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를 처음 듣는 사람에게

나의승의 음악 이야기45

등록 2004.02.10 13:11수정 2004.02.1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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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를 듣다 보면, 박자도 맞추기 어렵고 연주나 노래뿐만 아니라 음악의 흐름을 이해하기 어렵고, 따라 부르기에는 더욱 어렵다는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들을 간혹 볼 수 있다. 아무렇지 않은 척 그냥 듣고 앉아 있는 사람들에 비해서,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솔직한 사람일 것이다.

음악에 큰 세 가지의 요소가 있는데, 박자와 선율과 화성이 그것이다. 재즈 연주자들은 그것들에 변화를 준다. 음악에서는 그렇게 하는 행위를 ‘변주’라고 말한다. 변화가 적거나 많거나의 차이는 있겠지만, 재즈는 대개 그렇다고, 포괄적으로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박자의 경우, 2박자, 3박자, 4박자, 5박자에서부터 몇 십 박자에 이르기까지, 현대에는 다양한 박자를 사용하는데, 한 음악 안에서 몇 번의 박자 변화가 있기도 한다. 또한 왈츠, 블루스, 칼립소, 삼바 등 지구촌 곳곳의 지역으로부터 박자들을 빌어서 사용하는 음악들을 접할 때는 뭐가 뭔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인간이 만든 것을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법은 없다. 나는 감히 말한다. 인간이 만든 모든 음악의 박자는 심장의 박동에서 비롯된 것이며, 나아가서는 호흡에서 나온 것이다. 거기서 벗어나는 음악은 없다. 그래서 아무리 특이한 박자라 할지라도, 자주 듣다 보면, 절로 적응이 되는 것이다. “나의 몸이 그러하므로”가 이유인 것이다.

하지만 박자보다 적응하기 어려운 것이 있었으니 바로 ‘화성’이다. 화성은 그것이 발생한 지역, 또는 문화권, 심지어 철학에 이르기까지 긴 세월 동안 복잡한 영향을 받고 생성 발전 진화한 것이어서, 짧은 시간에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박자나 멜로디에 비해 이해의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화성에 대한 이론적 이해를 갖고 있는 사람은 더 짧은 시간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음악을 들으며 적응하는 시간을 길게 잡으면 될 것이다.

세 번째로, 선율(멜로디)은 박자를 먹고 살아가는 유기체적 존재이기 때문에, 특별한 이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때때로 마음으로, 입으로 따라하게 되면, 절로 나에게 흡수될 것이다. 박자가 몸이라면, 선율은 가지와 같아서 언제나 박자 안에서 살아가는 특정의 생명체와도 같고, 박자가 말이라면 멜로디는 기수와도 같다. 그것이 모이고 겹쳐서 숲을 이루거나 기마부대를 이루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숲이나 기마부대는 화성과도 비유된다. 여기 까지는 음악에 관한 나의 짧은 개똥철학적 설명에 불과하다.

재즈를 처음 듣는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나는 변화의 폭이 적은, 변주의 폭이 적은 음악부터 들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화성보다는 멜로디가 살아있는 음악에 좀 더 치중해 보라고 말해 주고 싶다. 그러다 보면 음악을 듣는 시간이 더해 갈수록, 변주의 폭이 큰 음악에도, 또는 화성의 묘가 있는 음악에도 적응력이 생겨날 것이다.


클래식의 경우 바흐보다는 슈베르트가 초보자가 듣기에는 더욱 편하다. 바흐의 바이올린 소나타, 또는 파르티타를 들어보거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듣다 보면 ‘비례나 균형의 절대미’같은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것도 듣는 것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했을 때만이 겨우 알게 되는 일이다. 커다란 바위가, 또는 천년이 가도 결코 움직이지 않을 것만 같은 산이 눈앞에 존재 하는 것이다.

그런 반면에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또는 ‘겨울 나그네’의 ‘방랑자의 노래’를 들어 보자. 어느 순간엔지 모르게 ‘잇몸이 아려오고’, ‘눈물이 글썽거려지는’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것도 당신의 감성이 음악으로부터 자극받아, ‘주파수 동조’가 체험될 때만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조금 색다른 표현을 해 보자면, 바흐로부터는 ‘군자의 도’같은 것이, 슈베르트에게서는 ‘삶에서 승화된 낭만성’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겠는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대부분이 바흐의 완벽하다 말할 만한 화성의 균형과 비례를 갖춘 음악에 비해서 우선은 슈베르트의 유려한 선율감에 먼저 매혹되기 쉬울 것이다. 그래서 재즈를 처음 접하고 싶다는 사람에게, 변화의 연출 폭이 다소 적게 표현된 재즈, 연주자의 느낌이 비교적 쉽게 노출되는 음악, 그런 음악 중에 ‘보컬(목소리)’의 재즈를 먼저 권해 보고 싶은 것이 나의 생각이다. 특정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멜로디 라인이 살아 있는 편이어서 따라 부를 수 있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재즈 보컬로 유명한 그룹 중에 ‘맨하탄 트랜스퍼(MANHATAN TRANSPER)'라는 이름이 있다. 거기서 소프라노의 음역을 맡아서 좋은 음악을 들려 주었던 셰릴 벤틴이라는 사람이 있다. 2002년 말경 < TALK OF THE TOWN >이라는 음반을 냄으로 해서 일종의 솔로 데뷔를 했는데, 초보자에게 권해도 좋은 음악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극과 극은 통하는 것이어서, 몇 십 년 동안 재즈를 들어온 사람도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셰릴 벤틴’이라는 이름의 여성이다. 그녀가 편곡이나 연출 면에서의 실력이 없어서 쉽게 만든 것이 아닌 것이다. 맨하탄 트랜스퍼 시절부터의 경력이 이미 그것을 증명 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그 외에도 너무도 유명한 엘랴 핏제랄드, 빌리 할리데이, 새라 본, 카멘 맥래, 요즘의 나윤선, 아야도 지예, 게이코 리, 등의 보컬 재즈 음악들은 재즈를 처음 듣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감성과 자아가 가득차 있는 세계로 인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감성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이나 상관없이, 재즈이든 어떤 음악이든 상관없이, 음악이란 듣는 사람이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자주 들을 때, 아름다운 것을 각자의 영혼에 채워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NO MUSIC, NO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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