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일 때는 따로 버무릴 때는 섞어서. 여린 것이라 조심조심 다뤄야 풋내가 나지 않습니다.김규환
애써 농사지은 채소가 죽을 위험을 감수하고 나도 따라해 보기로 작정을 했다. 화학비료도 줄이고 땅도 살릴 겸, 더 맛있는 김장 배추를 얻기 위해 용기를 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아내는 그런 남편더러, “궁상 좀 그만 떨라”고 한 마디 한다. 모아서 뚜껑을 꼭 닫아 두면 되는 걸 가지고 왜 그러는지?
어른들은 늘 그러셨다. “똥(便) 안 먹으면 죽어!”라고. 결국 자연의 순환 법칙(feed-back system)에 가깝게 사는 방법이 뭘까? 어려운 게 아니다. 내가 배불리 먹었으니 생리작용에 따라 먹은 만큼 양껏 쏟아내는 게 자연의 법칙이다. 이걸 땅으로 되돌려주고 거기서 수확이 나면 우리가 또 먹는 것이다. 과정의 반복이다. 유기농법도 알고 보면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부산물 퇴비를 땅을 파고 한 줌씩 넣어 흙으로 덮어주고 벌레 잡느라 오전 11시에 도착해서 오후 6시가 되어서야 마칠 수 있었다. 주위에 밤나무가 있어 한 되 조금 안 되게 주워 오는 즐거움도 만끽했다.
집으로 가져와서 해강이, 솔강이에게 삶아주니 포근포근한 밤을 잘도 먹는다. 내가 이렇게 어렸을 적 먹었던 간식거리를 늘 챙기는 이유는 아이들이 안전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하려는 마음과 이런 작은 행동이 차곡차곡 쌓여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정서에 이롭게 하자는 취지다.
배추는 곧 속이 차겠다. 무도 뿌리가 조금 보이기 시작했다. 두세 포기가 뭉쳐 있는 걸 솎아냈다. 지금쯤 솎아 뽑지 않으면 옆에 것에 잎이나 뿌리가 치여 생장이 늦어지니 과감히 실한 놈만 빼고 다치지 않게 도려내고 북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