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74

남파 간세 사건 (2)

등록 2004.01.12 14:28수정 2004.01.1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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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매사를 금대준이 결정하고, 지시하였다. 물론 모든 음모도 그의 뇌에서 나왔다. 따라서 조잡재가 얼마만큼 음모와 귀계(歸計)를 꾸며낼 능력이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굳이 그의 두뇌를 빌지 않아도 충분히 매사를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드디어 자칭 천재적인 모사 솜씨를 보일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조만간 귀신도 울고 갈만한 계략으로 방조선을 거꾸러트릴 계획을 수립하는 중이었다.

장로원을 휘어잡고 신임 곡주를 연일 핍박하고 있는 최견구와 그 일당을 이용하면 충분히 뜻을 이룰 수 있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자신의 말 한 마디에 벌벌 떠는 그들은 현재 장로원 의석 가운데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곡의 대소사를 좌지우지할 충분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신임 곡주가 무엇을 하려고 만하면 나서서 반대하거나 방해하여 무산시키기 일쑤이다. 그렇기에 일흔 서생이 곡주 노릇 못해 먹겠다는 푸념 아닌 푸념을 늘어놓았던 것이다.

그런 그들의 힘을 적절히 이용할 수만 있다면 방조선이 제 아무리 대단한 인맥과 권세를 지녔다 하더라도 하루 아침에 알거지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사실 그가 권력을 지니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환자들을 치료하는 동안 알게된 비밀 때문이다. 약점을 잡으면 절대 물러서는 법이 없었기 가능하였던 것이다. 그 외의 요인으로는 의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신도 그 중 하나지만 방조선의 명만 떨어지면 어떤 일이라도 일사불란하게 처리하곤 하였기에 그렇게 된 것이다.

이제 그들 대부분을 진두지휘하는 자리를 꿰차고 앉아있으니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그들과 방조선의 사이를 이간질하는 것이 손바닥 뒤집는 일만큼 쉬운 일이 되었다.


대화의 통로를 끊어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선은 요직에 앉아 있는 인사들을 자신의 수족이 될 만한 것들로 교체할 것이다. 그 일이 마쳐지면 즉각 독립을 선언할 것이다.

그러면 방조선은 권력의 태반을 잃게 될 것이기에 감히 하극상을 계획한 것이다. 하여 거사일을 노리던 중 아랫것으로부터 놀라운 보고를 받고 무릎을 쳤다.

핍박을 피해 당분간 무림천자성에 있겠다던 금대준이 남파 간세 협의로 체포되었으며, 그를 만나 최근의 난국을 풀 묘수를 배워오겠다던 백지녕 또한 공범으로 억류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천재일우의 기회가 왔다 생각한 조잡재는 예정에도 없던 보고를 자청하였다. 전에는 열흘에 한 번씩 보고를 하는데 그 날이 다가오면 머리가 지끈거리곤 하였었다. 방조선의 변태 같은 행각에 넌덜머리가 났기 때문이다.

보고하다 말고 귀싸대기를 얻어맞은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어떤 날에 발길질을 당해 엉덩방아를 찧기도 하였으며, 가래침 세례를 받은 적도 있었다. 마음에 안 드는 말이 튀어나올 때마다 이러는데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금대준이 보고할 때까지는 이렇지는 않았었다. 그때만 해도 청죽수사가 차기 곡주로 유력할 때였기 때문에 조만간 제 세상이 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지라 웬만한 것은 눈감아 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일흔 서생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죽어라고 짖어대 보았자 맥도 못 출지도 모른다는 불안 심리 때문에 조금만 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정없이 조져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보고할 날만 다가오면 어떻게든 핑계를 대고 가지 않으려 하였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방조선은 세상이 반쪽이 나도 보고하기로 한 날에는 반드시 보고하라는 엄명을 내렸다. 그렇기에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심정이 되어 방조선의 처소로 향하곤 하였었다.

아직은 그를 거역할 힘도 능력도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사정이 달랐다. 보고하러 가는 발걸음이 사뭇 가벼웠을 뿐만 아니라 기분은 상쾌하기까지 하였다.

금대준과 백지녕의 체포 및 구금 소식으로 십 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기분이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절대 무릎을 꿇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먹었었다. 조만간 제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부푼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조선이 벌떡 일어서자 저도 모르게 또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하여 조잡재는 몹시 언짢은 기분이 되었다.

그런데다가 마치 하인이라도 부리듯 이놈 저놈 하는 데다 너라는 막말까지 하나 기분은 더 나빠졌다. 그래서 방조선의 말에 대답도 않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던 것이다. 시선이 마주치면 주먹이라도 날아갈 것만 같아서였다. 아직은 그래서는 안 된다.

지금은 그와 일대 일로 붙었을 때 제압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발을 하면 철저히 짓밟히게 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무조건 참아야 하는 때이다.

하여 이를 악물고 참는 동안에도 방조선의 말은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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