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기에도 높은 학교 뒷담서강훈
K가 놀라운 타이밍으로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반 친구들의 찬사가 이어지고, 또 으레 물어보는 말이 있었으니…….
“K너 교문에서 안 걸렸냐?”
“걸리긴, 다 안 걸리는 방법이 있지. 이 K님이 걸리긴 왜 걸려.”
“그 방법이란 게 뻔하지 너 또 담 타 넘었지?”
“헛, 녀석 눈치 하난 빠르다니까.”
사실 K군의 집이 학교에서 그리 먼 거리에 있지 않다는 것은 우리 반 친구들이라면 다 알만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각을 밥 먹듯 하며, 또 그런 주제에 절대 교문에서 지각생으로 적발되거나 하는 일이 없는 친구가 바로 K였다. 이는 K가 능수능란하게 학교 뒷담을 탈 줄 알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담타기가 마음만큼 쉬운 일은 아닌가 보다. 내가 담타기에 관심을 보이며 여러 질문을 하자 K는 신이 나서 설명하면서도 여러 가지 주의할 사항을 일러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학교 뒷담의 높이에 대해 그 정확한 수치는 모르지만 입에서 작은 탄성이 나올 정도로, 그리 만만한 높이가 아닌 것은 확실했다. 또 담의 높이도 높이지만, 담을 탈 때 의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공중에 매달린 얇은 줄 하나가 전부였다.
상황이 이러하니 담타기는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일이다. 거기에 비라도 오면 사정은 더 악화되기 마련이다. 실제로 지난 여름, 비 오는 날 담을 타던 1학년 학생이 미끄러져 병원에 간 일도 있었다.
이러한 위험 문제도 큰 일이었지만, 지역 주민들의 걱정 섞인 잔소리 또한 담타는 학생들에겐 부담이다. 곧잘 담을 타곤 했던 L군은 매일 같은 시간에 청소 하러 나오는 아저씨와 항상 실랑이를 벌인다고 투덜댔다.
그렇다면 이러한 여러 가지 힘든 점이 있음에도 학생들이 굳이 담타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