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죽나무 꽃김규환
중부 이북 지방에는 쪽동백, 그 이남에는 때죽나무가 참나무, 밤나무, 느티나무, 소나무 등 키 큰 나무 아래 자란다. 햇볕 조금만 있으면 죽지 않고 질긴 목숨을 이어간다. 둘 다 목질이 단단하고 아름다워 장식용 가구를 만드는데 쓴다.
얼마 전 어느 교육 기관에 가서 보니 그 두 나무로 반지, 목걸이에서부터 만들지 못하는 노리개가 없었다. 손에 만져지는 감촉은 또 얼마나 좋던지 모른다.
그래도 쪽동백과 때죽나무 잎은 완연히 다르다. 쪽동백이 훨씬 커서 손바닥만한 반면, 때죽나무는 손톱보다 조금 크다. 하지만 줄기는 갈색으로 거의 비슷해 구분이 쉽지 않다. 또한 타원형의 달걀처럼 생긴 열매는 쏙 빼 닮았다. 때죽나무가 길게 열을 지어 수배 더 많이 달린다는 점이 다르다. 때죽나무과(科)라는 한 집안 내력 때문이리라.
봄에는 하얀 꽃잎 흐드러지게 피고 암술은 노랗다. 이 마저 보려면 고개를 숙이고 숲에서 하늘을 쳐다봐야 한다. 그 많은 초롱이 여름을 나고 열매를 맺어 파릇파릇 하며 가을에 떨어질 모양을 다 갖춘다.
차차 껍질 안쪽에 딱딱한 껍데기가 형성되면 시골 촌놈들은 또 한번 들떴다.
농사 기술이 현대화되기 전 70년대에는 벼를 거두려면 아직 이른 철이라 다소 한가하다. 밭 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겨울 나기 위해 꼴을 베어 말리는 일 빼고는 마땅한 일 거리가 없다. 그러니 가재 잡고, 새비(土蝦), 다슬기 잡고, 버섯이나 따오던가 산밤, 상수리, 도토리 줍기로 소일을 한다. 홍시가 되어 떨어진 감을 주워 먹기도 했다.
더 시간이 나면 초동(樵童)은 해질녘 산골로 간다. 산과 골짜기가 맞닿은 곳이라 때죽나무 열매를 구하기도 힘들지 않다. 주머니나 쇠죽바가지에 때죽나무 열매를 따와서는 널찍한 돌 위에 놓고 푹푹 찧는다. 겉껍질이 쑥물이 흐르듯 으깨지고 더 세게 치대면 희고 노란 껍데기가 부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