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녹차와 허브로 만든 밥상 | | | 전라도식을 거부한 '자연과 사람들' 윤현경씨 | | | |
| | ▲ 녹차와 허브로 만든 윤현경씨의 퓨전요리 | | 서울 여자가 전라도 와서 음식장사 한다면 십중팔구 사람들은 ‘망하려고 작정을 했다’고 핀잔을 놓을 것이다. 거기다 5천원짜리 백반이면 20여가지 반찬을 내어놓는 전라도 밥상과 달리 야박하게 양도 적어 젓가락질 몇 번이면 바닥을 드러내고 설상가상으로 담박에 끌어당기는 첫맛도 없는지라 볼멘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그러나 잠시 후 서서히 입안에 번져오는 속 깊은 향내에 ‘어! 이게 뭐야’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된다. 이 깊은 맛의 비밀은 녹차와 허브, 유자, 무, 겨자와 같은 자연 향신료에서 번져 나오는 맛이다. 애당초 인공조미료는 사놓지도 않았다.
월출산이 좋아 무작정 남편과 함께 강진군 성전면 월남리 산자락에 ‘자연과 사람들’이라는 식당을 연 윤현경(41·여)씨. 윤씨는 조리기구를 제외한 모든 음식재료를 자연에서 얻는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먹을 만큼만 만들어 내어 놓는다.
간장도 10여가지 야채를 섞어 몇 시간을 끓여 맛을 내고 음식에 따라 페퍼민트, 캐모마일, 라벤다, 타임 같은 허브로 향을 낸다. 삼치는 유자소스에 24시간을 재워 사용하고 갓 볶아낸 커피와 겨자를 사용해 돼지의 누린내를 없앴으며 홍차잎과 청주를 이용해 가을빛 계란찜을 만들어 낸다.
식사 전 허브차로 입안의 미각을 자극하고 진달래·들국화 화전부터 시작해 겨자소스 돼지편육, 유자소스 삼치구이, 이태리 롬바르다식 스테이크, 그리고 곡우에 딴 야생 녹차잎으로 지은 녹차밥에 우렁된장국이면 황후의 밥상이 부럽지 않다.
반찬으로는 단풍빛을 닮은 허브 물김치에 표고버섯·토란대나물, 매실장아찌, 녹차계란말이, 홍차계란찜 등이 제각각의 독특한 맛과 향으로 미식가들을 유혹한다.
전라도식을 거부한 고집 때문에 문을 연 지 2년을 넘어서지만 여전히 경영은 힘들다. 하지만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전해지면서 하나둘 단골이 늘어가고 있다고 희망을 잃지 않는다.
올 가을이 가기 전 황토염색으로 치장한 월출산 ‘자연과 사람들’에서 잃어버린 입맛을 찾아오는 것이 어떨까? 그리고 주인 아주머니가 차안에 넣어주는 허브화분을 콘크리트 베란다에 놓아 집안 가득 상쾌함으로 채우는 것도 좋을 듯하다. / 김대호 기자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