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훈
옷매무새 가다듬기가 끝나면 교문으로 들어간다. 우리 학교의 경우, 조금 높은 지형에 위치해 있던 터라 올라 갈수록 교문이 보이고, 그리고 교문을 지난 학교의 정경이 조금씩 보인다.
교문을 조금 지난 곳에 항상 그분이 계셨다. 체육선생님. 그분의 별명은 꽤나 겁이 난다. 그 별명은 다름 아닌‘조폭’. 그분의 명성 만큼이나 무서운 분이시라는 것, 중학교를 갓 졸업한 신입생 녀석들이 아니라면 전교생 모두 다 아는 사실이다.
교문을 향해 조금씩 조금씩 걸어 올라가다 보면 그분의 모습이 더 잘 보인다. 매를 들고 날카로운 눈매를 빛내며 학생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뜯어보시는 모습.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일 아침 긴장하지 않을 수 있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어차피 통과해야 할 관문, 오히려 교문 앞에 다다르면 학생들의 발걸음은 빨라진다. 그 이유는 앞에 가던 아이가 걸리면 당장 그 아이는 학교 안으로 도망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에 가던 한 친구가 선생님께 부름을 받았다.
“야! 너 이리와 봐”
선생님께 호명된 치는 순간 표정을 일그러뜨린다. ‘아! 걸렸구나.’ 그 다음 순서는 확연하다.
“너, 머리가 이게 뭐야. 지저분하잖아. 안 되겠어. 이리 따라 들어와.”
교문 바로 앞에 있는 수위실로 그 친구는 따라 들어간다. 그리고 그때부터 선생님의 가위질은 시작된다. 그러나 소리는 난잡하지 않다. “철컥!” 청아하기까지 한 그 짧은 금속음은 단 한번뿐이다. 선생님은 가운데 머리 몇 가닥을 모아 한줄기를 만드신 다음 싹둑 자르실 뿐이었다.
선생님의 의사는 단호한 것 같았다. 꼭 말씀을 하시지 않아도 그 단호함은 이렇게 말해주는 듯했다. “자식이, 저렇게 가운데를 짧게 잘렸는데 다른 곳을 안 자르고 배기겠어?”라고.
그렇게 가운데 머리가 싹둑 잘린 친구는 교실에 가서 인기인이 된다.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억지로 머리를 잘린 데다 놀림까지 받는 기분은 오직 당사자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나 자신도 당사자다).
학교에서는 두발 단속을 당한 아이에게만큼은 손쉽게 조퇴증서를 끊어주었다. 관대하게도 어서 그 보기 싫은 머리를 잘라버리고 타의 모범이 되는 머리 모양을 가지라는 의미에서 그런 것일까?
조퇴하고 머리를 말 그대로 빡빡 밀어버린 친구가 교실에 들어온다. 한 친구는 그 모습을 보고 “빡빡아 머리 감자!”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