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변 산중턱에 지은 재원씨의 보금자리김대호
재원씨는 이 집에서 장남 광현(18·구례고)과 큰딸 시내(16·구례중), 셋째 은비(13·구례중앙초) 그리고 마흔이 넘어서 얻은 늦둥이 현(3)이와 산다. 아들 광현이는 집안 돌림자를 사용했지만 큰딸은 집 뒤를 타고 섬진강으로 흘러드는 작은 시내를 보고 셋째는 새싹을 틔우는 은빛 봄비를 보고, 늦둥이는 녹차 덖는 무쇠 솥을 보고 솥귀 '현(鉉)'자를 썼다.
근방에는 이웃이 없다 보니 아이들의 놀이터는 자연히 산이 되었고 간식도 머루, 밤, 다래, 감 같은 산열매들이다. 특히 재원씨의 3살 박이 현이가 걸물이다. 멀리서 "아저씨 메롱"을 연발하던 녀석이 찻상을 벌여 놓자 달려와 다관을 들고 제법 팽주를 자처한다. 젖 떼면서부터 마시기 시작한 녹차 때문인지 그 흔한 감기 한번 걸린 적 없이 튼튼하고 피부도 야무지다. 컴퓨터부터 배우는 도회지의 아이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