춧물 범벅. 빨래가 잘 질까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온 식구가 함께한 즐거운 김치 담그기였답니다.김규환


간단하게 생김치 담그는 과정 요약

1. 소금에 짧은 시간 간단히 절여둔다.
2. 고추를 가위로 잘라 물에 담가 불린다.
3. 조선간장으로 간하여 확독이나 믹서에 간다.
4. 적당히 갈아지면 초피와 식은 밥 세 숟갈 넣고 마저 간다.
5. 마늘, 생강과 배를 함께 넣고 고추씨가 사라질 때까지 간다.
6. 배추와 무를 깨끗이 씻어 채반에 담아 둔다.
7. 젓갈, 참깨 간 고추를 넣고 버무린다.
8. 버무린 통에서 적당한 크기로 칼로 두 번 정도 썬다.
9. 된장국을 끓여서 밥을 몽땅 비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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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은 서울생활을 접고 빨치산의 고장-화순에서 '백아산의 메아리'를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6, 70년대 고향 이야기와 삶의 뿌리를 캐는 글을 쓰다가 2006년 귀향하고 말았지요. 200가지 산나물을 깊은 산속에 자연 그대로 심어 산나물 천지 <산채원>을 만들고 있답니다.도시 이웃과 나누려 합니다. cafe.daum.net/sanchaewon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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