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고드름을 따먹기도 했습니다.김규환
군것질 혹은 주전부리, 그리고 허기
그 시절 어린아이들에겐 그나마 여름은 군것질거리가 더 있었다. 들에 가면 오디, 산딸기, 버찌에 가을로 이어지면서 머루와 다래가 간간이 입맛을 다시게 해줬으니 심심한 줄 모르고 허기를 채웠다.
늦가을로 접어들면서 서리맞은 고욤(감의 반에 반도 안 되는 작은 열매)이나 칡뿌리를 캐먹고 살던 우리는 고구마 물리게 먹고 눈밭에 지푸라기 덮어둔 무, 배추 뿌리도 심심찮게 뽑아서 송곳니로 슬슬 돌려가며 겉만 훑어 깎아 먹고 간혹 옥수수 튀밥이나 먹었다.
식구도 많아 그 궁한 입을 달래기 힘든 때 일상의 먹을거리는 싸라기 죽, 무 밥, 고구마 밥, 콩나물밥에 싱건지국과 김치국, 끓인 밥, 눌은밥(누룽지. 마른 것은 '깐밥'이라 하여 구분하기도 했는데 깐밥이 많이 나오면 식량 축내고 살림 못한다고 야단맞던 때가 있었다), 감떡, 수제비와 꽁보리밥이었다.
잠깐 배만 볼록하게 채우면 그걸로 끝이었다. 허기를 간신히 면한 상태에서 쑥쑥 자라는 아이들에겐 고역이다. 먹고 먹고 또 먹어도 뭔가 먹어주지 않으면 서럽기 그지없었다. 궁금한 입을 가만 놔둘 수 없을 무렵 도시 공장에서 하나씩 선보인 아이스크림까지 우릴 조롱했으니 감내할래야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절박한 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