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사
미식을 즐기는 행복한 사람이건, 악식에 찌들린 불행한 사람이건, 누구나 '맛'과 관련된 추억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기자 역시 그렇다. 지금은 거의 판매하지 않는 분홍빛 소시지. 돼지고기와 닭고기 함유량에 비해 밀가루와 방부제 함량이 턱없이 높았던 둥글고 커다란 도시락 반찬용 소시지는 그것의 맛과는 상관없이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준다.
"탕탕"거리는 엄마의 도마소리를 들으며 깨어나는 아침. 아버지가 좋아하는 된장찌개와 함께 분홍빛 소시지가 밥상에 오를 때면 기자는 그때마다 과식을 했다. 그릇에 푼 계란을 겉에 발라 구운 그 소시지의 냄새와 혀에 닿을 때 감촉이 아직도 생생하다.
여전히 기억되는 그 냄새와 감촉은 지금은 떨어져 사는 탓에 1년에 두어 번밖에 볼 수 없는 엄마를 떠올리게 하고, 엄마가 떠오를 때면 지금의 나를 키운 것이 돈이 아닌 새벽녘부터 도마를 두드리던 엄마의 사랑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허영만(56)의 만화 <식객 1·2>(김영사)은 바로 이 맛에 대한 추억에 기대고 있는 책이다. '그 어떤 것보다 맛에 대한 기억이 가장 오래간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 알고 있는 허영만은 '고추장 굴비'와 '전어' '부대찌개'와 '곰탕' 등의 먹거리를 통해 독자들을 가난했지만 아름다운 시절로 데려간다. 비단 진수성찬이 아니더라도 잘 지은 밥 한 그릇에 멀건 무국만으로 행복했던 기억들.
<식객 1>에 '어머니의 쌀'이란 소제목으로 실린 만화는 특히 기자를 자극한다. 찢어지는 가난 때문에 아들을 버려야했던 엄마와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해외로 입양된 아들. 장성한 아들이 한국을 찾아 어린 시절 주머니에 두고 씹어먹었던 생쌀의 기억을 매개로 엄마를 찾는다는 설정은 눈물겹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마냥 슬픈 것만은 아니다. 가난을 파탄만으로 몰아가지 않는 허영만의 특유의 낙천성 탓이다.
1974년 한국일보 신인만화공모전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허영만은 <벽>과 <오! 한강> 등 사회성 짙은 만화들을 발표하며 한국만화 소재의 폭을 넓혔고, 그의 90년대 작품인 <비트>를 비롯 <아스팔트 사나이> <마스터 Q> 등은 영화나 TV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박경리가 연애소설을 썼다?
- <성녀와 마녀> 단행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