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석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부인 한성녀(46)씨와 함께 연탄을 배달하는 박명석(47)씨는 '부지런함'과 '성실함'이 삶의 철학이다. 강원도 인제가 고향인 그는 맨몸으로 상경, 보증금 50만원의 월세방에서 시작해 꾸준한 연탄 배달로 내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
네 식구의 자랑스런 아버지이자 '박명석 삼천리 연탄배달'의 사장이기도 한 그는 2.5t의 트럭으로 전국을 누빈다. 하루 두 차례 2000장 가량의 연탄과 리어카를 싣고 배달을 하는 박씨에겐 나이 마흔에 있을 법한 그 흔한 뱃살도 없다.
"배 나올 시간이 어디 있어? 살 빼고 싶은 사람은 하루만 날 따라다니면 돼!"
22개의 구멍이 뚫린 연탄의 무게는 3.6Kg. 박씨는 연탄집게로 양손에 4개씩 한번에 8개를 나른다. 게다가 연탄을 필요로 하는 곳은 지역의 특성상 손수 리어카를 끌고 올라가야 하는 곳이 많다. 언젠가 아버지 일을 돕겠다고 따라나온 첫째 딸 미영이(20)는 고생하는 아버지 모습에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가끔은 돈도 지겨워. 우리가 움직인 만큼 제아무리 돈으로 연결돼도 몸이 피곤할 때는 지겨워. 취미랄 게 뭐 있나. 일 끝나면 잠자기 바쁜데. 가끔 사우나에 가는 게 고작이지."
수도권 배달은 새벽 6시, 강원도 등지의 지방 배달은 이른 새벽 2시부터 일어나 배달 채비를 갖춘다. 일요일 외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근무하는 박씨에겐 연탄이 그의 모든 것을 있게 한 '가보' 같은 존재라고 한다. 현재 그는 기름 보일러를 사용하며 문명의 이기를 굳이 마다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박씨는 연탄이 주는 따끈따끈한 그 아랫목의 맛은 제 아무리 다른 난방 연료가 발달해도 결코 따라갈 수 없다며 사라져가는 연탄의 온기를 그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