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73

남파 간세 사건 (1)

등록 2004.01.09 14:05수정 2004.01.0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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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라고? 너, 방금 뭐라 하였느냐? 어서 말을 해봐!”
“저어, 속하도 방금 아랫것들로부터 보고를 받았는데 너무 중차대한 일인지라 보고를 드리기는 하지만 하도 어의가 없어서… 그래서 보고 드리기가 좀… 아직,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으므로 확인 한 후에 다시 보고를 드리겠습…”

“무어라? 이런 빌어먹을 놈이? 어서 말을 하라는데 왜 말은 안 하고 엉뚱한 소리만 지껄이는 거야? 한번 뒈져보고 싶어? 내 성질 몰라? 어서 말해. 방금 전에 무어라 지껄였는지!”


적어도 선무곡 내에서는 아무도 자신을 건드릴 수 없다 판다하여 그러는지 방조선은 매사에 느긋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래서인지 비가 와도 절대 뛰는 법이 없었다. 뛰어 봤자 얼마나 덜 맞겠느냐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깟 비쯤 맞아도 그만이라고 너스레를 떨지만 아무도 없을 때에는 미리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측근들을 완전히 개 잡듯 잡는 성품이다.

삼의 가운데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동안 한 마디로 말해 스스로를 전지전능한 신(神)이라도 된 것으로 착각하는 변태 중의 변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그가 대경실색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것은 방금 전에 얼핏 들은 변견자 조잡재의 보고 내용 때문이었다.

사실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정확히는 모른다. 일흔서생이 곡주가 된 이후부터는 보고 받는 재미가 없기 때문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뭔가 놀랄만한 소리였다는 것만은 분명하였기에 벌떡 일어난 것이다.


어쨌거나 죄지은 놈 마냥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조잡재를 잡아먹을 듯 다그치는 방조선의 눈빛은 사람의 눈빛이 아니었다.

그건 미친개의 눈이었다. 잠시도 쉬지 않고 희번덕거리는 모습으로 미루어 얼마나 열이 올랐는지 짐작할 만하였다.


“너, 방금 금대준이가 주석교에서 파견한 간세라고 했냐?”
“그, 그렇다고 들었습니다만…”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간세라니? 그놈, 금대준이가? 더군다나 주석교에서 파견한 간세라고? 이게 말이 돼?”
“마, 말이 안 되지요.”

“이 빌어먹을 놈이…? 지금 당장 튀어가서 사실 여부를 확인한 다음에 다시 보고해. 알았어?”
“존명!”

조잡재는 금대준이 무림천자성으로 간 이후 드디어 권력을 잡을 절호의 기회가 왔다 판단하고 무릎을 치며 기뻐했다.

물론 겉으로는 미래에 도래할지도 모를 핍박을 피해 떠나야하는 처지가 안타깝다는 듯 처연한 표정을 짓기는 하였다. 그러나 속마음은 왜 빨리 안 가나 하는 마음뿐이었다.

어쨌거나 금대준이 선무곡을 떠난 이후 조잡재의 바람은 이루어졌다. 그토록 앉고 싶었던 권력의 핵심부에 진입한 것이다.

이제 의방에서 일어나는 대소사는 물론 선무곡 전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보고를 직접 받는 자리에 앉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사소한 말 한마디나 심지어는 잔기침만 해도 장로원은 물론 선무곡 전체가 흔들릴 정도가 되었다.

그는 자신이 내 뱉는 말이 무조건 진리라는 듯 목에 잔뜩 힘을 주고 다녔다. 그러면 사람들은 알아서 설설 기곤 하여 참으로 세상 살 맛이 난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타인들과의 관계에 국한된 이야기이다.

의방의 주인인 방조선 앞에만 서면 여전히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느끼고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곤 하였던 것이다.

그 이유는 몸에 밴 뿌리깊은 노예근성 때문이다.

방조선의 휘하에 든 이후 지금껏 그렇게 할 것을 강요받았기에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는 습관이 몸에 밴 것일 것이다.

조잡재는 이제 클 만큼 큰데다가 머리까지 허옇게 된 요즘에도 자신으로 하여금 이런 치욕적인 느낌을 받게 한 죄 값을 물어 언젠가는 반드시 방조선으로 하여금 무릎을 꿇고 애원하게 만들고야말겠다고 마음먹었었다.

그렇게 함으로서 자신의 몸에 밴 노예근성을 말끔히 씻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동안 굽실거린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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