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78

남파 간세 사건 (6)

등록 2004.01.26 12:52수정 2004.01.26 14:39
0
원고료로 응원
날이 밝기를 기다린 백안무발은 선무곡 곳곳에 심어둔 정보원들을 총동원하여 알고자 하는 내용을 알아보려 하였다. 하지만 알아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긴 그럴 만도 하였다. 워낙 첨예한 문제였기에 정보원들조차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두루뭉실한 조사를 명했고, 그 말이 무슨 뜻인지조차 알아듣지 못한 사람들이 무엇을 알아내겠는가? 결국 직접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에 선무곡에 온 이후 처음으로 방조선의 거처를 찾은 것이다.


무림천자성의 비문당이 어떤 곳이던가? 무비수사 고파월이 관장하는 비보전의 하부 기관으로 천하의 모든 정보를 취합한 후 분석하는 곳이다. 워낙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보를 입수하기에 이곳에서 내린 결론은 틀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바에 의하면 최근 몇 년 사이 비보전에서 틀린 결론을 내린 경우는 월빙보에 천뢰탄과 버금갈 대량살상병기가 있다는 것 하나뿐이었다.

어쨌거나 지금껏 가깝게 지내던 선무곡의 수구 세력 가운데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금대준과 조잡재, 그리고 장로원을 장악한 최견구 등이 주석교에서 심어둔 고정 간세라면 일이 커도 너무 큰 일이다. 그래서 만사를 제쳐두고 헐레벌떡 다가왔던 것이다.

마침 외출하려던 효재를 발견한 허보두는 얼른 돌아서서 가쁜 숨을 고른 뒤 그를 불러 세웠다. 체면상 뛰어왔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잠시 후, 평상시와 다름없이 몹시도 거만한 모습으로 뒷짐을 쥔 허보두는 자신의 방문을 알리라는 명을 내리고 있었다.


효재는 하던 일을 멈추고 즉각 안으로 들어갔다. 그에게 있어 허보두가 내리는 명은 하늘이 내리는 명과 동일하기 때문이었다.

기별이 넣어지는 즉시 누군가 허겁지겁 튀어나오는 사람이 있어야 정상이다. 물론 그 장본인은 방조선과 그의 졸개들이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도 없자 허보두의 표정은 점차 험악해져 갔다. 천하디 천한 방조선 따위가 감히 자신을 기다리게 하였다는 사실이 몹시 괘씸하였던 것이다.

그때까지 허보두는 비문당에서 보내온 극비문서의 사실 여하에 따라 목숨은 물론 모든 기반이 와해될 정도로 위급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느낌이었다. 따라서 일각(一刻)이 여삼추(如三秋)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아니 일각이 아니라 일수유가 천추(千秋)처럼 느껴질 정도로 마음이 급했었다.

하여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한 채 안으로 들어서려던 그는 효재를 닦달하는 방조선의 노성(怒聲)을 들을 수 있었다.

얼마 전, 옥천장이라는 곳을 두고 늙은 의원 하나와 효재가 언쟁을 벌였다는 것은 이미 만천하에 드러난 사실이다.

그때 효재가 한 말을 듣고 백안무발은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은 저 혼자 아니라고 버럭버럭 우겨대는 그가 몹시 측은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를 심복으로 삼고 있는 방조선이 한심하게 느껴져서였다.

어쨌거나 효재를 닦아세우는 소리를 들은 허보두는 방조선이 아직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아니면 일부러 자신의 이목을 속이려는 수작을 부리는 것이라 생각하였다. 과연 어떤 것일까를 생각하느라 잠시 멈춰있던 그는 전자일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방조선과 알고 지낸 세월은 한두 해가 아니었다.

처음 선무곡에 부임하였을 때 노골적인 접근이 있었다. 그 길만이 살길이라도 된다는 듯 연일 만나달라고 목을 맸던 것이다.

마침 전임 분타주로부터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바 있었기에 접견은 허락되었고, 그 후로 극진한 대접을 받아왔다.

때가 되면 선물 공세가 이어졌고, 밤이 외롭다고 느껴지면 미끈하게 빠진 계집들을 대령하였다. 뿐만 아니라 몸에 좋다는 것들을 바리바리 싸서 보냈다. 허보두로서는 굳이 마다할 일이 아니기에 주는 대로 받았고, 즐기고 싶으면 즐겼다.

전임자들도 다 그렇게 하였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는 동안 사람들의 평(評)과는 달리 방조선의 안목이 무척이나 근시안적(近視眼的)이라는 사실에 다소 의아해하였다.

대인(大人)은커녕 소인 가운데에서도 아주 속이 좁은 소인밖에 되지 못할 그가 어떻게 그런 자리에 앉아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중에야 아비를 잘 만나 고생도 않고,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고개를 끄덕였었다.

어쨌거나 허보두는 방조선이 지극히 편협한 성품의 소유자이며, 간사하고, 의뭉스러우면서, 후안무치하기까지 하지만 결코 교활하지는 못하다 생각하고 있었다.

교활하다는 것은 잇속이 바르고 그것을 아주 재빠르게 붙잡는 다는 의미인 영악(靈惡)하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다. 다시 말해 두뇌가 뛰어나지 못하면 영악하지도, 교활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허보두는 내심 방조선이 무척이나 둔한, 아니 멍청한 두뇌의 소유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드립니다.

갑신년 벽두... 

제갈천 배상

덧붙이는 글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드립니다.

갑신년 벽두... 

제갈천 배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2. 2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3. 3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