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가니니 포 투, 슈베르트 포 투

[나의승의 음악이야기 31]Paganini For Two, Schubert For Two// Gil Shaham

등록 2003.10.09 14:13수정 2003.10.10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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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감성이 느껴지는 두 사람. 다소 높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과 생각이 많을 것처럼 보이는 중립적이고 차분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 그들은 대화를 나눈다. 가을 문턱에 책을, 음악을, 시간을, 그리고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런 연주, 그리고 그것은 아무런 부담도 없이 가슴에 들어오고 "어? 이런 느낌이 있었나?"의 생각과 함께 "가을인가?" 계절을 의식한 탓일 것이다. 음악 듣다 그런 생각이 들게 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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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중용의 아름다움이 실린 음악. 그렇다 해도 파가니니는 끈적일 것 같은 정열이 느껴지고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선율의 느낌은 어쩔 수 없다. 그 어느 누구의 연주를 듣는다 해도 그렇겠지만, 그것은 '고전음악'인 것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올린과 기타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그들을 들으며 '로스트로포비치'의 첼로와 피아노를 떠올렸고 와인을 한 병 비웠다. '샤또 라뚜르' 이름 모를 익은 과일향, 부드러운 쓴맛과 부드러운 떫은맛, 중후한 무게감, 그 사이로 머릿속 가득히 맴돌던 선율들, 음악이 끝나도 긴 시간…. 그 때의 느낌을 지우지 못하듯이 와인도 오래 그 맛을 잊지 못하게 한다.

피카소, 헤밍웨이도 부럽지 않을 순간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언제든 그렇듯이 본래 촌놈의 모습으로 돌아왔던 일을 기억한다. 2003년 9월29일 저녁부터의 일이었다.

첼로에 애정을 가진 사람에게, '길 샤함'의 바이올린은 다소 귀를 괴롭힐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가끔은 그들의 나이보다 몇 배 혹은 몇 십 배쯤 더 살았을 것 같은 악기를 과격한 기교로 연주하는 음악을 만나면 '귀중한 악기를 저렇게 다뤄도 되나' 하는 생각에 놀란 가슴이 조마조마 한데, 적어도 '길 샤함'의 연주를 듣는 한 '그런 걱정은 할 일이 없다는….' 정도의 생각으로 혹시 위로가 되지 않을지….

가을 문턱을 넘는데 "음반 한 두 장쯤 들을만한 게 없을까?"의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한 장 권해 보고 싶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포 투(For Two)'인가? '두 사람을 위한', 또는 '두 대의 악기를 위한' 의 말로 바꿀 수 있는 그 말에 대해서 간혹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올린과 기타의 대화 아니면 조화, 그것을 전제로 한 음악으로부터 우리는 '고독' 또는 '외로움'의 반대되는 개념을 곧 알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문득 쓸쓸함을 느끼게 될지 모를 이 가을에 음악과 마주 앉았을 때 조금이나마 온기가 있는 마음으로 되기를 그래서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짧은 소견에서 시작된 이 글은 일종의 '권音' 또는 '권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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