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 라이토 요코하마'

[나의승의 음악이야기32]

등록 2003.10.20 11:18수정 2003.10.2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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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03년 10월 5일 오후 6시 30분 일본의 수도 토교의 동남쪽에 있는 '요코하마' 항구에 서 있었다.

'요코하마'가 미국과 세계를 향해 열렸던 일본 최초의 항구였다는 생각하며 요코하마 선착장 입구 '블루'라는 이름의 기념품 가게에서 코발트색으로 'Blue Light Yokohama'라고 적혀 있는 열쇠 고리를 샀다.


대개들 알고 있는 일본인 특유의 발음으로 '브루 라이토'쯤으로 발음되는 그 말은 유명한 노래의 제목이다. 한국의 <돌아와요 부산항에>와도 같은 노래 일 것이다. 요즘은 '초등학교'라고 하는 옛 국민학교 시절. 그 노래를 들었던 기억이 나던 그날 밤, 파도가 철썩이는 가을 항구를 걸어 봤다.

대개의 사람 사는 곳이 그렇듯이 항구의 밤은 얼굴을 바꾸는데 "아름다운 요코하마의 밤을 유람선을 타고 즐기세요"라고 떠들어대는 옥외 스피커 소리와 더불어 어두운 선착장은 더 이상 밤이랄 수 없어 보인다. 마치 어둠은 어둠이고, 밤은 어둠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고 들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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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승


'파리'의 세느강, 방콕의 짜오프라야강, 서울의 한강, 그리고 요코하마. 대개 그런 곳에는 몇 가지 종류의 유람선이 있어 하루의 고단한 일과를 끝내고 유람선에 오를 수 있다. 영화 <타이타닉>의 레오나르도 디 카프리오처럼 배의 '프론트 데크'에서 바람을 맞아 보거나, 식당이 있는 유람선에서 식사를 하며, 밤의 불빛으로 되살아 나온 듯한 세상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요코하마 항구의 벤치에 멍하니 앉아, 담배 한 개비 피워 물고 그런 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어디선가 '아스또르 삐아솔라'의 <탱고>가 들려 온다. Milonga del Angel(천사의 밀롱가) "저건 분명 삐아솔라 인 것 같은데…" 음악이 들려 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한 무리의 남녀 노소들이 음악에 맞춰 탱고를 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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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페'라는 이름의 나무 마루가 단정하게 깔려 있는 공간은 좋은 댄스 플로어가 되어 주고 있었다. 바다, 탱고, 웃음, 행복, 유람선 안내 방송. 소란스럽게 섞여 있었지만 이것이 바로 요코하마의 문화요라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일본을 우습게 보는 거의 유일한 나라 한국의 촌놈에게 부러움을 느끼게 했던 저녁이었다. 그들이 보통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10월 6일 아침 '신주쿠'에 가 본다. '기노쿠니야'라는 서점 2층, 아주 작지만 음반 코너가 있다. 거기서 눈에 띈 한국 음반, '북남 아리랑의 전설'. 어쩌면 '신나라 레코드'와 '킹 레코드'의 합작품일 것이다.

혼자서 중얼거렸다. "한국의 역사는 어떤 면에서 '아리랑'의 역사랄 수 있는데, 한국의 요즘 20대들 이런 거 듣지 않아요. 댁들이 이런 거 사다 들으면 그들보다 나은 거여요. 가격도 1000엔, 싸죠. 나는 그중에 '진도 아리랑'이라는 아리랑의 발생지 근처가 고향입니다. 회, 녹차, 김치, 블랙 페이퍼(김)은 한국 최곱니다." 이런 내 말을 아무도 듣지 못한 것 같다.


지하실에서 5층 꼭대기까지, 음악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버진(VIRGIN)레코드를 가봤다. 그런 매장이 토쿄에는 '구'마다 몇 개씩 있다. 거기서 우연히 만난 대만 사람 '황천혜'. 그는 자신이 수입한 한국의 음반을 홍보하는 인쇄물들을 나눠주고 있었다.

a  한국음반 홍보 인쇄물을 나눠주던 대만사람 '황천혜'

한국음반 홍보 인쇄물을 나눠주던 대만사람 '황천혜' ⓒ 나의승


'레이 정'의 < MEMORY OF THE DAY >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ASIAN MUSIC NEW RELEASE INFORMATION"이라고 제목 붙인 그의 인쇄물에는 "THE DAY DREAM" "DUO ORIENTANGO" "THE RAIN" "RAY JUNG" 등이 있었다. '레이 정'의 안내문에는 <뮤지컬 '명성황후'의 히로인 '김지현'의 목소리……>로 시작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명성황후'는 이미 세계적인 뮤지컬인데, 일본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내가 말했다. "당연하지요. 조선의 마지막 국모를 죽인 게 누군데… 모르는 척 하고 싶겠지요." '황'은 동경의 한국 대사관에서 <알기 쉬운 한국말>이라는 책을 공부하고 있었다. 중국어와 일본어, 영어가 유창한 그가 한국어를 많이 배워서 한·중·일 의 문화 교류에 기여하고, 부자도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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