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모 연재소설 <수메리안> 42

등록 2004.02.10 14:59수정 2004.02.1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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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상이 에인에게 말하고 있었다.

"별읍장께서도 대상을 통해 늘 그곳의 소식을 접하고 계실 것이다. 그리고 제후에게는 나머지 군사를 비난(裨難) 형제국에서 동원하겠다고 했지만 그건 소호국 군사로 대처할 방침이다."
"거리가 너무 멀지 않습니까?"
"지금 돌아가서 준비하면 우리 군사를 원정시키는 것이 훨씬 빠르다."
"그럼 비난 국과의 약속은 어떻게 하시렵니까?"
"말은 맹장들이라고 했지만 그렇게 뛰어난 군사들이 없었다. 또한 그들은 국가 전체를 이동해야 할 목적이라 영토 요구가 커서 맞지도 않았다."
"국가가 통째로 이동을 하다니요? 그런 일도 있을 수 있는지요?"


에인이 물었다. 그 대답은 노인이 해 주었다.

"여태까지는 침략에 시달리거나 왕의 형제가 서로 알력이 있으면 어느 한쪽이 군사들을 이끌고 떠나기도 했습니다. 한데 근래엔 도성의 기가 빠진 곳이 많고 그래서인지 민족 이동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듯합니다."
"어떤 민족이 그렇게 이동하고 있습니까?"

"요즘은 아래 위쪽이 다 들썩입니다. 아리아 인들이 치고 올라오는가 하면 북쪽에서는 남쪽으로 치고 내려가고 또 개중에는 큰 무리를 이끌고 떠도는 종족도 있다고 합니다."
"떠돈다는 것은 아직 영토를 잡지 못했다는 뜻이옵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들도 침략자로 돌변해 영토를 차지할 것입니다. 본시 이동 족이란 다 그렇게 해서 새 영토를 차지하곤 했으니까요."

"그런 종족들은 주로 유목민이겠군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도성을 가지고 있던 민족들도 어느 날 갑자기 이동무리를 이루곤 하니까요."

에인은 잠시 생각해보다가 다시 아버지에게 물어보았다.


"아버님, 이번에 온 군사들은 어느 나라 형제들입니까?"
"양운 국과 파내류 제1후국이다. 파내류 1후국도 속사정은 그리 좋지가 않아 비난 국처럼 언제 또 도읍을 옮길지 알 수가 없단다."
"우리 형제국에서는 또 왜 그렇게들 불안정합니까?"
"그래서 나라 살림이란 그토록 어려운 일이란다. 천자는 물론 중신, 중인, 백성 모두가 다 같이 진정한 일꾼이 되고 화합해야만 그 나라 운은 바른 길로 잘 굴러갈 수 있단다."

어느새 동이 터오고 있었다. 재상은 마지막으로 한번 더 다짐을 주었다.
"관찰도 결단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명심하겠습니다."
"자, 이제 날이 밝아오니 그만 일어서자꾸나."
재상이 먼저 몸을 일으켰다. 에인도 따라 일어나며 아버지께 물었다.
"저는 여기서부터 천리마를 타고 가는지요?"
"그렇고 말구요."


노인이 대답했다. 에인은 그 대답을 듣자마자 비호처럼 달려나갔다. 어서 가서 그놈을 만나고 싶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딱 한번 안아봤을 뿐인데도 여태 내내 그놈이 눈앞에 어른거렸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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