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붙어서 이리저리 폼을 잡아주니 얼마나 고맙던지요.김규환
출발하기 전 집엔 폭우가 쏟아지더니 곡성군 옥과면 소재지는 한두 방울 올 뿐 잠잠하다. 그런데 갑자기 요란히 천둥 번개가 치면서 소나기가 내렸다. 도로엔 물이 가득 차올랐다. 마침 차 천장에서 빗물이 새 들어온다. 걸레를 받쳐두고 밖을 내다본 순간 놀라운 광경에 입이 딱 벌어졌다.
"두꺼비다! 두꺼비."
지나던 고등학생들이 이상한 사람 본 듯 물끄러미 쳐다본다. 의식하지 않고 두꺼비를 놓칠세라 우산도 쓰지 않은 채 비를 맞으며 다가갔다.
나에겐 공룡 다음으로 신비한 동물이다. 20년 만에 다시 본 두꺼비. 비 올 때면 집을 지키고 있다가 나타나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 주는 두꺼비다. 내 두꺼비가 두엄 위에서 파리, 모기, 지렁이를 잡아먹는 건 여직 본 적 없지만 전설 속의 친구를 만난 양 기뻤다. 내 마음에 늘 떠나지 않았던 두꺼비는 마당 깊은 집 감나무 밑에서 나와 장독대로 사라지곤 했다.
'두꺼비가 오줌을 싸면 눈이 멀게 된다'는 어릴 적 속설에 머리를 꼿꼿이 세워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어기적어기적 걸어 나오더니 건물 벽에 접근하여 꿈쩍하지 않는다. 차가 씽씽 달리는 아스팔트 도로의 불어난 물에 둥둥 떠 있던 두꺼비가 놀라 건물 쪽으로 허겁지겁 비를 피해 나오는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